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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 토론회'…"3·5·10 한도 늘려라"vs"법 훼손 안돼"(종합)

권익위 주최 토론회서 한도액 놓고 격돌
농민 수십명 돌발 항의로 행사 시작 약 30분 지연

(서울=뉴스1) 김다혜 기자 | 2017-09-26 18:05 송고
화훼농가 농민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 토론회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화훼농가 농민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 토론회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을 맞아 국민권익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금품수수 예외 규정의 3·5·10(음식물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상한액을 높여야 하는지를 놓고 상반된 의견이 격돌했다.

권익위와 한국행정연구원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공동 주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토론회'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 영향업종 종사자,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박은정 권익위원장의 인사말에 앞서 화훼 농민들이 무대로 뛰쳐나와 약 30분간 돌발 발언을 이어가면서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농민들은 "김영란법이 농민의 피와 땀으로 성공해서 되겠느냐"며 법의 보완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3·5·10 규정 너무 낮아…피해 업종 배려해야"

토론회에서 영향업종 관계부처 관계자들은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지를 표하면서도 이에 따른 특정 업종 종사자의 피해가 막심한 만큼 금액 한도 상한 규정을 조정(선물 10만원 또는 5·7·10만원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범수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농식품부와 농업인들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농업인이 고품질 친환경 시설농업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응할 시간도 없이 청탁금지법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박 정책관은 "인삼은 키우는 데 6년이 걸리고 유리온실은 짓는 데 몇십억이 드는데 갑자기 안 팔린다고 업종을 바꿀 수도 없다"며 "피해 업종을 위해 시행령 가액을 조정했으면 한다. 이 경우 법 취지 훼손을 막기 위해 횟수나 연간 총액 제한을 마련하는 대안을 찾아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완현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관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수산물 생산감소액은 1855억원이고 104만명이 어업 및 수산업 연관산업에 생업을 걸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데 대한 보완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대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관은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를 다 인정하지만 기준액을 올린다고 해서 그 효과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계 현실 요구,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해 5·7·10으로 상향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영향업종 종사자들은 보다 포괄적인 개정을 요구했다. 임연홍 한국화훼협회 부회장은 "순순히 수수허용 가액 상향만으로는 화훼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본다"며 "근본적으로 화훼를 포함한 농축산물이 수수 금지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금액조정만으로는 수입산 소비만 장려되므로 현실적인 대안이 되려면 국내산 농축수산물의 경우 기준을 예컨대 3kg 등 중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훼농가 농민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 토론회에서 '김영란법' 보완을 촉구하며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화훼농가 농민들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 토론회에서 '김영란법' 보완을 촉구하며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법 근간 뒤흔들어…다른 경제 활성화 방안 찾아야"

반면 시행 1년을 맞은 3·5·10 상한액을 개정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며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 등이 다른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농가소득 때문에 청탁금지법을 개정해 접대문화를 다시 활성화하자는 논리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1년밖에 시행해보지 못한 청탁금지법을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나 부회장은 "청탁금지법은 우리 사회에서 을이 더이상 갑에게 선물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며 "법을 흔들어 다시 예전대로 관행적인 접대문화를 이어가자는 것은 나라를 다시 부패국가로 몰아넣자고 하는 말이나 매한가지"라고 했다.

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청탁금지법은 어느 특정집단의 이익과 손실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보다 냉철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며 "농수축산물 업계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경우 청탁금지법의 훼손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장유식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은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 예컨대 5만원만 넘지 않으면 뭐든지 받아도 된다거나, 적용 대상자는 5만원을 넘으면 누구로부터도 받으면 안 된다는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범준 경향신문 사회부 법조팀장은 "청탁금지법 시행령에는 권익위가 2018년 12월31일까지 그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이 시기를 당기는 것은 법의 근본 의미까지 흔드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법상으로도 직무관련성이 없으면 20만원의 한우세트를 받아도 되고 30만원의 식사도 가능하다"며 "농축수산물에 대해 예외를 두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규정을 완화할 경우 직무관련자에게도 한우나 굴비를 선물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1년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2017.9.2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일반 국민은 대체로 3·5·10 규정 적절하다고 인식"

이날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주요 주체들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은 3·5·10 상한액 규정이 대체로 적정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규정에 대해 적정하다고 응답한 국민은 식사 58.3%, 선물 61.4%, 경조사비 72.2%였다.

금액 한도가 '너무 낮다'고 응답한 일반 국민은 식사 33.6%, 선물 32%, 경조사비 8.8%였다. 이에 반해 영향업종 종사자의 경우에는 일반음식업체의 51.7%, 농축산화훼업체의 59.3%는 각각 식사와 선물 금액 한도가 '너무 낮다'고 응답해 차이를 보였다.

농축수산물에 대한 예외를 허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 52.3%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5.1%였다. 언론인과 영향업종 종사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이 더 많았고 공직유관단체, 공무원, 교육계 종사자들은 반대였다.

한편 같은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일반음식업체의 51%, 농수축산 화훼업체의 69%가 기준금액 이상의 상품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특히 일식 음식점(70%)과 화훼업(93.3%)의 매출 감소 업체 비중이 높았다.

3·5·10 기준금액에 맞게 새로 출시한 상품이 사업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일반음식업체 중 31.4%, 농수축산 화훼업체의 11%로, 농수축산 화훼업의 정책변화에 따른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구매·더치페이·가족단위 소비 등 고객 소비행태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응답한 사업체는 전체의 47%였다.


d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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