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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트럼프가 비운 자리, 시진핑이 앉겠다는데

(서울=뉴스1) | 2017-11-21 10:44 송고 | 2017-12-08 18:14 최종수정
뉴스1 © News1 
저물어가는 2017년 포항 지진이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우리가 서 있는 땅이 안전한 곳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올해 한국에선 예년에 흔하게 겪었던 자연재해가 별로 없었다. 홍수도 폭염도 없었고, 태풍이 상륙하지도 않았다. 서늘한 가을을 일찍 맛봤고, 벌써 영하의 겨울로 접어들었다. 지구온난화니 기후변화 같은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촌 전체를 놓고 보면 기후변화가 원인이 된 자연 재앙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미국 남부는 9월 두 개의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500년 주기의 폭우를 쏟아내며 휴스턴의 석유시설을 강타하고, 플로리다 주민 600만 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미국령 푸에리토리코는 ‘어마’가 파괴한 송배전 시설이 복구되지 않아 석 달째 섬 주민 330만 명이 전기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예년의 몇 배가 내린 폭우로 약 1000명이 사망하고 4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올해 북극해의 얼음은 더욱 줄어들었고, 남극 대륙의 빙하가 녹으면서 빠른 속도로 바다로 붕괴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인 자연재난을 두고 이제 기후변화와 무관하다고 우기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적어지고 그들의 목소리는 더 작아지고 있다. 기후변화 재앙을 우려하지 않는 국가 지도자는 이제 거의 없다. 그런데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지난 6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9월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의 가공할 위력을 경험한 미국에선 기후변화 논쟁이 가열되었다.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 토마스 레갈라도 마이애미 시장이 트럼프대통령에게 “기후정책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고, 과거 기후변화 문제에 둔감했던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모임을 갖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스러운 “파리협정은 미국산업에 피해를 주려는 중국의 사기극” 주장에는 변함없는 것 같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서명 유엔회원국은 미국을 포함 195개 나라였다. 내전 중인 시리아와 남미의 니카라과 2개국만 빠졌다. 그런데 이들 두 나라가 파리협정에 들어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나가겠다는 판에 말이다. 한마디로 트럼프 미국대통령 혼자만이 파리기후협정 밖에 서 있고, 이 때문에 미국은 세계 여론의 소수 편에 선 꼴이다.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독일 본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가 열렸다. 마치 189개국이 가입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안정적인 세계경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과 국제수지를 감시하고 어려운 회원국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듯이,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는 195개 가입국이 모여 온실가스감축 이행을 조정하고 감시하고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국가에 재정지원을 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기구다. 한마디로 2015년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협정의 후속 조치를 협의하고 결정하는 국제회의기구다.

올해 23차 당사국총회는 2020년부터 시행할 파리기후협정의 구체적 방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협정 탈퇴선언으로 회의는 사실상 맥이 빠졌다. 파기기후협정 자체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설득하여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인데, 트럼프의 탈퇴선언으로 미국의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고 말았으니 당분간 힘을 받지 못할 수밖에 없다.

유엔도 그렇지만 국제기구라는 게 아무리 회원국이 많아도 이를 설계한 주요 국가들이 주도권을 갖고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일이 진행되는 성향이 있다. 특히 강제규정이 없이 국제여론에 의해 기구의 목적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파리기후협정체제는 미국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과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미국이 빠진 올해 당사국총회는 미국을 원망하거나 비난하는 시선이 강했지만 언젠가 미국의 복귀를 희망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가 협정탈퇴 선언을 했지만 미국의 회원자격은 2019년까지 유지된다. 백악관과 환경보호청(EPA)이 냉담한 상태이지만 미국정부를 대표해서 48명이 총회에 참석했다. 중국과 캐나다가 각각 81명씩 대거 참가했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독일의 메르켈 총리,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의 역할이 관심을 끌었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의 빈자리를 겨냥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냈다. 시 주석은 그의 5년 집권 제2기가 시작되는 10월 18일 중국공산당제19차당대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 국제협력에서 중국이 운전석에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런 주장은 중국 인민들의 미세먼지로 겪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중국지도부가 석탄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대폭 늘려 나가겠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이산화탄소 감축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체제에서 운전석에 앉겠다는 것은 현재로선 뻔뻔스러운 태도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오염국가다. 게다가 파리협정에 제출한 자발적 감축기준 연한을 2030년으로 잡았다.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규제하지 않고 맘대로 배출한 후 그해 기준으로 줄이기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195개국 정상이 파리에 모여 기후협정을 체결하면서 세운 목표는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1.5도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기온 상승은 섭씨 1도를 넘어섰다. 195개 파리기후협정 서명 국가는 자발적인 감축 계획을 2015년 유엔에 제출했다. 유엔의 전문가들도 서명국들이 이산화탄소감축 목표를 성실히 준수해도 2100년 기온은 섭씨3도 상승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따라서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체제의 운전석에 앉으려면 획기적 온실가스 감축계획과 뚜렷한 실천이 선행된 이후라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번 COP23을 계기로 파리협정을 놓고 미국의 분열된 모습이 선명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마디 언급도 안 했고,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장도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공식 대표로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앨 고어 전 부통령과 수많은 주지사, 시장, 기업인이 참석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과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뉴욕타임스에 공동으로 기고하고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워싱턴(백악관)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잃어가는 것을 못 참는 미국 지도층의 몸부림 같이 느껴진다. 환경운동으로 노벨상까지 수상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당사국 총회 연설에서 “미국이 파리협정에 남아 있을 기회는 아직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 날 트럼프를 낙선시키면 된다” 고 외쳤다.  

미국의 뒷걸음질과 중국의 부상은 기후변화 이슈에서도 선명해지는 것 같다. 올해 1월 취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쳤다. 대외정책의 축소지향성이다. 지난 10월 19차 공산당대회에서 2기 집권을 공고히 한 시진핑 주석은 ‘기후변화 대응체제 운전석’을 말했다. 확대지향성이다.

기후변화 문제의 본질은 제로섬 게임도 파워게임도 아니다. 예상되는 기후재앙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서 인류의 공멸을 막자는 것이다. 아직 확연하지 않는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는 고도의 국제협력이 요구된다. 미국은 파리협정체제로 복귀해야 하고, 중국은 화석연료를 무진장 태워 경제성장을 추구하려는 탐욕을 버려야 한다.<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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