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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 거짓말 정치 이젠 안 통할 것

이광수의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8-03-21 09:32 송고 | 2018-03-21 10:41 최종수정
책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 표지(사진출처: 인터넷교보문고)

‘워터 게이트’라고도 하고 ‘닉슨 게이트’라고도 하는 사건이 있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인 닉슨의 참모들이 닉슨의 재선을 위해 워싱턴 D.C.에 있는 워터게이트 건물의 민주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닉슨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성공해 재선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재선 후 열린 재판에서 자신과의 통화가 녹음된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나 의회의 탄핵을 피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사건이다.

이게 무려 46년 전인 1972년의 일이다. 도청장치를 설치해 도청을 했던 것도 아니고 설치 미수에 그쳤는데 그랬다. 당시 대한민국의 사정은 어떠했는가. ‘남산 중앙정보부’와 군대를 앞세운 공화당 박정희 정권의 무시무시한 독재 시대였다. 독재에 방해가 되는 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에 끌고가 고문으로 정신과 육체를 절단내거나, 멀쩡한 사람을 북괴 간첩으로 조작해 온 가족의 삶을 파탄내거나, 심지어는 엉터리 재판을 통해 교수형에 처해버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도청이나 미행 같은 노골적 감시는 아이들 장난 같은 나라의 국민들에게 ‘도청미수’로 대통령이 물러나는 현실은 그저 신기루일 뿐이었으리라.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역사가 깊을수록 영향력 있는 정치인의 거짓말은 그만큼 위중하다. 그러나 워터 게이트로부터 46년이 흘렀건만 대한민국 정치인들에게 거짓말은 정치생명의 연장과 영향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전가의 보도다. 딱 하나의 예만 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한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에 따른 일련의 조치들을 놓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며 사사건건 반대와 비난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여당이었던 이들 정치인들은 특별법까지 통과시키며 남북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이었다.

설마 이들이 자신들의 과거에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었다고 생각하거나, 벌써 망각해서 그랬을까. 도처에 널린 증거기록들만 봐도 그건 상상불가한 일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무조건 거짓말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이런 적반하장 행위의 책임이 그들에게 '3'이 있다면 국민의 책임은 '7'이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뻔뻔한 거짓말을 해도 내 편이면 문제 삼지 않는 ‘내로남불’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1972년의 미국처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촛불을 든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당했고, 지금 감방에 갇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구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이 이리 변했다는 것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어리석음은 다음 선거에서 여지 없이 심판 받게 되리라 나는 확신한다.
더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맞서는 촛불정국 때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기막힌 정치판 예측과 훈수’로 ‘교주’의 반열에 오른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가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이라는 책까지 펴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정치인에게 안 속고 정치판 꿰뚫는 기술 /이광수 지음 /레디앙 펴냄 /1만60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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