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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폄하 하일지 '성추행'의혹…"산책길에 억지로 입맞춤"

동덕여대 재학생 SNS 통해 피해사실 밝혀
하일지 "입맞춤 사실이나 강제성 없었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2018-03-16 15:15 송고 | 2018-03-16 16:53 최종수정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하일지 교수(본명 임종주)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어 있다. 2018.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하일지 교수(본명 임종주)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나붙어 있다. 2018.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소설 '경마장 가는 길'의 저자로 동덕여자대학교에 재직중인 하일지 교수(본명 임종주·62·문예창작과)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앞서 하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사건의 피해자 김지은씨와 '미투(#MeToo)운동'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하 교수는 피해 학생이 자신에게 보낸 사과메일을 근거로 강제추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정상적으로 복학해 학교를 마치기 위해 억지로 사과를 했을 뿐 가해 행위와 정신적 고통은 모두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재학생 A씨는 16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2016년 2월쯤 하 교수와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성추행을 당했다"며 "하 교수가 다시 교단에 설 수 없기를 바란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A씨는 전날(15일) SNS와 학내 커뮤니티 등을 통해 하 교수의 가해 사실을 폭로했다.

A씨에 따르면 하 교수는 A씨와 함께 전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하거나 팔당변 인근을 산책하고 귀가를 함께하기도 하며 가깝게 지내는 사이였다. 가족과 남자친구 등 친지들이 '그런 일은 평범하지 않다'며 걱정스러워했지만 A씨는 '하 교수를 믿고 따르는 제자로서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고 그런 의도도 전혀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곤 했다.

그러나 A씨가 평소처럼 하 교수와 식사와 반주를 한 뒤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가던 날 사건이 일어났다. 화장실을 찾는 A씨에게 하 교수는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없다"며 인적이 드문 풀숲에 차를 세웠다. 풀숲 뒤쪽으로 들어간 A씨는 하 교수가 가까이 다가오려는 기색이 보이자 "오지 말라"고 말했다.

이후 차로 돌아가던 중 하 교수는 A씨의 한쪽 팔을 잡고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며 입을 맞추었고, 놀란 A씨는 하 교수를 곧장 밀쳐냈다. A씨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왜 이런 일을 했느냐"고 묻자 하 교수는 "갑작스러운 충동에 실수했다" "자기가 만나 왔던 여러 여자 중 다른 방면에서는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믿고 따르던 하 교수에게 이같은 일을 당했다는 데 충격을 받은 피해자는 이후 평소 앓던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를 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사건이 일어난 뒤 원치 않게 피해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속적인 2차피해에 시달렸지만 학내에서 별다른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A씨는 "교수님 두 분에게 상담 요청을 드렸는데 한 분은 '학내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다른 한 분은 '그 분이 그럴 줄이야,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 정도로 이야기하고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과 대표였던 학생에게도 이야기했지만 난처한 기색만 표하고 아예 제가 그런 일을 언급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눈치였다"고 덧붙였다. A씨도 사건 직후 언론 제보를 고민했으나 하 교수의 학내 영향력과 문단에서의 권위로 돌아올 후폭풍이 두려워 결국 인터뷰를 포기했다.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마련된 하일지 문예창작학과 교수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8.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인문관에 마련된 하일지 문예창작학과 교수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8.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와 별개로 A씨는 사건 이후 하 교수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저는 하 교수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했다"며 "제가 아무리 말을 해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지 않아서 울분 때문에 전화를 하면서 계속 진심어린 사과를 받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뉴스1에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하 교수는 A씨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정신적으로나 무엇으로나 상처를 주었다면 나는 그것에 대한 벌을 달게 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순간 너에게 우정을 느꼈다. 우정의 표현이었던 것은 맞다", "네가 거부반응을 심하게 일으킬 줄 몰랐고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키스라고 하니까 무슨 성적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유럽에서는 키스라는 것이 별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A씨에게 입을 맞춘 것은 사실이나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키스를 한 번 한 것은 사실이다. 원하지 않든, 내가 갑자기 해 버렸으니까 그건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며 "내가 즉시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했고 이후로도 많은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건이 일어난 뒤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성적인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적은 점을 들어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주장을 할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보다도 메일만 보면 본심은 뭐였냐는 것이다"라고 강제성이 없었다는 점을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이같은 하 교수의 입장에 대해 "메일에서 이전에 했던 말을 다 부정했지만, 학교를 다녀야 하고 졸업을 해야 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학교 생활에 문제가 없도록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 메일을 보냈을 뿐"이라며 "사과 또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취한 상태에서 밤에 전화를 한다거나 무례한 말투를 쓰는 등의 행동에 대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한편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오는 19일 하 교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동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학내에 인권센터가 없어 이 문제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지나 연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개선돼야 하기에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m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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