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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청약 후폭풍]①대출 불가에 청약포기? "방법 있어요"

건설사, 중도금 2∼3회 납부하면 계약해지 안해
분양가 50% 있으면 무조건 청약해야…잔금 준공후 전세자금 받아 해결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18-03-20 06:00 송고 | 2018-03-20 10:09 최종수정
19일 특별공급 접수가 진행된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News1
19일 특별공급 접수가 진행된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News1

"계약금 내고 중도금 2∼3회만 납부할 수 있는 현금만 있으면 됩니다. 건설사가 나머지 중도금 내지 않아도 계약 해지 않겠다는 특약을 제시할 겁니다. 앞선 사례가 있어서 디에이치자이 개포도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 마련된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분양가의 절반 정도만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10여분간 이어진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다만 약간의 편법이 필요했다. 7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 앞에서 '편법'은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 특약에 "계약해지 않겠다"?…사실상 중도금 대출

현지 중개업소는 분양가의 절반 정도의 현금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법과도 같은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이같은 추정은 중도금(6회) 중 절반만 납부해도 계약해지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건설사가 중도금 2∼3회까지 납부하면 계약을 해지하지 않겠다는 특약을 명시할 것"이라며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단지에선 이미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면 최저 분양가 전용면적 63A㎡(9억8010만원)의 경우 계약금 10%와 중도금 3회차까지 더하면 3억9204만원이 필요하다.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 옵션을 더해도 전체 분양가의 절반이하로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중도금을 절반 정도 납부시점에서 1년~1년 반 정도만 지나면 실제 입주가 시작된다. 이 기간은 중도금 납부 대신 연체이자만 감당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후 입주시점(2021년 7월)에 계약자가 전세 보증금을 받아 연체된 중도금과 잔금까지 충당하면 소유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미 업계에서는 중도금 미납 방법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계약자는 중도금 3회가량의 연체 이자만 떠안으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은 얻는 셈이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도금 미납 관련 특약은 건설사가 쉬쉬하는 내용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며 "특약이 없다면 앞으로 강남은 진짜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에선 디에이치자이 개포 역시 앞선 사례와 비슷한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건설사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데다 계약 해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설사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일반분양이 1690가구에 달한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공급 접수자 중 이미 이런 방법을 알고 찾아온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당첨여부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뿐 자금조달에 대한 걱정은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 실제로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 A씨는 "중개업소에서 중도금 미납으로도 입주때까지 끌고 갈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며 "분양가 절반이면 5억원 정도인데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도금 대출이 막혔지만 처음부터 분양가 절반 정도의 자금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접근한 셈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 특별공급을 접수하기 위한 청약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News1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에 특별공급을 접수하기 위한 청약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News1

◇ 정부, 자금 출처 등 고강도 압박 예고…그래도 로또청약 기대감

업계 안팎에선 사실상 중도금 대출을 용인한다는 제도라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가 허점을 노리고 청약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출을 규제하는 정부의 대책에 어긋나는 제도라는 점에서 조심스럽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막을 수도, 그렇다고 이를 알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역시 '꼼수'가 가능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특별공급 청약자들은 정부의 세무조사 등 정방위적 압박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모델하우스 내부엔 정부의 위장전입 직권조사 등 불법거래 단속에 관한 사항을 적힌 안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사업지 인근 중개업소에서도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 불법 분양권 거래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청약자들은 수억원의 시세차익에 대한 달콤한 유혹은 쉽게 떨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개포동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단속을 예상보다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며 "빈번했던 다운계약서와 불법분양권 거래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모델하우스는 특별공급 접수 시작 2시간 전부터 방문객들이 몰렸다. 고작 한시간 지난 상황에서도 대기줄이 수십m까지 이어졌다. 늦게 현장을 찾은 청약자들은 2∼3시간 대기는 감수해야 했다. 수만명 인파가 몰려든 주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특별공급 마감은 대기하는 고객들까지 접수할 것"이라며 "밤 늦게까지 업무가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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