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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 갑자기 파산 신청한 이유…"도미노 게임"

채무조정 치킨게임 → 채권값↓ → 납품 중단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7-09-20 09:27 송고
토이저러스 로고. © AFP=뉴스1
토이저러스 로고. © AFP=뉴스1

토이저러스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막대한 빚을 지고도 지난 12년 동안 버텼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블룸버그는 "토이저러스가 이토록 빠르게 붕괴한 이유"에 대해 보도했다. '위험한 도미노 게임'이 발생한 것이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 4억달러를 두고 채무재조정 협상에 들어간 토이저러스는 지난여름까지만 하더라도 연말 이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로펌 맥쿨 스미스의 휴 레이 변호사는 "토이저러스의 파산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기관의) 신용조사 담당자들과 공급업체들은 상호간에 위기임을 확신시켰다. 서로가 서로에게 루머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채권단과 공급업체의 불안감은 채권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번 주 들어 토이저러스의 채권 가격은 액면가의 18% 수준으로 급락했다.

애초에 채권단은 토이저러스의 재무상 문제를 알고 있었다. 지난 12년 동안 토이저러스는 총부채 50억달러를 짊어진 상태로 운영하면서, 매년 이자 비용으로 4억달러씩 지출했다.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데이비드 브랜든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현금이 부족한 데다, 사업과 미래에 대해 투자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토이저러스는 경쟁자들에게 뒤처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토이저러스는 구조조정 전문 로펌인 커클랜드 앤 엘리스(Kirkland & Ellis), 구조조정 펀드 라자드(Lazard), 구조조정 컨설팅업체 알바레스 앤 마살(Alvarez & Marsal)을 고용했다. 법원 제출 서류에 따르면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은 채권단에 "토이저러스가 중요한 연말 쇼핑시즌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하고 숨 쉴 여유를 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소식통들은 채권자들의 눈에는 토이저러스가 채권자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 파산으로 이어지는 '치킨게임'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전했다. 토이저러스는 만기 연장 등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채권자들의 보유자산 가치가 오히려 증발하면서 협상은 어려워졌다. 채권자들은 자신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를 막는데,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하게 됐다.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일 CNBC가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을 보도했다. 토이저러스가 파산할 경우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 장난감 공급업체들은 겁에 질렸고, '위험한 도미노 게임'이 시작됐다. 일주일 만에 공급업체 40%가 현금 지급 또는 미납 채무 상환을 요구하며 장난감을 공급하지 않았다.

리자드의 데이비드 커츠는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토이저러스는 대출 연장을 고려했으나 이것은 토이저러스의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토이저러스는 이미 너무 많은 부채 및 이자 상환 부담을 떠안고 있으며, 상황을 호전시킬 만한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채권자들도 토이저러스의 파산보호 신청을 강력히 주장했다.

파산보호 신청 시기가 더 늦어지면 문제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토이저러스는 이를 서둘렀던 것으로 보인다. 법원 제출 자료에 따르면 토이저러스는 매출에서 가장 중요한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신규 유동성 10억달러가 추가로 필요했다.

보엘 허버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장난감 소매업체가 이렇게 빨리 절차를 밟을 필요는 없지만, 공급업체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하면서 (조기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하게 됐다. 공급업체는 소매 유통업체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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