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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푸틴의 러시아가 한국편을 들게 하려면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3-19 14:26 송고 | 2018-03-19 22:55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유라시아의 차르를 꿈꾼다는 푸틴이 76%를 넘는 지지로 러시아 대통령에 재선되었다. 4연임이다. 중국의 시진핑은 3연임 제한을 철폐하는 개헌 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2970명 만장일치로 주석에 선출되어 장기집권을 시작했다. 푸틴과 시진핑은 서로 축하를 주고받았다. 러시아와 중국의 민주주의 후퇴에 비판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향후 어떻게 대응하고 국익을 챙길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 두 나라 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릴 때가 되었고 북핵문제와 남중국해 분쟁이 있는 동아시아가 가장 우선일 것이다.

작년 여름방학 동안 세계각지에서 온 학생들과 ‘미국과 동아시아’라는 수업을 진행했다.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계를 정치· 외교·경제·금융 등 다양한 관계에서 조명해 보는 과목이다. 그런데 준비과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중국, 일본, 우리나라와 대만을 다루는 것은 물론인데 러시아가 과연 동아시아 국가인가의 문제가 떠오른 것이다. 결론은 러시아도 동아시아 국가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수업 내용에 포함했다.
러시아는 통상 유럽 국가로 여겨진다. 물론 유럽에서는 유럽 국가로 보지 않기도 한다. 어쨌든 동아시아에 영토를 보유하고 있고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사실 100년 전에 러시아는 동아시아에 적극 진출하다가 일본 때문에 좌절되기까지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했다. 한반도에도 진출해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완충세력 역할을 해 주기도 했다. 고종이 피신해 갔던 곳이 러시아 대사관이다. 러시아 외교관들이 한국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평가를 했었다는 당시의 기록도 많이 남아있다.

볼셰비키혁명을 거쳐 적대세력이 된 이후 러시아는 먼 나라가 되었다. 필자는 1980년대에 독일 유학을 갈 때 러시아 상공을 지날 수 없었기 때문에 북극항로로 갔었고 그 후 대한항공기 피격사건까지 났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매우 역량 있는 민족의 나라다. 차이콥스키, 도스토옙스키는 우리 젊은 시절의 지적 동반자들이었다. 미국보다 먼저 우주인을 배출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도 러시아를 꺾지 못했다. 엄청난 고난을 겪었지만 자존심을 지켜낸 나라다.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미국까지 포함하면 매우 복잡한 방정식처럼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대립하고, 1970년대 서로 앙숙이었던 중국과 러시아는 밀착되어 있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미·중 수교를 가져왔고 거기서 위협을 느낀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미국은 중국 해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막아주는 대만과 필리핀을 놓칠 수 없고 중국과 베트남은 아직 구원이 남아 있다. 인도는 중국과 한 판 대결을 벌일 태세다. 여기에 북핵문제가 추가된다.

러시아는 대북제재에 좀 미온적이다. 그러나 가만히 보면 러시아는 중국만큼 북한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사실 북한 때문에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꿈이 보류되어 있는 셈인데 러시아는 못마땅할 수도 있다. 유가는 떨어지고 경제제재는 옥죄어 오는데 푸틴의 마지막 보루는 시베리아다. 만일 지구에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라도 생겨서 매머드(mammoth)가 노닐던 시절처럼 시베리아가 온난한 지역이 된다고 생각해 보자. 러시아는 미국을 능가하는 부국이 될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미·중의 대립에서 뭔가 돌파구가 되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말은 많았지만 나로호 때처럼 과학기술협력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고 성공적이었던 조성진씨의 작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주회를 상기해 보면 음악예술 교류도 좋다. 작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한·러 정상은 극동개발 협력과 함께 북핵 불용과 비핵화 협상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계속 챙겨나가야 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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