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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청년 왕자가 꿈꾸는 사우디판 천지개벽

(서울=뉴스1) | 2017-11-14 16:28 송고 | 2017-11-15 10:18 최종수정
뉴스1 © News1
1985년생,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북한 김정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으로 잠시 숨을 고르며 눈치를 보는 사이, 전 세계 이목을 끌며 그가 세계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김정은보다 한 살 아래인 서른두 살이고, 한눈에 보고 마음에 들자 6000억 원짜리 요트를 주저하지 않고 사버리는 이 청년이 사우디 왕실과 이슬람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4일 사촌형을 포함한 11명의 왕자, 여러명의 장관 및 유력 기업인들을 전격 체포했다. 그에 비판적인 성직자 지식인 등 500명을 호텔에 연금시켰다. 이들을 체포한 죄목은 부패혐의지만, 아버지 살만 왕의 승인 아래 권력승계의 경쟁자들과 그 후원세력의 목줄을 죄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친위쿠데타였다. 사우디판 왕자의 난이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자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놓고 이란과 경쟁을 벌이는 나라이다. 사우디의 불안정은 바로 유가 인상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이란과의 적대적 관계가 악화하면 이 지역 국제정치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왕위 계승권을 갖고 있는 빈 살만은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아버지 살만 왕의 묵인 아래 왕권경쟁 관계에 있는 왕자들을 제압해서 절대 권력을 틀어쥐는 것이 우선 목적이고, 이렇게 강화된 권력을 동원하여 사우디를 원리주의 이슬람국가에서 온건 이슬람국가로 변혁시키는 국가 개조 구상이 살만 왕세자가 품은 꿈이라고 한다.

대부분 왕국에서 부자(父子)승계가 관행인데 반해, 사우디 왕위 승계는 특이하게 형제 승계다. 1932년 사우디가 건국되고 초대 압둘 아지즈 국왕이 1953년 사망할 때까지 즉위했다. 아지즈 왕은 죽으면서 “왕위를 형제끼리 연장자 순으로 승계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지즈 왕은 22명의 부인에 44명의 아들을 두었다. 이에 따라 왕위는 아지즈 왕의 아들 6명이 연장자순으로 승계해서 현재 7대 살만 왕이 통치하고 있다.      

형제 승계는 2대 사우드 왕에서 이복동생 3대 파이잘로 넘어갈 때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비교적 잘 지켜졌다. 그러나 왕이 죽은 후 동생이 왕이 되다보니 세월이 갈수록 즉위 연령이 높아졌다. 5대 파흐드 왕이 84세에 죽자 왕위를 계승한 압둘라 왕은 90세에 죽었고, 살만 왕이 80세에 즉위했다.

인구의 70%가 30세 이하인 사우디는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세계에서 섬처럼 갇힌 사회가 되었다. 젊은이들은 이슬람사원보다 쇼핑몰을 좋아하고 외국에서 공부한 석·박사들이 연간 수천 명이 들어오는데 청년실업자는 넘쳐난다. 기술과 교육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석유 값이 떨어지고 온실가스감축과 재생에너지 기류가 확산되면서 경제적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판국에 최고통치자인 왕은 80이 넘어 즉위하는 시대착오적인 상황에 직면한 사우디왕국은 안으로부터 변화의 욕구가 자랄 수밖에 없었다.  

2015년 즉위한 살만 국왕이 형제승계의 끈을 끊어버렸다. 살만 왕은 즉위하자 이복 동생 무크린을 왕세제로 책봉했다가 3개월 뒤 실각시켰다. 그리고 큰 조카 무함마드 반이예프를 제1왕세자로, 자신의 아들 모하메드 빈 살만을 제2왕세자로 지명했다. 초대 아지즈 왕의 손자대로 왕위계승이 내려온 것이다.  

그런데 빈 살만이 지난 6월 친위부대를 동원하여 사촌형 반이예프를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찬탈했다. 그리고 이번 왕자의 난을 통해 살만 왕세자는 3대 권력 근원인 군, 정보기관, 보위부대를 장악했다. 사우디 왕가의 형제승계의 전통이 단절됐고, 권력은 이제 빈 살만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다.  

빈 살만과 두 번 인터뷰를 했던 뉴욕타임스의 중동전문가 토마스 프리드먼은 “살만 왕세자는 와하비 이슬람교리보다 매킨지 컨설팅회사를 좋아하고, 코란보다 컴퓨터에 더 열정을 갖고 있다” 고 평했다. 그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를 찾아갈 정도로 실리콘밸리에 관심이 많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신세대 왕세자다.  

1979년의 이란혁명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온건 이슬람국가에서 보다 과격한 와하비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국가로 전환되었다. 이란과의 이슬람 순수성 경쟁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급진적 이슬람국가를 더욱 온건한 이슬람국가로 복귀키고 경제개혁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사우디에서는 다른 종교가 교회나 사원을 지을 수 없다. 살만 왕세자는 이런 규제를 풀고, 여성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얼굴과 다리를 드러내는 복장을 허용하는 등 이슬람 관습을 타파하겠다는 구상을 품고 있다.

왕자의 난을 일으키기 2주 전에 살만 왕세자는 리야드에서 3500명의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초청하여 다보스포럼 같은 화려한 국제회의를 열고 ‘비전2030’을 발표했다. 기본 개념은 석유 시대 이후 사우디 경제발전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 구체적 실행계획의 하나가 ‘니옴’(NEOM)프로젝트다. 사우디 북부 홍해 연안에 5000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래형 도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 도시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에너지를 100% 얻고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며 로봇이 도시 서비스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일본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이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살만 왕세자의 비전을 높이 치켜세우며 투자의지를 밝히는 등 바람을 잡았다.  

살만 왕세자의 사회 개조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일격을 받고 지금은 죽은 듯이 숨을 죽이고 있으나, 살만의 권력독점과 사우디왕국의 이슬람 색깔을 약화하려는 계획에 불만과 불안을 품은 사우디 왕가의 보수파들과 이슬람 성직자들이 반격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미국은 언제나 사우디 왕가 편이었다. 온건 이슬람을 지향하는 사우디를 후원하려 할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정변이 일어난 후 살만 국왕에게 전화를 거는 등 왕세자 편을 들었다.  

만약 살만 왕세자의 친위쿠데타가 거센 도전에 직면한다면 사우디는 혼란에 휩싸일 것이고, 세계정세도 불안정해질 것이다.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요동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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