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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암살자 고용 한국인 청부살해 40대 구속

필리핀 사설경호원 암살자로 돌변…3차 시도 끝 피살
4년 수사 결정적 증거 확보…해외암살교사범 첫 구속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7-09-25 12:00 송고 | 2017-09-25 14:05 최종수정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제범죄수사3대에서 열린 '필리핀 킬러 고용, 한국인 청부살해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경찰이 증거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2017.9.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제범죄수사3대에서 열린 '필리핀 킬러 고용, 한국인 청부살해 피의자 검거' 브리핑에서 경찰이 증거품들을 공개하고 있다. 2017.9.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필리핀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해 자신의 채권자를 살해하도록 교사한 40대 남성이 4년에 걸친 경찰의 수사 끝에 구속됐다.

지난 2014년 2월 필리핀 북부 관광도시인 앙헬레스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살사건의 전말이 같은 한국인의 청부살인으로 밝혀진 셈이다. 특히 해외에서 외국인 암살자를 고용해 한국인을 피살한 교사범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14년 2월18일 오후 7시45분쯤 필리핀 북부 앙헬레스의 한 호텔 주변 도로를 걷던 허모씨(당시 64세)를 현지 암살자 3명을 고용해 피살하도록 청부한 혐의(살인교사)로 카지노 에이전시업자 신모씨(43)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허씨에게 빌린 5억 채무를 갚지 않을 목적으로 부동산 투자·임대업자인 허씨에게 '관광을 시켜주겠다'며 속이고 앙헬레스로 유인한 뒤, 미리 고용한 암살자 3명(살인기획자·저격수·오토바이 운전자)을 시켜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필리핀 사설 경호원이 암살자로 돌변…'계획적' 암살

신씨와 허씨의 인연은 201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 수빅에서 카지노 에이전시업을 하던 신씨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부동산 투자·임대업자 허씨를 만났다. "필리핀 카지노 에이전시 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허씨를 꼬드긴 신씨는 2013년 3월부터 19회에 걸쳐 허씨로부터 5억원의 투자금을 받아냈지만 도박에 빠져 투자금을 모두 탕진했다.

카지노를 전전하며 5억원을 모두 탕진한 그는 2014년 1월 채무를 면하기 위해 허씨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평소 알고 지내던 경호원 겸 운전사 A씨(필리핀)를 통해 필리핀 사설 경호원 B씨(필리핀·40대)를 만났다. 신씨는 허씨의 사진을 건네며 "이 사람을 죽여달라"고 청부하면서 살인청부대금으로 10만 페소(250만원 상당)를 지급했다.

B씨는 함께 알고 지내던 사설경호원 C씨(필리핀·40) 등을 고용하고 다른 사설경호원 D씨(필리핀)에게 9㎜ 구경 권총을 받았다. 신씨는 2014년 1월31일 지인들과 필리핀을 방문한 허씨를 상대로 암살을 계획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허씨가 묵었던 호텔 주변에 큰 행사가 개최되면서 행사 안전을 위해 현지 경찰이 쫙 깔렸던 것.

그해 2월 중순쯤 신씨는 B씨에게 다시 살인을 청부하면서 "이번에 암살에 성공하면 성공보수금도 주겠다"며 20만 페소(500만원 상당)를 지급했다.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간 허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 지인들이 필리핀으로 놀러오는데 함께 관광을 와 달라. 이번에는 제대로 관광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필리핀으로 유인한 뒤 두번째 암살을 준비했다.

B씨는 저격수 E씨(필리핀·40대 초반)와 C씨를 다시 고용해 기회를 노려 2월17일 2차 암살을 시도했지만 C씨와 E씨가 암살장소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신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18일 그는 저녁식사 접대를 핑계로 허씨를 호텔주변 도로로 유인했다. 결국 이날 7시45분쯤 일행과 도로를 걷던 허씨는 C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E씨가 쏜 권총에 6발의 총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필리핀 청부살해 범행 체계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제공)© News1
필리핀 청부살해 범행 체계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제공)© News1

◇경찰, 4년 수사 끝에 '결정적 증거'…해외 암살교사범 첫 '구속'

경찰은 2014년 2월20일 귀국한 신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입건한 뒤 신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 데다 신씨의 지인 3명은 청부살인과 관련 없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 수사가 난관에 봉착했다.

경찰은 즉시 필리핀 경찰에 수사자료를 요청하는 한편 앙헬레스로 수사인력을 파견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러던 중 2014년 9월 신씨에게 B씨를 소개하고 살인청부 통역을 맡았던 운전사 A씨가 필리핀 경찰에 자수했다.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던 그가 B씨 등 암살자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즉시 A씨의 진술서를 확보하는 한편 A씨를 설득해 필리핀 영사와 주재관 동행하에 A씨를 한국으로 데려왔고 상세한 진술을 받아냈다.

이어 신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디지털 정보분석)한 결과 신씨가 지인에게 '암살자를 고용해 허씨를 청부살해했다'고 고백한 통화음성파일을 입수하는 한편 신씨가 살인청부대금을 환전한 내역과 그가 B씨에게 건넨 허씨의 사진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또 4년 동안 17명의 수사관이 교체되면서도 4차례의 필리핀 현지조사와 10차례에 걸친 수사를 강행한 끝에 2015년 4월 B씨 등에 권총을 제공한 D씨가 암살자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느끼고 영사관에 자수했다는 소식을 입수했다.

곧바로 필리핀으로 건너간 경찰은 앙헬레스 한인사회와 필리핀 주재 코리안 데스크(필리핀 주재 한국 경찰)의 도움으로 D씨를 만나 상세한 진술을 듣는 한편 A씨를 다시 만나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결국 신씨는 올해 5월 경찰이 제시한 '결정적 증거'와 다수의 증언에 결국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신씨를 구속하고 오는 27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청부살인은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국적·살인의 정범 검거 등의 문제로 교사범이 구속된 사례가 없었다"며 "확실한 증거와 진술서를 확보하는 등 4년간의 수사로 교사범을 구속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필리핀 경찰이 검거한 C씨 외에 살인기획자 B씨와 저격수 E씨의 수사에 대해서는 "필리핀 정부와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한편 인터폴(Interpol)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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