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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대회 관전포인트-1] 왕치산의 거취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10-10 07:30 송고 | 2017-10-10 10:01 최종수정
편집자주 중국 공산당대회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 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중국 공산당대회 관전포인트]를 시리즈로 마련했다. 1,왕치산의 거취 2,시진핑 집권 연장 3,시자쥔 약진 어디까지 4,시진핑 사상 당장 삽입 5,후계 구도 6,상임위 서열 순으로 연재한다.
오는 18일 시작되는 제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는 ‘왕치산(王岐山) 전당대회’라고 해야 할 판이다.
현재 중국 정치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왕치산 공산당 중앙당 기율위 서기의 거취다. 왕치산이 이번 당대회에서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에 남느냐 떠나느냐가 가장 큰 이슈다.

왕치산 - 뉴스1 자료 사진
왕치산 - 뉴스1 자료 사진

왕치산은 올해 69세로 공산당의 ‘7상8하(67세면 정치국 상임위에 남고 68세면 떠난다)’라는 불문율에 의거, 이번 당 대회에서 상임위를 떠나야 한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자신의 오른팔인 왕치산을 상임위에 잔류시키려 한다.

왕치산의 거취에 대한 전망은 크게 3가지다. 첫째, 다른 계파의 반대에 부딪혀 상임위에서 탈락할 것이란 전망. 둘째 시진핑 주석이 집권 후반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왕치산을 상임위에 잔류시킬 것이란 전망. 셋째 상임위 잔류는 물론 차기 총리까지 맡을 것이란 전망 등이다. 

◇ 왕치산 반대파에 밀려 결국 낙마할 것 : 일각에서는 왕치산의 낙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왕치산의 낙마가 확정됐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1일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왕치산이 정치국 상무위원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공산당 고위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이 왕치산을 유임시키려 했으나 반대파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신뢰도가 좀 떨어진다. 서방 언론, 즉 영어권 언론이 신뢰도가 더 높다. 중국 공산당 고위인사가 언론 플레이를 하고 싶을 경우, 이들이 선택할 매체는 당연히 전 세계를 커버하는 영자 매체이기 때문이다. 서방의 주요 언론 중에서 왕치산의 낙마를 보도한 곳은 아직 없다.

◇ 왕치산 낙마설에도 엄청난 존재감 : 아사히신문이 왕치산의  낙마설을 제기했지만 그는 최근 들어 오히려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왕치산은 지난달 21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를 만난데 이어 22일에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밀리에 만났다.

왕치산의 현재 공식 직함은 공산당 기율위 서기다. 행정부에서는 직함조차 없다. 그런 그가 국가 원수 급을 잇달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왕치산이 시쳇말로 ‘갈참’이라면 이같이 중요한 인사를 만날 수 있을까? 이는 시 주석이 임기 후반에도 왕치산을 중용할 것이란 강력한 신호라고 서구 언론들은 보고 있다.

리셴룽 총리와의 만남은 리셴룽 총리가 직접 왕치산 면담을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 언론은 중국의 정권교체는 싱가포르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탐색하기 위해 리총리가 왕치산을 만났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은 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베이징에서 정치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리판은 “왕치산이 외국의 수반을 접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님에도 외국 수반을 만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며 “이는 왕치산이 정치국 상임위에 잔류할 가능성이 큼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 시 주석 3연임 위해 왕치산 상임위에 잔류시킬 것 : 더욱 중요한 것은 왕치산의 거취는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과  그의 오른팔  왕치산  - SCMP 갈무리
시진핑 주석과  그의 오른팔  왕치산  - SCMP 갈무리

왕치산은 시진핑 주석보다 5살 연상이다. 시 주석이 올해 64세이고, 왕치산은 69세다. 앞으로 5년 후인 2022년 시진핑 주석의 2기 임기가 끝난다. 그때 시 주석의 나이는 69세가 된다. 이번에 ‘7상8하’를 무시하고 왕치산을 상임위에 잔류시키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 시 주석이 5년 후에 상임위에 남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시 주석이 상임위에 남을 수 있다면 국가주석 3연임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일부 언론은 시 주석이 자신의 장기집권을 위해서라도 왕치산을 상임위에 잔류시키려 한다며 왕치산이 상임위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왕치산 총리설 : 왕치산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난 것보다 스티브 배넌을 만난 것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비록 지금은 백악관 수석전략가 직에서 물러났지만 배넌도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었다. 그를 독대한 사람이 바로 시진핑의 복심 왕치산이다.

배넌은 중국이 직접 불렀다. 대중 강경파 배넌이 주장하는 ‘경제 민족주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왕치산은 배넌과 90분간 독대를 하면서 ‘경제 민족주의’에 대해서 집중적인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갈참’을 미국의 대표적 이론가와의 토론에 중국 대표로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왕치산이 배넌을 만난 것은 차기정부에서 경제관련 부문, 즉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분석했다.

현재 왕치산의 직위는 중앙당 기율위 서기다. 이 직무는 고위 간부들의 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이다. 경제와 무관한 분야다. 그러나 원래 왕치산은 당 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에 경제 전문 관료로 명성이 높았다.    

왕치산은 2012년 당 기율위 서기를 맡기 전, 쭉 경제 전문 관료로 일했다. 그는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낸 뒤 인민은행 부행장, 건설은행장, 경제 부총리를 맡았다.  

◇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도 극찬한 왕치산의 실력 : 특히 왕치산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당시는 리먼 브러더스발 미국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덮쳤을 때다. 왕치산은 중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중국이 세계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해 세계 경제가 리먼브러더스발 충격에서 더욱 일찍 벗어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왕치산과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 - SCMP 갈무리
왕치산과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 - SCMP 갈무리

당시 그의 미국측 파트너가 바로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이었다. 폴슨은 월가의 사관학교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재무장관에 취임했다. 폴슨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왕치산이 중국의 경제관료 중 가장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깊었고, 가장 명민했다”고 밝혔다. 왕치산은 월가의 거물인 폴슨이 인정한 금융 및 무역 전문가인 것이다. 

특히 최근 미중간 무역전쟁 조짐이 있고, 중국 경제도 거시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를 잘 아는 왕치산이 경제를 맡아 그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SCMP는 전했다. 시진핑 주석이 그럴 의향이 없다면 왕치산이 배넌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배넌도 원래 경제 전문가였다. 배넌은 정치계에 데뷔하기 전 골드만삭스에서 잘나가는 경제 분석가였다.

사실 왕치산 총리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계 언론에서 이미 몇 차례 나왔었다. 가장 먼저 왕치산 총리설을 제기한 언론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다. NYT는 지난 7월 현 총리인 리커창이 낙마하고 왕치산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한 책임을 물어 리커창을 해임하고 대신 왕치산을 총리로 발탁한다는 것이다.

NYT뿐만 아니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FT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보자.

올 초 한 비공개 경제회의에서 국제사절단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많은 경제 관료들이 왕치산 앞에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왕치산은 당시 외국인들에게 "이전에는 반부패 캠페인에 집중했는데, 요즘은 경제도 약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이 같은 사실을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외국인 3명에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왕치산이 경제 분야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왕치산 총리 카드를 가장 선호하는 그룹은 경제 개혁파 진영이다. 이들은 지금 중국이 경제 개혁을 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빚의 늪'에 빠질 것이라며 왕치산 같이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총리를 맡아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진영의 대표 주자가 바로 주룽지(朱镕基) 전 총리다. 왕치산은 자신의 멘토가 주룽지 전 총리라고 여러 차례 말할 정도로 주룽지 전 총리를 존경하고 있다.     

◇ 주룽지 “내가 아니라면 왕치산이 총리 돼야” : 주룽지도 총리 재임시절 강력한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중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데 일등공신이 됐었다. 당시 중국은 고성장 고인플레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주룽지는 거시경제 조정을 통해 중국 경제를 고성장 저인플레 구조로 만듦으로써 중국이 장기간 인플레 없이 고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주룽지 전 총리는 총리를 연임하지 못했다.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연임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면서 한 말이 "내가 아니라면 왕치산이 총리가 돼야 한다"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리커창(李克强)의 자리다. 현재 중국의 권력 서열은 1위 국가주석 시진핑, 2위 국무원 총리 리커창, 3위 전인대 상무위원장 장더장이다. 3위인 장더장은 7상8하의 불문율에 의거, 이번에 퇴임하게 돼 있다. 리커창은 왕치산에게 총리 자리를 내주고 권력서열 3위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예상했다.

왕치산의 앞날은 아무도 예단할 수 없다. 상임위에 남을 수도,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왕치산이 정치국 상임위에서 탈락한다 해도 시진핑 주석이 그를 중용할 것이란 것만은 확실하다. 중국은 지금 경제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추고 과단성 있는, ‘제2의 주룽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ino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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