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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동물원서 어미호랑이, 새끼 또 잡아먹어…벌써 세번째

'식자증' 증세…고양이과(科) 동물은 더 심해

(광주=뉴스1) 남성진 기자 | 2018-02-20 17:30 송고 | 2018-02-21 12:05 최종수정
우치동물원 호랑이 /뉴스1DB © News1 남성진 기자
우치동물원 호랑이 /뉴스1DB © News1 남성진 기자

광주시 북구 우치동물원에서 어미 호랑이가 갓 태어난 새끼를 잡아먹는 등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광주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5일 동물원 내 아프리카관에서 벵골산 호랑이 '러브'(9살·♀)가 방사장에서 새끼 호랑이 한마리를 출산했다. 

러브는 2009년 기아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 붙인 '아이, 러브, 기아' 등 세 마리 중 한 마리다. 

러브의 설 연휴를 맞아 동물원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출산했다. 우치공원관리사무소 측은 러브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러브를 내실로 유도하거나 가림막 설치 등 출산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새끼는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다음 날 새끼 호랑이가 보이지 않았다. 동물원측은 러브가 새끼 호랑이를 잡아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우치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를 어미가 잡아먹는 사건은 세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06년 10월에도 벵골산 호랑이 '아롱이'가 생후 40일 된 새끼 호랑이 두마리를 잡아 먹었다. 

이듬해 8월 말에는 아프리카산 사자 4·5년생 수·암컷이 몸무게 1㎏의 새끼 한 쌍을 낳았으나 태어난 지 8일 만에 어미가 새끼 두 마리를 잡아먹었다. 당시 우치동물원에서 새끼 사자가 태어난 것은 5년 만이었다.

지난 2002년에는 인공 포육(哺育)으로 기른 새끼 사자를 다른 사자가 물어 죽이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치동물원의 '산실'(産室·분만실) 환경과 주변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랑이·사자 등 맹수의 경우 키울 여건이 안되면 갓 태어난 새끼를 먹어 치우는 속칭 '식자증' 증세를 보이는데, 고양이과(科) 동물은 더 심하며 주변 소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치동물원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모습 (우치공원 제공)© News1
우치동물원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모습 (우치공원 제공)© News1

우치동물원은 △광산구 송정동 공군 전투비행단(서남방향 8㎞ 지점) △담양군 대전면 육군 포 사격장(정북방향 3.7㎞ 지점)과 가깝고 비행기 항로여서 소음피해가 심한 곳이다.

북구청 조사 결과 우치동물원의 소음은 평일 오후 56.9∼65db로, 100m 떨어진 곳에서 나는 사람 발 자국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맹수들에게는 높은 수치다.

우치동물원은 특히 이중삼중으로 방음처리를 해 놓은 전문 '산실'이 없어 '대물림'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새끼를 낳기 보름 전부터 맹수를 13.22㎡ 크기의 '산실'에 넣고 주변환경에 적응케 한 뒤, 전담 사육사를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등 자연 포육을 돕고 있다.

우치동물원 관계자는 "러브가 초산인 데다 배도 거의 부르지 않아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몰라 산실 격리 등의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사육사가 2명이나 부족한 점도 동물 관리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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