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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팔수록 손해" 수소충전소 확대 독일에 배워라

[수소전기차 시대 개막④] 민·관 합작사 모델 대안
독일 SPC 설립 후 운영손실 보전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2018-03-22 06:20 송고 | 2018-03-22 08:59 최종수정
전국 수소충전소 설치및 예정 현황(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전국 수소충전소 설치및 예정 현황(그래픽=최진모 디자이너)© News1

"수소는 팔면 팔수록 손해다."

국내 정유업체 관계자가 수소충전소 사업의 시장성을 묻는 질문에 내린 답이다. 신수종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정책 여건상 수소충전소 건립·운영에 참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수소전기차 대중화 성패여부는 차량 보급 확대와 충전 인프라 구축에 달렸다.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친환경차 구매를 적극 지원하면 수소전기차 보급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도로에 달리는 차가 늘어나면 차량 가격은 하락한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에너지 업계는 일본과 독일 등 경쟁국과 비교해 수소충전소 확대가 어려운 배경으로 운영손실 리스크를 들었다. 충전소를 단기간에 확충해 수소차 보급을 늘리고 판매수익을 확대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려면 기존 에너지 사업자 참여가 필수인데 운영손실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 고민이 없다는 것이다.

◇ 日·中·獨 수소충전소 확대 경쟁, 뒤처지는 한국

저장·압축장치 등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수소충전소는 1곳 건립에 30억원가량 필요하다. 국내 수소충전소 생태계는 불모지다. 연구용을 더해 사용 가능한 수소충전소는 전국적으로 15곳에 불과하다. 건립 예정된 12곳이 추가돼도 30개를 넘지 못한다.
현재 79개 충전소를 운영 중인 일본과 비교하면 관련 인프라가 매우 열악하다. 일본은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900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수소충전소 100개소 이상 건립계획을 세운 중국 정부는 기업이 시설을 설치할 경우 비용의 60%를 보조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독일은 50여곳의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2023년에는 수소 충전소를 4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다른 경쟁국과 비교해 국내 수소충전소 인프라가 뒤처지는 배경은 표면적으로 건립비용 부담에 있다.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소충전소 건립에 민간기업이 초기 자금을 선뜻 투입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친환경 정책에 따라 수소충전소 건립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팔면 팔수록 손해", 운영손실 리스크

그래픽=이은주 디자이너© News1
그래픽=이은주 디자이너© News1

에너지 업계는 수소충전소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건립비용 부담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충전소를 지어도 마진이 남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시설을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친환경 정책에 따라 중국처럼 수소충전소 건립에 필요한 재원의 50%를 지원해주기로 지난해 결정했다. 지원금액은 한기당 15억원, 총 150억원으로 수소충전소 10기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그중 민간보급으로 이뤄지는 3대는 올해 4월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건립비용의 절반을 지원해줘도 운영손실이 불가피하다보니 해당 사업참여를 적극적으로 타진하는 민간기업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원대상도 중소기업으로 한정해 충전소 건립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충전소 사업은 수소차가 충분히 돌아다니는 환경이 마련돼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가 넥쏘 시판을 앞두고 있지만 구매보조금 부족으로 단기간 판매량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소충전소 사업에 참여한 기업은 일정 기간 이상 운영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 독일 SPC 설립 후 운영손실 보전, 대안 될 수도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면 민·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가 운영손실 보전 등으로 리스크를 분담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때 투자에 참여하는 기업은 합작사를 설립해 부담을 최소화하는 일이 가능하다.

독일이 좋은 사례다. 50여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 독일은 민·관 협조 체제 아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인프라 확대를 이끌어 냈다. 독일은 2030년 수소충전소를 400개까지 늘릴 계획으로 다임러와 쉘 등 6개 기업이 프로젝트 기업(H2M)과 함께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지는 정유사 파트너들과 산업용 가스사가 제공하고 수소판매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에(2023년 이후 예상) SPC는 해산되는 구조다. 손익분기점에 다다를 때까지의 운영 손실은 독일 정부가 보전해준다.

SPC 해산과 함께 수소충전소는 참여기업에게 시장가격 또는 장부잔존가로 판매한다. 건설 플랜트에서 민간투자 유도를 위해 사용되는 BTO(건설→이전→운영)와 비슷하지만 판매수익이 나는 시점에 시설과 운영권을 모두 투자기업에게 넘겨준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다.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데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보상해주는 기법으로 단기에 수소충전소를 확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권성욱 수소 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대외협력지원실장은 "독일은 민간투자를 유도해 정부가 함께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한 좋은 사례"라며 "해당 모델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haezung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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