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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돌 빼 아랫돌 막았지만 내년 '임용절벽'은 어쩌나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9-14 06:00 송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8학년도 공립초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선발 인원 증원 계획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8학년도 공립초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선발 인원 증원 계획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초등교사 임용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내놓은 임시방편이 빈축을 사고 있다. '내일이 없는 시나리오' 탓에 피해를 입는 후배 예비교사들이 양산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교사 정원을 확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믿고 덜컥 선발인원을 늘린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가 몇년 간 교사 정원을 늘리지 않거나 축소할 경우 임용규모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명확한 근거 없이 기대감만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행정기관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교사 휴직·파견 수요 적으면…임용규모 축소 가능성↑

시교육청의 임시방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윗돌 빼 아랫돌 막기'다. 휴직·파견교사를 늘린 다음 신규교사로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방안은 셋이다. 교사학습연구년제 확대, 시간선택제교사 및 자율연수휴직제 지원요건 완화, 교육청 산하기관 파견 확대 등이 제시됐다.

시교육청은 이 같은 방법으로 내년 서울지역 초등교사 선발인원(385명) 중 160명의 신규임용 자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윤오영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교사학습연구년제 확대와 자율연수휴직제 및 시간선택제교사 신청요건 완화 등으로 각각 60명씩, 각종 파견으로 40명 등 총 160명의 휴직·파견교사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를 내년 초등교사 신규 선발인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가 상당하다. 불분명한 인원 산출 근거에 대한 지적이 많다. 특히 시교육청은 관련 방안 추진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한 수요 예측 조사도 하지 않았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수업을 하지 않아도 급여를 받은 교사학습연구년제의 신청수요는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방안은 사실상 이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기존 교사들이 신청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청수요 널뛰기'에 따른 안정성 문제도 불거진다. 김 대변인은 "시교육청 방안 대부분은 교사들이 1년간만 활용할 수 있는 제도여서 확보인원을 매년 새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해마다 신청수요가 들쭉날쭉할텐데 예비교사들의 불안감만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기대치만으로 증원…'폭탄 돌리기' 우려↑

향후 정부 정책 추진에 따른 기대치만 가지고 증원을 결정한 점도 논란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토대로 120명의 신규임용 규모를 확보했다.

윤 국장은 "교육부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낮추고 교실수업 혁신을 위해 지금보다 1만5000명 이상의 교원을 확충한다는 방안에 따른 기대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에 대해 "중요한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명확한 산출 근거가 아닌 기대치로 인원을 결정한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대가 빗나갈 경우 향후 예비교사들의 피해만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가 만약 몇년간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임용대기자 적체가 불가피하고 덩달아 신규임용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 임용대기자만 9월1일 기준 805명에 이르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결국 피해는 서울지역 교대 3학년 학생들부터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시교육청의 방안은 말그대로 '폭탄 돌리기식'이다"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약 초등학교 교사 정원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휴직·파견 교사를 더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임용규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자구책이라도 더 강화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선발규모 확대방안을 두고 시교육청 관계자는 '모험적인 시도'라는 표현까지 썼다"며 "충분히 여러가지 우려가 예측되는데도 이렇게까지 무리한다는 것은 내년 선거를 의식한 교육감이 정치적인 이유를 고려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육청별 교사 선발규모는 교육부 배정 정원에 따라 산정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라며 "다소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책이 올해 수험생들의 눈물을 닦아주기는 하겠지만 내년 수험생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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