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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코치의 코치' 김성근 감독 "책임감, 사명감 품고 간다"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 역할, 일본에서도 최초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2018-01-23 06:01 송고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인터뷰.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인터뷰.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성근(76) 감독의 단단해 보이는 허벅지는 여전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면서 운동량이 더욱 늘었다. "나이가 먹어 몸에 보기 싫은 살들이 붙는다"며 운동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몸은 변함이 없었지만 표정은 달라졌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를 벗어난지 8개월. 그의 표정은 한결 평화로워 보였다. 야구장에서 만날 때보다 미소를 보이는 횟수도 크게 늘었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을 지난 19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났다. 약속 장소는 김 감독이 개인 운동을 하는 곳 근처였다. 인터뷰를 마친 김 감독은 어김없이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김 감독은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코치 고문'으로 부임한다. 코치들을 지도하는 '코치의 코치'라고 보면 된다. 일본에서도 처음 생긴 직책. 그만큼 일본에서도 김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프로야구 퍼시픽리그의 최강팀이다. 2010년부터 8년 동안 5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그 중 4차례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2014년부터 4년 동안은 2016년을 제외하고 3차례나 일본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런 소프트뱅크에서 김 감독을 영입한다. 소프트뱅크는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구단. 이번에는 '코치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소프트뱅크가 그 적임자로 김 감독을 선택했다.

-지난해 5월23일, 한화를 떠나는 것이 발표됐다. 8개월만에 새로운 소속팀이 생긴 셈이다.
▶(한화를 나오고)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다. 하루하루가 아깝게 느껴졌다. 의사들이 몸을 보고 놀란다. 건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되느냐고 물어볼 정도다. (웃음) 스트레스가 문제였다고 한다. 건강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누가 원망스럽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처음에는 한화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나온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왜 못했지' 싶더라. 그런데 11월말부터 책을 보기 시작하니 '이런 점이 부족했구나'하고 뒤돌아보게 되더라. 일본에 가게 된 것도 그런 복습의 연장이다.

-한화 감독을 그만두고 달라진 점이 있는가.
▶하나 바뀐 것은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거의 매일 사람을 만나다보니 익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이제 대화가 된다. 전에는 대화가 안되니 어떤 점에서는 나를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전에는 감독이라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말을 억지로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말하게 됐다. 난시가 있어서 사람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게 돼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23일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간다. 28일에 전체 코칭스태프 미팅이 있다. 31일에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로 같이 들어간다. 계속 일본에 머물 예정이다. 이제는 그쪽(소프트뱅크) 스케줄에 맞춰야 한다.

-오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이 김 감독의 영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 회장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고양 원더스에 있을 때 고치현의 행사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왕 회장과 내가 가서 축사를 했다.

더 시간을 돌리면, 1982년 OB 베어스에 투수코치로 있으면서 전반기 우승을 하고 이광환 타격코치와 도쿄에 가서 왕 회장을 만났다. 그 때 내가 통역을 해줬는데, 왕 회장이 야구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내가 '아시아 야구가 아시아에만 머물면 안된다.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기억이 난다.

-한국 지도자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일본에서도 이런 역할은 내가 처음이다. 만약에 성과가 있으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몇 사람을 살릴 수 있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임할 생각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훈련량이 많은 지도자'라는 표현을 썼더라. 일본 지도자들에게도 그 부분을 강조할 생각인가.
▶1군 감독을 만나봐야 한다. 이제는 내가 감독이 아니다. 2,3군에서 코치들에게 어드바이스를 하는 역할이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어색할 것 같다.

얼마 전에 일본 야구인들한테 이런 얘기를 한 적은 있다. 요즘 일본이 선수들을 풀어주니까 그게 우리한테도 돌아온다. 예전에는 일본이 타이트하니까 우리도 타이트했다. 훈련은 꼭 필요하다.

-SK 감독 시절 코치로 손발을 맞췄던 세기카와 고이치 코치가 소프트뱅크 3군 감독으로 있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6차전을 보러 갔었는데, 그 때 인사하러 왔더라. 그 때 소프트뱅크 구단에서 이번 코치직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인터뷰.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성근 전 한화 이글스 감독 인터뷰. 2018.1.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소프트뱅크는 성공적인 육성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이다. 이제는 지도자 육성에 공을 들이겠다는 방침이라는데, 김 감독의 영입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소프트뱅크 3군이 한국으로 경기를 하러 온 적이 있다. 당시 일본 내에서도 3군이 없어지는 추세였는데 소프트뱅크가 고집해서 이어갔다. 그게 육성의 진짜 힘이었다. 그렇게 육성한 선수들이 많이 1군으로 올라갔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야구는 KBO에서 원더스를 해체 상황으로 몰고갔다. 당시 10개 구단, 야구인들이 협조적이었다면 원더스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한국 야구가 많이 변했을 수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도 3군 리그가 생겨야 한다고 봤다.

-요즘 독립구단들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원더스에 있으면서 목표는 선수들의 프로 진출이었다. 그런 생각은 허민 구단주와 잘 통했다.

독립구단에서 선수들을 프로로 보내려면 프로 구단과 경기를 많이 해야 하고, 프로를 이길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카우트들이 독립구단 야구를 보러 온다. 그래서 나는 원더스에서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다.

그걸 갖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허민 구단주가 실망한 부분이 크다. 결국 원더스가 없어지니 야구계가 손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닌가.

요즘 독립구단들이 많이 생기는데, 먼저 프로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 창단 먼저 하고 만들려고 하면 늦는다. 프로와 경기를 해야 선수들이 희망도 가질 수 있고, 기량도 발전시킬 수 있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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