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르포]'도그 포비아?'…공원·산책로서 개 피해 다니는 시민들

(수원=뉴스1) 권혁민 기자 | 2017-10-23 18:05 송고 | 2017-10-23 18:06 최종수정
뉴스1 DB. © News1
뉴스1 DB. © News1

"애완견이라 귀엽게만 생각했는데… 무섭죠."

23일 오후 3시께 경기 수원시 광교호수공원에서 만난 주부 A씨(38)는 "최근 반려견에 의한 사망사건에 대해 알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최시원씨(30) 가족이 기르던 반려견에 물려 한식당 한일관의 대표 김모(53·여)씨가 숨지면서 '도그 포비아'(PHOBIA: 공포증)가 확산되는 분위기가 도심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5시30분께 시흥시 한 아파트에서 A양(1)이 집안에서 기르던 7년생 진돗개한테 목 부위를 1차례 물렸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A양은 사흘 후 숨졌다.

앞서 지난달 4일 오후 1시30분께는 충남 태안군 동문리 조모씨(75·여)가 집에서 키우던 진돗개에 목이 물려 사망했다.

이처럼 최근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이 길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이 아닌 집 또는 집 마당에서 기르는 개에 의한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곳 광교호수공원은 개주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나와 산책하기 좋아 개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장소다.

이날 역시 화창한 날씨 속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시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 시민들은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한 남성이 푸들(4개월·암컷)과 함께 산책중인 가운데 시민들은 개를 보자마자 길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남성의 반려견은 목줄은 착용했지만 입마개는 없었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또 다른 주부가 데리고 나온 보더콜리(1년·수컷) 역시 목줄은 있었지만 입마개는 없어 시민들은 마치 길을 비켜주듯 길 가장 자리로 비켜섰다. 그리고 개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몇차례씩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했다.

아이를 데리고 나온 윤모(41) 주부는 "애완견이 목줄을 했어도 언제 달려들지 몰라 항상 불안하다"면서 "개가 멀찌감치에서 보이기만 해도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30대 시추 개주인은 "기존 일주일에 3회 가량 산책했는데 최근에는 1~2회로 줄였다"면서 "목줄을 가장 짧게 한 상태에서 30분 내외로 산책하지만 사람들 눈치를 살피게 되며 어린아이들과 노약자 근처는 일부러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수원 광교산 역시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개주인들로 인해 등산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광교산 버들치고개에서 한 여성 개주인이 반려견과 함께 지나가자 40대 주부는 앞서가던 자신의 딸에게 "나무 뒤로 들어가"라고 소리쳤다.

이 주부는 "뉴스에서 개에 물린다는 소식을 자주 접해 아이에게 항상 개를 조심하라고 말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광교산에서 만난 슈나우저(11개월·암컷) 개주인인 대학생 이모씨는 "최근에 뉴스에서 접한 애완견 물림 사건이 사실 개주인들의 잘못으로 일어난 것 같다"면서 "예쁘다고 만지러오는 사람들에게도 만지지 말아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000만명에 달한다.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3년 616명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3년만에 65% 가량 늘어난 것으로 한국소비자원은 집계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모든 반려견은 외출시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치거나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의 길이로 조절이 가능한 목줄을 착용해야 한다. 또 덩치가 큰 대형견이나 도살견과 같이 공격성이 강한 개와 외출을 할 때는 목줄과 함께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hm0712@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