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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셰일 석유를 수입하는 한국

(서울=뉴스1) | 2018-01-16 10:43 송고 | 2018-01-16 10:55 최종수정
뉴스1 © News1
국제유가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새해 들어 국제유가 기준의 하나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쳤다. 지난 3년 동안 유가가 이렇게 올라본 것은 처음이다.
유가 상승이 원인은 주로 2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첫째 이란사태가 불러오는 지정학적 위기다. 석유는 국제정세에 예민하기 이를 데 없는 전략상품이다. 특히 석유생산국이 개입된 분쟁이나 정정불안은 유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이란의 반정부 데모사태가 이번 유가 인상을 부른 원인이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가 크게 악화되었다. 사우디는 최대 산유국이고, 이란은 4위의 산유국이다.

둘째 세계경제의 호전에 따른 석유수요의 증가다. 세계 경제는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견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IMF는 2018년 세계 GDP성장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정세와 세계경제 성장을 놓고 보면 석유 값은 오를 일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국제유가가 멋대로 올라가지 못하게 끌어당기는 균형자가 있다. 바로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 석유다. 미국의 석유생산량은 하루 1000만 배럴에 육박한다. 그 절반이 21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개발한 셰일오일이다.        

2014년 10월 초 뉴욕타임스에는 석유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된 적이 있다. 기사 제목은 ‘미국, 석유 유통의 전환점에 서다’였다. 그 일부를 발췌하면 이렇다.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 ‘B.W.잠베시’ 호가 7월 30일 원유를 싣고 갤버스턴항을 출발하여 목적지 한국을 향해 돛을 올렸다. 이 항해는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대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이 유조선에 선적된 원유 40만 배럴은 40년 만에 미국 본토의 원유가 해외로 처음 제한 없이 수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유조선의 출항은 미국이 석유 수출국으로 20세기 전반기에 세계적으로 행사했던 막강한 영향력을 다시 찾는 무대의 막을 올리는 것이다.”

잠베시 호가 선적한 원유가 한국의 어느 정유회사에 인도되었는지, 이 원유거래에 어떤 정치적 영향력이 개입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미국이 20세기 전반기에 행사했던 막강한 에너지 산업의 영향력을 되찾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당시 유조선 잠베시 호가 선적한 원유는 전통적인 석유가 아니다. 셰일(頁岩) 층에서 첨단기법으로 뽑아낸 셰일석유다. 셰일 석유는 국제 석유 값이 100달러 이상 치솟을 때 개발의 탄력을 받았고, 그 후 채굴원가는 계속 떨어져 40달러로 낮아졌을 때도 셰일 유전은 가동되었다.

셰일 석유의 출현은 세계의 에너지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어놓았다. 석유 최대 소비국이었던 미국이 석유수입을 줄이게 되니 유가가 떨어졌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정세를 쥐락펴락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영향력이 급속히 감소했다. 유가를 올리면 올릴수록 미국의 셰일 석유의 채산성이 높아지면서 OPEC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었다. 사우디는 OPEC의 감산(減産)동맹을 회피하고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미국 셰일 석유 산업을 고사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석유시장은 지극히 유동적이다. 뿔뿔이 흩어지기만 했던 OPEC이 러시아 등 석유생산국가와 동맹하여 1년 전 하루 석유공급량을 180만 배럴 감축하기로 합의했고, 지난 12월 다시 이 동맹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사우디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관건이지만 세계경제회복에 따른 석유수요 증가, 중국과 인도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수요 증가와 맞물려 유가를 올릴 개연성은 있다.

석유를 놓고, OPEC과 미국의 게임, 사우디와 다른 OPEC국가의 게임이 볼 만하다. OPEC 국가는 아니지만 막대한 산유량을 가진 러시아가 이 게임에 영향력을 끼칠 수를 노리고 있고,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의 지위를 확보한 중국도 석유거래의 위안화 결제 등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이 게임에서 미국이 승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셰일오일 자원과 기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도 미국의 석유업계는 셰일오일을 생산하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셰일 석유를 500만 배럴 이상 수입했다. 무역불균형 문제, 가격경쟁력 등이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국처럼 석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셰일 석유의 등장은 저유가추세와 수입다변화 측면에서 좋은 일이다. 석유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전략적 품목이기 때문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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