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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PC 결산②] 선동열호, 우승에 실패한 '세 가지 이유'

투수교체·실력 차이·의지 부족

(도쿄=뉴스1) 정명의 기자 | 2017-11-20 06:01 송고 | 2017-11-20 09:53 최종수정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0대7로 패한 선동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일본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17.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0대7로 패한 선동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이 일본 대표팀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2017.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선동열호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우승에 실패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투수 교체 실패, 실력 차이, 승리에 대한 의지 부족이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결승전에서 0-7로 완패했다. 결승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 한국은 기세가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 예선 1차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7-8로 패했지만 밀리지 않는 경기를 했고, 예선 2차전에서 대만을 1-0으로 제압하고 결승행 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만난 일본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예선과 달리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0-7 스코어가 알려주듯 그야말로 완패였다. 일본의 선발 투수 다구치 가즈토(요미우리)는 한국 타자들을 가지고 놀듯 투구하며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타자들이 침묵했지만 투수 교체 타이밍이 아쉬웠다. 선동열호가 이번 대회 우승에 실패한 첫 번째 이유다.

선발 박세웅(롯데)이 4회말 안타 2개와 야수선택 1개로 선취점을 빼앗긴 뒤 무사 1,3루 추가 실점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우승을 위해서는 실점을 최소화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해야 했다.

마무리 장필준(삼성)은 아니더라도 강력한 불펜 투수를 투입해 불을 끌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이후 선동열 감독의 투수 교체는 구위나 컨디션보다 '출장 기회' 또는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심재민(kt), 김명신(두산), 김대현(LG) 등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았던 선수들이 줄줄이 마운드에 올라 불안한 모습으로 추가점을 내줬다. 예선 일본전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김윤동(KIA)도 설욕을 위해 등판했지만 2점을 내줬다.

그걸로 경기는 끝이었다. 일본 마운드에는 다구치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이기기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한듯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아웃당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 5회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일본 니시카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대한민국 투수 김윤동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7.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 5회말 무사 1,3루 상황에서 일본 니시카와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대한민국 투수 김윤동이 아쉬워하고 있다. 2017.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사실 정말 아쉬웠던 투수교체는 지난 16일 일본과 예선전이었다. 4-1로 앞서다 4-4 동점을 허용한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구창모(NC)가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에게 투런포를 맞은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구창모는 정면 승부를 펼치다 홈런을 허용했다.

문제는 이어 등판한 김윤동이다. 김윤동은 선두타자를 잡은 뒤 볼넷 2개를 연거푸 내줬다. 선동열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해 다독였지만 김윤동은 추가로 안타를 맞은 뒤 1사 만루 상황에서 강판했다.

결과는 한국의 끝내기 패배. 김윤동에 이어 등판한 함덕주가 밀어내기 볼넷으로 4-4 동점을 허용했고, 승부치기로 진행된 연장 10회초 먼저 3점을 냈음에도 연장 10회말 동점 3점 홈런과 끝내기 적시타로 4점을 빼앗겼다.

김윤동의 교체 타이밍이 문제였다. 선동열 감독은 다음날 직접 "마운드에 올라갔더니 얼굴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고 위기를 맞은 김윤동의 긴장감을 대신 설명했다. 김윤동이 크게 긴장했음을 알고도 김윤동을 마운드에 남겨 놓았다는 것은 실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승에 실패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기량 차이다. 여전히 한국은 일본보다 한 수 아래 전력이다. 아마추어 야구, 프로야구 모두 저변이 일본에 비해 빈약하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가진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해 일본을 꺾어왔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본기에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특히 투수 쪽이 그렇다. 선동열 감독은 결승전 종료 후 다구치의 투구를 평가하며 "제구 면에서는 일본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열세인 투수력을 인정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승부처에서 볼넷 남발로 일본에 2연패를 당했다. 한국 대표팀 투수들의 제구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뜻이다.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일본 선발 다구치 가즈토가 역투하고 있다. 2017.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7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과의 경기에서 일본 선발 다구치 가즈토가 역투하고 있다. 2017.11.1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마지막으로 우승에 대한 의지도 부족했다. 선수들은 한일전을 패하면 안된다는 각오를 불태웠지만, 코칭스태프 쪽에서 반드시 우승을 하겠다는 마음보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강했다.

반대로 일본은 나이에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까지 3명을 선발하며 우승 의지를 불태웠다. 이나바 감독은 "어떻게든 이길 수 있도록 선수를 선발했다"며 "이기는 것이 사무라이 재팬"이라고 승리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 기본 전력에서도 앞서는 일본이 와일드카드까지 사용하니 한국으로선 이기기 어려웠다.


doctor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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