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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하세월', 가해 교수는 '버티고'…대학가 미투 그 이후

진상조사는 지지부진…상담서 2차 피해 발생
"조사 기관에 젠더 감수성이 있는 전문가 투입돼야"

(서울=뉴스1) 김세현 기자 | 2018-03-17 06:00 송고 | 2018-03-23 10:42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미투(#MeToo) 운동'이 대학가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 당국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2차 피해'는 물론 진상규명의 신뢰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체 조사 '지지부진' 속 추가 피해 사례도

17일 한양대 등에 따르면 대학원생 A씨는 지난 1월 법학전문대학원 B교수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당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B교수에게서 '단둘이 만나고 싶다', '열렬한 관계가 되자' 등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인권센터 측은 지난 2월말에서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폭로 이후 조사가 한달 가까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학교 측은 A씨의 신고 접수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조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B교수가 대학원 수업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추가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황이다. 복수의 학생들에 따르면 B교수는 수업에서 "(집사람은) 가사 도우미로 맨날 일하고 밤만 되면 나의 위안부로 일하고, 자녀의 선생으로 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인권센터는 B교수의 여성 비하 발언을 아직 파악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학교가 아닌 언론에 바로 고발된 내용이라 파악이 안 된다"며 "피해자들이 해당 발언을 녹음했다는 녹취본도 아직 전해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제자 성폭행 의혹을 받는 김태훈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에 대한 조사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세종대는 성폭력조사위원회를 꾸린 뒤 김 교수를 한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관련 의혹을 살펴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징계 여부는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 이후 김 교수는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상태다.

세종대 관계자는 "징계위원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현재로선 조사가 언제 끝날지 미정"이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상담사가 2차 가해…"젠더 감수성이 있는 전문가 필요"

학교기관의 미숙한 대응은 교수를 상대할 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피해 학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상담사가 '2차 피해'를 양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국대에 따르면 이 학교 상경대 소속 남학생 C씨는 지난해 2월 새내기 배움터 기획단 회의 후 가진 술자리에서 D씨를 성추행해 무기정학 처분을 받았다.

가해자는 처벌받았긴 했지만, D씨는 조사과정에서 원치 않은 2차 피해를 입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학교 양성평등센터 상담사는 신고한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라고 강요하는가 하면 조사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면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상담사는 지난 1월에서야 다른 상담사로 교체된 상태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아직까지 대학에 성폭력·성희롱에 대한 기본적 구성이 부족하다"며 "성폭력뿐만이 아니라 2차 피해까지 해결하기 위해선 학내 조사 기관에 젠더 감수성이 있는 전문가가 투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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