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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기의 책보기]블록체인이 자전거체인과 다른 점은?

오세현·김종승의 ‘블록체인노믹스’

(서울=뉴스1)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8-01-17 09:29 송고 | 2018-01-17 10:02 최종수정
© News1

나의 첫 직장은 1990년 입사했던 제철회사였다. 이 회사의 서울 공장 관리부에 배치됐는데 노무과, 안전과, 총무과 등 공장 관리직 전체가 한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그 사무실에는 286컴퓨터가 딱 한 대 있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퍼스널 컴퓨터(PC)라는 괴물의 실체를 대하는 순간이었다. 40여 명이 근무했던 그 사무실에는 상고를 졸업한 젊은 여직원들이 예닐곱 명 있었는데 그들이 주로 PC업무를 담당했다. 나는 물론 대리나 과장들은 품의서나 기획서를 볼펜으로 작성했기에 PC를 쓸 일이 그다지 없었다. PC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여직원에게 부탁하거나 과거 방식대로 수기(手記)에 의존했다.

2년 후 1조 원 매출의 건설회사 홍보팀으로 이직했다. 모두 5명이었는데 역시 여직원과 대리 남자직원 책상에만 PC가 있었다. 갑자기 회사에 사정이 생겼다. 이번에는 당시 정보통신(IT)분야의 선두그룹에 있던 시스템 통합(SI) 회사로 옮겨갔다. 사업전략을 주로 담당하는 기획부였는데 사무실 한 켠의 PC실에 설치된 10대 정도의 PC를 부서원들이 공유하고 있었다. 그게 1993년이었다. PC의 'P'자도 몰랐던 나는 ‘생존’을 위해 ‘독수리 타법’을 벗어나는 키보드 연습부터 시작했다. 1년 후인 1994년 12월 기획팀의 ‘1995년도 사업계획서’에 ‘인터넷’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다. 아마 그 즈음 모든 직원들의 책상에 PC가 놓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로 얼마 후 ‘넷스케이프’나 ‘익스플로러’ 같은 용어와 함께 접하게 된 인터넷은 신통방통 자체였다. 이메일(E-mail)과 채팅용 팝업은 가히 마법이었다. 팩스를 이용해 몇 시간씩 보내거나 직접 배달을 나갔던 언론사용 ‘보도자료’가 이메일 한 방으로 해결됐다. 물론 IT 전문매체인 전자신문의 기자임에도 이메일이 낯설어 팩스로 보도자료를 보내달라던 사람이 더러 있긴 했다. 젊은 모험가들이 ‘넷띠앙, 사이월드, 아이러브유스쿨, 네이X, 다움’ 같은 IT벤처기업 창업에 나섰지만 대부분은 긴가민가했다.

그러던 인터넷이 어느 순간 범람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완벽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인식체계 대전환)였다. 지표면 아래서 부글부글 끓던 용암이 임계점을 넘자 일시에 솟구쳐 지표를 덮는 것처럼 그렇게 인터넷은 급속수직상승곡선을 그렸다. 벤처투자광풍이 함께 불었다. 회사 이름에 ‘컴, 통, 텔’ 중 한 글자만 들어가면 눈 먼 투자가 몰려들었다. 코스닥 시장이 열렸고 벤처 주식 갑부들 뉴스가 지면을 도배했다.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 몇 년간 지속됐던 벤처 광풍은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벤처 쪽박 기사가 줄을 이었다.

지금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이란 ‘용어’로 시끌벅적하다. 단어도 개념도 인터넷과는 비교도 안 되게 어렵다. ‘블록체인노믹스’을 읽어보니 '블록체인'(Block Chain)은 ‘기술이자 철학’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여러 기술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상으로 우리를 덮칠 것이 분명’하다. 설마 저리 커질 줄 몰랐을 포털 왕국 ‘네이버(Naver)와 그 창업자’가 부러운가. 기회는 또 오고 있다. 블록체인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체인으로 구성된 블록’이다. 이게 ‘말인지 막걸리인지’ 궁금하면 ‘블록체인노믹스’ 일독을 권한다.
◇블록체인노믹스 /오세현·김종승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1만7000원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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