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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항소심 '수동적 뇌물' 공방…"대통령 요구 거절 못했을 뿐"

항소심 첫 공판 삼성 측 "나무는 없는데 숲은 있다는 것"비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10-13 06:00 송고 | 2017-10-13 06:30 최종수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항소심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2017.10.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만약 삼성에 아무런 현안이 없었다면 대통령의 지원 요청을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이 던진 질문이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 측은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1심 판단을 반박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 측 장상균 변호사는 "대통령의 요구를 기업이 거절하기 힘들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도 인정한 부분"이라며 "삼성에 아무런 현안이 없었다고 한다면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했을 수 있는지 질문하겠다"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지원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 응했을 뿐 대가를 바란 적이 없단 취지다.

또한 삼성 측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로 이미 승계가 확실하고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무슨 청탁을 하겠느냐는 취지로 부정한 청탁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1심 재판부가 명시적 청탁은 없었어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괄적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데 대해서도 "그토록 어렵고 은밀하게 묵시적 청탁을 왜 해야 하는 것이냐"며 "특검 주장대로라면 1~3차 대통령과의 단독면담때 명시적으로 청탁하면 되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 변호사는 "청탁이 성립하려면 개념상 일정한 직무행위를 의뢰해야 하고 그 대가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으며, 당사자 사이에 어떤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1심은 청탁 대상을 구체화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서로 묵시적으로 의사 표시를 주고 받았는지나 대가관계에 대한 인식도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 측 이현철 변호사는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정할만한 직접 증거는 없었다"며 "이는 승계 작업이라는 게 실제로 없었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원심은 간접 사실로만 승계 작업이 있다고 추론했다"고 부연했다.

부정한 청탁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는 특검 주장은 '가공의 틀'이라는 주장을 계속했다. 장 변호사는 "이재용이 대통령의 도움을 얻으려고 지원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원심은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고 판단한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1심이 개별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서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대통령 말씀자료를 보면 '기업 이해도가 높은 이번 정부에서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돼 있다"며 "비록 '정부가 도와드릴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써있지만, 불법적으로 도와주겠다는 것은 아니어도 도와주겠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기업 경영권을 특정인이 승계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직무권한을 이용한다는 것은 누가봐도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반면 삼성 측은 승계와 승계작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반박에 나섰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의 회장직을 이어받는 '승계'는 앞으로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고 회장에 취임하면 되는 일이며 대통령의 은밀한 도움이 필요한 인위적인 '승계작업'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삼성전자 등기이사인 이 부회장이 때가 되면 회장 취임 등 승계를 하면 될 일이라는 취지다.

장 변호사는 "승계와 승계작업을 구분해야 한다"며 "이미 필요한 지분과 의결권을 확보한 이 부회장이 승계를 받으면 되는 것이고 상속세는 지분 일부를 처분해서 납부하면 되는 일로 특검 주장대로 시급할 것도 없고 이로 인한 지분문제가 발생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속세는 5년간 분할납부 하면 되기 때문에 따로 승계작업이라는 것이 필요하지도 않고 또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가능하지도 않다"며 "원심은 간접사실들로만 승계작업이 필요하다는 추론을 했다"고 거듭 지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외 4인의 뇌물공여 등 40회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7.1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삼성 측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2012년 언론 인터뷰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통령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김 위원장의 증언과 달리 2012년 이미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고 인터뷰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다.

김 위원장은 2012년 12월10일 경제개혁연대 소장 자격으로 이재용 부회장 승진에 대해 "이재용씨의 부회장 승진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며 "사실상 이건희-이재용 중심의 승계구도가 완성됐고 마지막으로 주주총회 때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올라가는 것만 남았다"고 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삼성전자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인 2016년 10월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올랐다.

이날 양측이 다툰 경영권 승계 부분은 앞서 1심에서도 공방이 치열했던 쟁점이다. 특검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대전제로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승계가 매우 다급했고, 이 회장이 와병 중이라 서둘러 승계를 해야 했다는 논리를 만들었다. 이 전제를 깔고 대통령에 부정한 청탁이 필요했다는 논리를 세웠다. 이 구조 위에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및 보류,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한 처분주식수 결정 등을 부정한 청탁이라고 봤다.

그러나 삼성 측은 부정한 청탁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특검이 세운 '대전제'부터 허구라며 맞서고있다.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이를 상속 완료로 볼 것인지 회장 취임으로 볼 것인지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부친인 이 회장이 와병 중이기 때문에 회장 취임을 아들된 도리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 이 부회장 측 입장이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경우 여러 번 이 부회장에게 회장직 취임을 채근했으며, 당장 사장단회의를 열어 회장으로 추대하면 그뿐이라고 법정에서 진술을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대통령이 삼성의 경영권승계에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고 공소사실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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