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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GM에 끌려다니지 않겠다" 재무실사 '맞불'

부실원인·재무상황 조사해 'GM 자구안' 압박
지방선거·일자리·지역경제 파탄은 부담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한종수 기자 | 2018-02-13 17:43 송고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13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2018.2.13/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3일 한국 군산 공장 폐쇄를 전격 선언하면서 정부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군산 공장 폐쇄는 경영난에 빠진 한국GM이 우리 정부의 자금 지원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정부는 일단 '재무적 실사'가 우선이라고 응수했다.

한국GM의 부실 원인이 GM본사의 '고사 작전' 때문인지 일시적 자금부족 때문인지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파산을 1~2년 연장하기 위해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GM은 해외 법인의 부실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의 지원을 끌어내지만 이후 사업성이 없으면 철수한 전례가 있다.

13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산업은행이 실사단을 꾸려 GM의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한편 산업부와 산은이 공동으로 GM측과 경영정상화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 산은은 한국GM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까지 함께 참여해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조율한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여당과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의 의지가 더해져 GM 사태 해결 방안이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론을 내기 위한 1차 행보로 GM에 대한 재무적 실사가 조만간 시작된다. 실사 기간은 조사 범위에 따라 달라지지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산업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GM이 잘못된 원인 규명이 우선이고 구체적으로 GM측에서 지원 요청이 오면 그걸 토대로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가장 큰 건 자금 지원 부분"이라며 "산은이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우선 실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자금 지원으로 GM을 정상화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1차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GM 본사의 지원, 구조조정 방안, 우리 정부의 자금 지원을 동시에 고려하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실사의 초점은 부실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GM의 부실 원인은 내부에 있다. GM 본사가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했고 한국 GM의 원가율이 93.8%에 이르는 것은 GM본사가 한국GM에 부품을 고가에 공급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본사 차입금 3조원의 이자가 4.8~5.3%에 이르는 등 2016년 한국GM이 본사에 지급한 이자비용만 13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사를 한다고 해서 자금 지원을 전제로 둔 것은 아니며 재무상태와 부실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1차적 목적"이라며 "실사 과정에서 매출원가와 로열티 부분이 합리적인지도 살펴봐야 하고 구체적인 실사 범위도 GM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의 부실 원인이 GM 본사의 정책 때문이라면 우리 정부가 자금을 지원한들 회생 가능성은 없다. 국민 세금으로 GM의 부실을 털어주고 끊임 없이 자금 지원을 요구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GM은 2012년 호주 정부로부터 2억5000만달러를 지원받았으나 2년 뒤 호주 홀덴 공장 폐쇄 결정을 공표했다.

정부로서는 GM과 협상이 부담이다. GM본사로부터 한국GM을 유지, 발전시킨다는 보장을 받아야 하지만 GM측이 이에 응할지는 알 수 없다. 더구나 국내적으는 6월 지방선거와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파탄이라는 정치, 경제적 부담을 안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

GM측이 2월말까지 시한을 정한 것도 이런 정부의 처지를 노린 압박카드로 보인다. 한국GM의 자구방안 중 하나인 신차 물량 배정 시한을 2월로 정한 것이지만 이는 일개 회사의 스케줄일 뿐이다. 

공장 폐쇄 발표를 하루 앞둔 전날(12일) 저녁에야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도 계산된 수순이라는 평이다. 회생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상대방에 대한 태도치고는 비신사적이다. 

이 정책관은 "GM이 2월 말 시한을 제시한 것은 GM의 자체 스케줄일 뿐 우리가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며 "갑자기 폐쇄 결정을 내린 것도 그들의 옵션일 뿐 일희일비할 일도 아니며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GM측이)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를 절묘하게 이용하는 것 같지만 끌려다니는 모습으로 일할 수는 없다"며 "일각에선 재정 투입에 대한 비난이 있을 수 있어서 우선은 산은이 2대주주로서 경영정보에 대해 접근해 내용을 파악하는 게 우선 수순"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군산공장 폐쇄는 우리 정부에 대한 압력을 강화한 것이지만 이미 예견된 것이고 GM의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유상증자를 실행하면 정부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회생에 실패할 경우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도 감당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내려진 13일 전북 군산시 한국지엠 군산공장 동문에서 노조관계자들이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다. .2018.2.13/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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