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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지진 이후 내진설계 의무화…”기준 자체 보다 검증이 문제”

포항지진에 주택 1246동 피해…필로티 구조에 피해집중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2017-11-18 08:06 송고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직원들이 17일 포항시 북구 장량동에서 기둥이 휜 필로티 구조 건물을 점검하고 있다. 2017.11.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직원들이 17일 포항시 북구 장량동에서 기둥이 휜 필로티 구조 건물을 점검하고 있다. 2017.11.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규모 5.4의 포항지진 여파로 내진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건축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주택 3곳이 전파되고 219곳이 반파되는 등 주택 1246동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지 않은 필로티 구조로 된 빌라 등에 지진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뿐만 아니라 학교 200곳을 비롯해 면사무소와 공원시설 등 공공시설물 33곳에 균열이 발생하는 피해도 이어졌다.

지진규모는 작지만 피해규모는 경주보다 더 큰 포항지진의 여파로 내진설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9월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 이후 국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 정책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을까.

정부는 9·12 경주지진 피해가 주로 비(非)내진 저층건물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신축하는 모든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도 기존 3층 또는 500㎡ 이상에서 2층 또는 200㎡이상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규정은 오는 12월1일부터 적용된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만 해도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은 연면적 6층 이상이거나 10만㎡ 이상인 건축물이었다. 이 규정은 2005년 3층 또는 연면적 1000㎡이상으로 바뀌었다. 이어 2015년 3층 또는 500㎡를 거쳐 2017년 2월 2층 또는 500㎡이상으로 강화됐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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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특히 학교와 병원, 아동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은 면적에 상관없이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학교의 경우 내진설계 반영률이 23.1%(2016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포항지역 학교의 경우 수능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 12곳 가운데 7개 학교가 내진보강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는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위해 지난해 12월27일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내진보강 때 재산세와 취득세 등 지방세를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 지원을 확대했다.

기획재정부는 같은해 12월20일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내진보강 때 소득세 등 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 관련 조항을 신설했다. 국토교통부는 올 2월4일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 때 건폐율과 용적률을 10%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건축법시행령도 개정했다.

아울러 공인중개사가 집 계약을 중개할 때 집의 내진 성능을 계약자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벌금 400만원을 물리는 공인중계사법 시행규칙도 개정해 지난 7월부터 적용중이다.

주요 공공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투자도 대폭 확대됐다. 정부는 2020년까지 당초 계획인 1조7380억원보다 63% 증가한 2조8787억원을 투입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49.4%에서 54%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공항과 철도 등 교통수송분야의 경우 1590개 시설에 대해 2019년까지 내진보강을 조기에 완료할 예정이다.

도로분야는 2018년까지 내진성능 미확보 교량에 예산을 집중 투자해 내진보강할 예정이며 철도분야는 2019년까지 내진성능 미확보 시설물인 교량과 터널, 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조기 완료할 계획이다. 모든 유치원과 학교는 2034년까지 내진보강을 완료한다는 게 목표다.

국민들의 우려가 큰 원자력 시설의 경우 2018년까지 원전안전에 필요한 기기의 내진보강을 규모 7.0으로 높여 내진보강을 완료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2021년까지 내진설계기준 재평가와 내진보강 등을 위한 정밀 지질조사를 실시한 후 조사결과를 토대로 원전 내진설계기준을 2021년부터 재수립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모든 시설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재 개인주택의 경우 내진설계가 거의 되어 있지 않다. 내진설계를 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체 건물에 대한 내진설계가 이뤄지려면 향후 50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태형 건국대 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내진 설계기준 자체는 문제가 없어 건축구조 기준에 맞춰 설계를 한다면 건축물의 규모와 상관없이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내진설계가 기준 대로 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검증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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