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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동계 올림픽 이후 강원도의 매력

(서울=뉴스1) | 2018-03-22 09:25 송고 | 2018-03-22 10:18 최종수정
뉴스1 © News1
얼마 전 국내 굴지의 렌터카 업체 사장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로부터 렌터카 비즈니스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렌터카 하면 제주도 얘기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는 “제주도에는 렌터카 회사가 100여 개가 넘고 차량이 3만대를 웃도는 과당 경쟁 상태”라며 재미있는 전망을 했다. “동계 올림픽을 지켜봤더니 강원도가 비즈니스 적지인 것 같았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올림픽을 치르면서 강릉 평창 정선 등 대관령 일대 강원도 영동 지역의 도로 시설이 좋아졌고, 서울-강릉 간 고속철도 KTX가 교통혁신을 일으켰다. 북한의 김여정 특사를 비롯한 올림픽 방문객들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구경하고 순식간에 서울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수도권에서 바라볼 때 강릉 일대의 교통 접근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접근성으로 강원도 지역 곳곳의 특성이 더욱 부각되게 마련이다. 또한 광광객이나 일반 방문객이 일정한 시간에 강원도에 머물며 업무를 더 많이 볼 수 있고, 더 깊이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렌터카 사장의 눈에는, 서울 사람들이 굳이 자동차를 몰고 먼 길을 달려가 동해안을 여행할 필요가 없다. KTX를 타고 강릉에 내려 렌터카를 이용하여 관광을 하다가 저녁 때 다시 KTX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여행이 뜰 수 있다는 판단인 것 같다.

이런 여행 패턴이 많아지면 KTX는 강릉 숙박업소엔 별로 반가운 존재가 아닐 것도 같다. 올림픽기간 중에도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면 KTX가 영동 지역을 죽일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지난 18일 패럴림픽이 폐막했다. 이로써 지난 2월 10일 개막한 제23회 동계올림픽의 긴 축제가 마무리됐다. 나는 아쉽게도 평창 올림픽 경기를 현장에서 구경할 기회가 없었고, 몇 년간 강원도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그저 텔레비전을 통해 개·폐막식과 흥미로운 경기를 보았을 뿐이다. 그러니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달라진 그 지역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의 눈에는 올림픽 경기도 재미있게 보였지만, 그런 추억거리보다는 두 가지 희망적인 미래가 떠올랐다. 하나는 북한 특사단의 평창올림픽 참석이 상징하는 한반도 평화의 물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올림픽 이후 피어날 강원도의 매력이다.    

한반도 평화 문제는 매일매일 언론을 장악하는 이슈가 되고 있으니 여기서 더 논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이 강원도민의 문화적 정서와 산업에 줄 귀중한 자극은 생각보다 오래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마치 1988년 서울올림픽이 한국인에게 끼친 정신적 영향이 컸듯이 이번 평창 올림픽은 눈과 산의 고장으로서 강원도민에 주는 자긍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동계 올림픽을 열었던 강원도민으로서 시민 의식이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이런 긍지나 자극 자체만으론 뭔가 미흡하다. 이런 정신적 자극이 산업에 연결되어 시민의 경제생활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의 사람, 비즈니스, 돈, 지식, 정보가 강원도로 흐르는 컨베이어벨트가 되도록 KTX를 잘 활용해야 한다.    

관광산업은 강원도가 가장 진흥시키고 싶어 할 것이다. 동계 올림픽은 폭설이 내리는 겨울철 강원도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더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여름 동안 쉽게 동해안에 접근할 수 있고, 겨울동안 평창에서 동계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꼭 동계 스포츠일 필요도 없다. 눈을 구경하고 싶은 동남아 관광객들에게 더욱 편하게 되었다. 특히 평창과 강릉 등 영동지방은 동계올림픽의 명성으로 회의산업을 새롭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 건네준 값진 또 하나의 선물은 비즈니스 입지 조건으로서 강원도의 매력이다. 서울은 엄청난 경제활동의 견인력를 가진 도시다. KTX는 서울과 강원도 간의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산업에 따라서는 강원도로 이전하거나 그곳에 창업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다. IT산업의 발달은 과거의 산업 입지와는 다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주변 자연 자연환경이 좋고 괜찮은 직장만 있으면 강원도에 살고 싶어 하는 젊은 노동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생긴다면 강원도가 새로운 산업 도시로서 발전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값싸고 넓은 토지가 매력 포인트다.

교육은 매력적인 자원이다. 따라서 지역 발전에 교육기관은 매우 유용한 요소다. 강릉은 예로부터 교육의 도시로서 전통을 갖고 있다. 강릉에는 4개의대학이 있다. 인구 20여만 명의 도시치고 이렇게 대학이 많은 곳도 드물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대학에 다니기 위해 강릉을 많이 찾아온다는 얘기다.

몇 년 전 강릉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터미널 주변 상점들이 부산했다. 운전사가 설명해줬다. 강릉시의 서민경제는 경포대를 찾아오는 서울 관광객이 아니라 강릉의 대학에 다니는 서울출신 대학생들이 좌우한다는 얘기였다. 학생들이 금요일이면 서울 집으로 가기 위해, 일요일이면 서울서 돌아오면서 터미널 주변 상가는 붐빈다는 것이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 보였다. 대학 밀집도가 높으니 대학생의 소비생활이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 아닐까. 그렇지만 대학은 대학생의 소비생활이 남기는 낙수효과로만 그 존재를 평가할 수 없다. 대학이 많다는 것은 교수진, 대학직원,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루는 교육커뮤니티가 지역사회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해 본다면 교육도시로서 강릉지역은 훌륭한 지식산업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교육서비스의 고품격화다. 특화되고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서울 등 다른 대도시 유학생을 많이 유치하게 될 것이며, 이런 파급효과가 지속되면 강원도의 산업발전과 회사 유치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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