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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맥] '퍼즐 손흥민'을 비워둔 정지작업, 이건 생존문제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11-08 11:35 송고 | 2017-11-08 14:01 최종수정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오픈트레이닝데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News1 오장환 기자

10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할 축구대표팀의 중요 화두는 '손흥민 활용법'이다. 공격의 핵이기에 손흥민의 활약상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이번은 지금까지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과거에는 '토트넘 손흥민'처럼 '국대 손흥민'도 알아서 잘해주길 바랐다면 이번은 주변에서 함께 머리를 싸매고 있다. 벤치와 동료 모두 의기투합하는 그 공동 작업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맥을 잘 짚고 판을 제대로 깔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투톱으로 배치하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후 "지금껏 손흥민을 사이드에 배치했던 것과는 달리 중앙으로 이동시켜 투톱으로 배치하거나 2선에 투입하는 것을 계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톱이든 투톱이든 처진 스트라이커든, 손흥민이 지금껏 주로 활동해온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할 것은 확실시된다.

사실 신태용 감독이 손흥민 활용법을 고민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일찌감치 신 감독은 "난 기본적으로 손흥민이 상당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선수들 중 흔치 않게 공과 몸의 방향을 앞에 두고 플레이하는 선수"라 평가했다. 대표팀 감독이 되고 나서도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1골만 넣어주면 (부담을 털고)영웅이 될 수 있을 텐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리고 러시아 월드컵 진출 후 첫 A매치였던 10월8일 러시아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신 감독은 손흥민에게 '프리롤' 임무를 허락했다. 고정된 위치 없이 허리라인 위에서 마음껏 뛰어다니라는 엄청난 배려였다. 결과적으로 큰 소득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에이스를 위한 '기 살리기'라는 측면에서는 의미 있는 정지작업이었다.

그리고 손흥민에게나 신태용 감독에게나 대표팀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11월 2연전을 앞두고 신 감독은 궁극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손흥민의 중앙 이동은 결국 한국이라는 나라가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일지 모른다. 현 코칭스태프는, 최소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는 그렇다는 판단을 내린 모양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팬들이 '국대 손흥민'에게 원망의 화살을 쏠 때 "손흥민 개인의 문제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문제다. 축구는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다른 쪽에서 실마리가 풀리면, 여기저기서 잘 터지면 손흥민도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다들 꽉 막혀 있고 그 짐이 손흥민한테 집중되니 자신도 힘들 것"이라며 이면의 고충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이 그 문제를 풀고자 팔을 걷었다.
고심 끝에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의 중앙 이동을 택했다. 어느 정도 답에 가까운 희망을 줘야하는 문제다. © News1 임세영 기자

먼저 정리하면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높은 점유율 축구를 구사할 수준은 아니고 △그렇다면 생존 키워드는 날카로운 역습이며 △그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은 손흥민이라는 것이다. 신 감독이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우리에게는 앞에서부터 싸워주는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나 소집 첫날 "지금껏 우리는 너무 순한 축구를 했다"고 계획된 자극제를 투입한 것 역시 '살기 위한 축구'를 위한 판 깔기라는 생각이다.

손흥민이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뛰고 있는 뛰어난 선수인 것은 사실이나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절대 혼자서는 빛을 내기 어려운 게 축구다.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표팀 구성원 중 해리 케인이나 델레 알리나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토트넘 동료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차선책이다.

폭넓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것에 능한 이근호와 이정협을 공격자원으로 발탁한 것은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다. 이재성과 권창훈 등 기존의 젊고 재기 넘치는 미드필더 외에 이명주, 이창민, 주세종 등 터프하면서 방대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중앙미드필더들을 새로 가세시킨 것 역시 높은 지점부터 강하게 싸워주면서 빠른 역습을 가능케 만들겠다는 복안이 엿보인다. 물론 방점을 찍는 이는 손흥민이다.

유럽 2연전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으면서도 "변형 스리백은 여전히 가져가야 할 전술"이라고 소신 있게 대처한 것 역시 수비를 두껍게 한 뒤 효과적인 카운트어택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기성용과 장현수 등 롱패스를 뿌릴 줄 아는 후방 미드필더들이 있고, 국내파로 싹 바뀐 풀백 자원들(고요한, 김민우, 김진수, 최철순) 모두 뛰는 것에는 일가견 있는 이들이다.

손흥민을 위한 특혜처럼 보이는 퍼즐의 움직임이나 어쩌면 이것이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생존이 걸린 실험이다. 볼만한 선수들은 다 보았다. 새로운 인물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수는 없다. 결국은 내부에서 길을 찾아야한다. 손흥민의 중앙 이동의 결과가 기다려지는 것은, 이것이 답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따르는 까닭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답에 근접한 희망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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