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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일 "최순실에 부역한 것 용서구하기 위해 책썼어요"

[인터뷰]책 '노승일의 정조준' 펴낸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8-03-19 14:02 송고 | 2018-03-20 10:14 최종수정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내부고발자인 노 씨는 최근 최순실과 처음 만나 함께 일하게 된 이야기부터 핵심 고발자로 서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 '노승일의 정조준'을 펴냈다. 2018.3.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국정농단의 부역자로 일했지만 방송에서 짧게 얘기한 것 외에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했고, 최순실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려주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내부고발자인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현 대한청소년체육회 이사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2014년 3월 체육재능기부 사단법인을 만든다는 최순실을 처음 만나 함께 일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 내부 고발의 자료를 모으는 과정과 이 사건의 핵심고발자로 서기까지 이야기를 담은 책 '노승일의 정조준'(매직하우스)을 최근 펴낸 그는 책을 쓴 이유가 이처럼 '용서를 구하기 위해'라고 강조했다.

최순실 밑에서 일한 부역자기도 했지만, 그 덕에 입수할 수 있었던 증거들은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수차례 청문회와 재판에서 조목조목 상대의 주장을 깨고,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면서 국민들은 그를 '의인'으로 불렀다. 하지만 노승일 전 부장은 자신을 '꼴통'이라 부르고 누구라도 자신의 위치에 있었다면 내부고발에 나섰을 것이라고 했다.

노 전 부장은 "말로만 상대와 싸우면 진실이 묻혀버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내게는 결정적인 증거들이 있었다"면서 "그런 자료가 손에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싸울 수 있고, 누구라도 싸웠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노 전 부장이 가졌던 증거들은 스포츠클럽 지원 사업 전면개편 방안에 대해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해 2016년 2월 작성한 청와대 문건이다. K스포츠재단과 더 블루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증거였다. 
또 2016년 3차 국정조사 청문회 당시 박영선 의원은 노씨가 녹음한 '비선실세' 최순실씨와의 대화를 증거로 내놓아 다시 한번 국정논단 혐의의 쐐기를 박았다. 녹취에서 최씨는 "정신 바짝 차리고 걔들이 완전 조작이고, 이거(태블릿 PC)를 훔쳐가려고 그랬다고 불어야 하고…"라고 '지침'을 내렸다. 최씨는 "이것들이 아주 짰다. 수작을 부린 것 같다"며 "나도 검찰에 가면 구속될지 모른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책 '노승일의 정조준' 표지(사진출처: 인터넷교보문고)

책에는 증권회사를 다니다가 최순실에 고용되었다가 해고되고, 다시 고용되어 독일로 건너간 과정 등이 세세하게 나온다. 특히 노 전 부장을 의심한 최순실이 그를 또 해고하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오라 했지만, 정유라와 그의 남편, 말 관리사 등에게서 '왕따'를 당하면서 마구간 옆 작은 숙소에서 먹을 것도 없이 한 달을 버티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독일에서 버틴 이유를 묻자 노 전 부장은 "자료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다. 내가 재무담당이라 인보이스(청구서) 오고 가는 증거를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최순실이 그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아 더 이상의 증거를 얻지는 못한 채 노 전 부장은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등 몸만 상했다.

"산책하다가 땅에 떨어진 야생 사과를 주워서 먹었어요. 호두나무인 줄 몰랐는데 익으면서 떨어져서 호두인 줄 알게 되어 호두도 먹고요. 9~10월 사이 마장에 민들레가 피어서 그것도 먹고 싶었는데 말 분뇨가 묻어 있어서 먹지 못했어요."

안 쓰는 냉장고에서 찾아낸 곰팡이 핀 빵은 곰팡이 부분을 다 잘라내고 다시 바싹 구워서 먹고 마늘 장아찌도 곰팡이를 걷어내고 다시 씻어서 먹었다. 하지만 정유라와 그 가족들, 이들을 돌봐주는 이들은 보란듯이 부식을 쌓아두고 포식했고, 정유라는 노 부장이 나중에 또 먹으려고 간장을 부어놓은 장아찌를 이사가며 통째로 들고 가버렸다.

노 전 부장은 "정유라의 첫인상은 순하고 도와주고 싶은 느낌을 주는 친구였다. 최순실 역시 뭔가 도와주고 싶게 하는 '측은지심'을 갖게 했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면 악한 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K스포츠재단을 퇴사한 후 최근 청소년장학재단인 대한청소년체육회를 설립했다. 원래 노승일체육장학회로 지었던 재단은 사람 이름이 단체명에 들어가면 안된다는 지방자치단체 규정에 따라 본의 아니게 거창한 이름이 되었다. 노 전 부장에 따르면 이 꿈을 이루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들어갔지만 최순실은 청소년 지원을 '여기저기 쓸데없이 퍼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노부장이 그러고 싶으면 나가서 만들어"라고 말하며 막았다. 하지만 '국정농단'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점점 줄면서 대한청소년체육회의 후원도 점차 줄고 있다. 이번 책을 낸 것도 책의 인세 수입을 여기에 쓰기 위해서다.

"지금도 바닥이 어딘 줄 모르겠어요. 증권회사의 임시 계약직을 하다 1년후 정규계약직, 1년후 정규직이 되고 총 12년을 증권회사를 다녔는데 빚만 졌어요. 그 암울한 과정을 책에 간략히 넣었는데 내가 이 책으로 강연을 한다면 국정농단보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가는 과정의 고충, 정규직을 위해 조금씩 투자한 것이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빚이 된 과정 등 지금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할 겁니다."

내부고발을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내부고발자들은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 얼굴을 알리는 게 낫다. 그게 보호장치가 된다"며 " 내부고발의 진짜 두려움은 이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자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를 "최순실과 같이 일한 부역자인데 국민세금으로 나를 보호해줄 만큼 그정도로 내가 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돌을 안맞은 것만도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웃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3.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16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8.3.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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