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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 이런 총장님을 찾습니다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03-11 20:00 송고 | 2018-03-12 14:11 최종수정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 대학의 10대 총장을 선정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여성 총장이 포함되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미시간대 메리 수 콜먼 전 총장이다. 콜먼 총장은 특히 발전기금 모금 실적 부문에서 최고의 총장으로 기록되었다.
콜먼 총장은 2002년에 취임했다. 당시 주 정부가 주립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미시간대 예산의 10% 정도만 지원하고 있어서 학교 재정난이 심각했다. 콜먼 총장은 대대적인 기금 모금 캠페인을 시작해서 2008년까지 32억 달러를 모금한다. 매년 6000억 원 정도를 모금한 것이다. 이 숫자는 미국 주립대학 역사에서 최고 기록이다. 미시간대는 2008년에 연구비로 10억 달러를 지출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학교의 위상이 높아졌다. 미시간대는 작년 기준 세계에서 열 번째로 돈이 많은 대학이고(하버드 1위) 연구비 예산은 2위다(존스 홉킨스 1위).

역시 10대 총장에 포함된 존 섹스턴 전 뉴욕대 총장은 2002년에서 2015년까지 재직했는데 한 캠페인에서 30억 달러를 모금하기도 했다. 섹스턴 총장은 그 돈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던 버클리대 등지에서 유능한 교수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맨하튼의 고급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뉴욕대에서는 교수의 지위를 보려면 어떤 아파트에 사는지를 보면 된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아파트 무상사용을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하는 수완도 발휘했다.

섹스턴 총장은 적극적인 국제화 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에 아부다비에 분교를 열었다. 뉴욕대는 해외에 분교를 연 첫 대학이 되었다. 전 세계에서 학생을 모집했는데 첫 해에 지원자의 2%만 입학할 수 있었다. 39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입학했다. SAT 기준으로 미국 5대 대학에 필적했다. 뉴욕대 학생들은 40% 이상이 재학 중에 해외에서 공부하는 경험을 쌓는다. 텔아비브와 상하이에도 분교가 있고 싱가포르 국립대와는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또 다른 전설적인 총장은 릭 레빈 전 예일대 총장이다. 1993년에서 2013년까지 무려 20년을 총장으로 재직했다. 취임 당시 32억 달러였던 기금을 퇴임 때 200억 달러로 불려놓았다. 레빈 총장은 학교 시설의 70%를 개보수했다. 인근 17개 건물을 매입해서 캠퍼스를 확장하고 첨단화했다. 직원들에게 의료보험 혜택과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급여도 인상했다. 중국과의 교류 사업에 역점을 두었고 싱가포르 국립대와 공동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발전기금 모금은 모든 대학 총장들의 짐인 동시에 구원이라고 한다. 모금은 대학의 담당 부서가 총장을 지원해서 조직적으로 진행되지만 총장 개개인의 개성과 역량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그래서 아무리 탁월한 실적이 있어도 기금을 모으지 못하면 훌륭한 총장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기금을 잘 모으면 다른 일을 조금 못해도 후한 평가를 받는 것이 대학 총장 자리다.

여기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대학 재정이 튼튼할수록 뛰어난 교수 유치가 가능하고 연구비 지원으로 지식의 생산과 교육이 원활해진다. 시설이 첨단화되어서 교수의 연구와 학생 생활이 윤택하다. 장학금도 넉넉해진다. 따라서 입학 경쟁률이 올라간다.  

발전 기금의 조성과 대학의 랭킹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로 2017년 대학의 기금은 하버드대 345억, 예일대 254억, 텍사스대 242억, 스탠퍼드대 224억 달러 순이다. 미국 밖에서는 사우디 대학들이 가장 부자이고 그 외 싱가포르 난양공대 24억, 오사카대 23억 달러의 순이다. 각종 대학평가와 대체로 순위가 일치한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있지만 유독 대학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회에서 대학이 수행하는 역할과 대학의 정체성이 변했다. 대학도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창출하는 경제적 생산기능을 발휘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대학교육은 정량평가의 대상인 상품화하고 있다. 여기서 발전기금 조성은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조류를 비판할 수는 있으나 우리 대학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각 대학에서는 혁신적인 재원 조달 계획을 제시하고 그 실천력이 검증된 인사가 총장이 되어야 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tigerk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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