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시나쿨파]트럼프 철강관세 강행, 진짜 노림수는?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8-03-09 06:42 송고 | 2018-03-09 07:25 최종수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세계가 반대하는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반대가 더 많은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강행했을까?
미국 코네티컷주 퀴니피액대학이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미국 국민의 50%가 관세부과에 반대하는데 비해 찬성은 3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해당업계인 알루미늄업계마저 일괄 관세에 반대했다. 알루미늄협회는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알루미늄 업계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맙지만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가가 올라 알루미늄 판매상들이 더욱 힘들어 진다”며 일괄 관세를 부과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굳이 관세를 부과하려면 국제 알루미늄 가격 왜곡의 주범인 중국에게만 관세를 부과해 달라고 부탁했다.

국민 절반이 반대하고 해당 업계마저 반대하는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무리하게 관세부과를 관철했을까?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다. 중간 평가의 성격이 강한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중국 등 제3세계로 공장이 이전돼 황폐화된 지역)’ 유권자들에게 다시 한 번 표를 구하기 위해서 ‘정치적 쇼’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러스트 벨트 주민들을 위해 수입산 저가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선언한 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를 복기해보자.

◇ 3월 1일, 일괄 관세 부과 발표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와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1주일 이내에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3월 5일, 라이언 하원의장 반발 : 미국 공화당의 권력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며 "우리는 이번 수입 관세 부과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이어 6일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꼭 보복을 해야 한다면 그 대상을 보다 좁혀 정밀하게 조준해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3월 6일, 게리 콘 경제위원장 사임 : '관세폭탄'을 막기 위해 끝까지 고군분투했던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콘 NEC 위원장은 자신이 주선했던 재계 최고경영자(CEO)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취소하자 이날 결국 사의를 표했다. 

콘 위원장은 그동안 관세부과가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설명하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로써 미국 행정부에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회장,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강경파만 남게 됐다.

특히 콘 의장은 월가의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골드먼삭스 CEO 출신으로, 월가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콘 의장이 사임하자 세계증시가 출렁거릴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콘 의장을 크게 신임해 그의 사임에 매우 상심했다는 후문이다. 

◇ 3월 7일, “안보 관련 국가 제외” :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보 후퇴를 결정했다.

이날 새러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캐나다와 멕시코 및 일부 국가들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세 부과 계획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 조치에서 제외되는 '일부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 3월 8일, 행정명령에 서명 :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또 15일 간의 유예기간을 두어 한국 등 개별국가와 협상을 통해 관세부과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관세가 '진정한 친구들'에게는 매우 유연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일주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신임했던 콘 위원장을 잃었고, 일괄 관세 부과에서 선택적 관세부과로 양보하는 등 상당한 출혈을 해야 했다.

이 정도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러스트 벨트 주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세계인의 신망은 잃었다. 그동안 미국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맏형으로서 세계인의 신뢰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신뢰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미국이 파리기후 협약에서 탈퇴했을 때처럼. 

러스트 벨트 하나 구하려고 세계를 버린 셈이다.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 격이다.

 
 



sinopark@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