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반려견도 가족인데"…포항지진 대피소 '갈등'

(포항=뉴스1) 정우용 기자, 최창호 기자, 정지훈 기자 | 2017-11-18 07:00 송고 | 2017-11-20 15:41 최종수정
경북 포항지진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흥해읍 실내체육관에서 이재민들이 추위와 지진 공포 등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2017.11.1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경북 포항지진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흥해읍 실내체육관에서 이재민들이 추위와 지진 공포 등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2017.11.18/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자연재난으로 갈 곳도 없는데 우리 루시오 같은 강아지들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8일 지진 피해로 반려견을 데리고 집을 나와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한 포항지역 이재민들은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4살 된 반려견을 데리고 온 A씨(61)는 지난 17일 북구 대도중학교 임시대피소를 찾았지만 현장 직원의 제지로 대피소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A씨는 "지난 15일 강진에도 반려견만 두고 나올 수 없어 이틀동안 집에 함께 있었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불안해서 대피소로 왔다가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개를 파카 속에 넣어 갔지만 이를 발견한 현장 직원은 A씨에게 "많은 사람들이 대피해 있고 또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개물림 등 사고도 있고 해서 어쩔 수 없다. 선생님이 양해를 해줬으면 좋겠다"며 제지했다.
부모와 함께 집을 떠나온 B군(18·대학생)은 지난 16일 자신의 반려견 금강이와 함께 포항 북구 대도중학교 임시대피소를 찾았다가 "반려견은 안된다"는 현장 직원의 제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B군은 "동생 같은 금강이를 집에 두고 오는 것도 그렇고 해서 부모님만 들어가시라고 하고 대피소 인근 학교 주차장에서 개와 함께 밤을 보냈다"고 했다.

이번 지진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한 흥해 지역 주민 C씨(48·여)는 "딸이 개와 함께 안 가면 자기는 집에 남겠다고 했다. 여러 사람이 대피해 있는 곳에 개를 데리고 가면 눈치가 보일 것 같아서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완강한 딸을 설득할 수가 없어 C씨는 할 수 없이 개를 데리고 대피소로 향했다.

C씨는 "딸 품에 안고 (개를) 몰래 데리고 들어왔다. 눈치는 보였지만 다행히 개도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짖지않아 안심하고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반려견 수용 여부에 대해 "대피소 반려견 수용과 관련한 매뉴얼은 없다"면서도 "대피소에 반려견 동반 입장은 곤란하다"며 난색을 나타냈다.

포항시청 관계자는 "사람이 우선인 대피소에 동물을 반입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해 이날부터 반려견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과 현수막 등 홍보물을 설치해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aegurain@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