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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미투'에 침묵할 수밖에 …여성기업인 '웃픈' 현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8-03-13 08:46 송고 | 2018-03-13 08:53 최종수정
© News1
수십명 혹은 수백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부를 쌓았고 이름만 들어도 누구인지 아는 최고경영자(CEO). 이들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약자일 수 있을까. 

여성 기업인의 성폭력 실상을 다룬 '여성기업인의 눈물' 기획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질문이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많은 것을 가졌다. 여러 언론에서는 이들을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치켜세우는 경우가 많아 더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만난 이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여성 기업인들을 보호받아야 할 약자로 설정해야 하는지 고민은 거듭됐다. 일부 여성 기업인은 "제대로 된 사실 관계 확인 없이 가해 지목 남성을 마냥사냥하고 있다"며 미투 운동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털어놓은 사연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자신이 고용한 운전사가 있는 차 안에서 유력 정치인에게 '몸쓸 짓'을 당했다. 심지어 기업인들과 고위 공무원이 만난 자리에서는 항상 옆자리에 앉아 술시중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성폭력을 고발했다 '꽃뱀'으로 몰린 여성 기업인도 있었다. 

이들은 성공한 기업인이었지만 '여성'의 굴레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던 셈이다. 한 여성 기업인은"성희롱·성추행은 너무 빈번해 특별하지 않을 정도"라는 웃픈 고백도 나왔다. 

그러나 여성 기업인들에게 '미투(#MeToo)운동'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행사한 남성은 주로 투자자나 고위 공무원, 정치인, 동료 기업인까지 다양했다. 언제라도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힘' 있는 남성들이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이 걸려 키워놓은 자식같은 회사, 동고동락을 함께 해 온 직원들을 생각하면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있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상처는 남성과 사회에 대한 불신과 냉소로 덧난다.

"성추행을 당하고도 지금도 가해자와 잘 지내고 있다. 다만 정치인은 물론 남성 자체를 믿지 않는다"

여성 기업인의 현실이다.


mr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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