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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통상임금 법대로?…법적 정의·범위 '백지상태'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통상임금 정의 한줄뿐
범위는 고용노동부 지침이 기준이었으나 법원판결로 정기상여금 등으로 확대

(서울=뉴스1) 백진엽 기자 | 2017-08-30 09:40 송고 | 2017-08-30 11:25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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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간 오래 된 논란거리인 '통상임금'이 기아차 1심 선고를 앞두고 산업계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쓰는 기준 임금을 뜻한다.
통상임금 소송은 노동자들이 그동안 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빼고 계산해 수당 등을 지급한 게 잘못됐으니 차액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이다.

이에 기업측은 법적인 공백을 이용해 노동자들이 과거의 관례와 합의 등을 깨고 추가 이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30여년간 정부 지침, 노사 합의 및 사회적 관례에 따라 실체적으로 인정돼 왔다"며 "노조 측은 법규정상의 공백을 빌미로 불로소득 성격의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상임금, 법적인 정의와 범위 '백지상태'?
우선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는 진짜 법적으로 백지상태일까. 답은 '맞다'에 가깝다. 통상임금의 정의와 범위는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에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 임금금액, 주급금액, 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고 정의된 것이 전부다. 어디까지가 통상임금인지는 시행령에도 없고 고용노동부 예규에 '소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본급과 정기적, 일률적으로 1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고정성 수당'으로 규정돼 있다. 

이러다 보니 1990년대까지는 매달 지급하는 기본급과 고정성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사용해 왔다. 그러던 것이 1996년 삼척군 의료보험조합 판결 이후 법원 판례에 따라 변경되기 시작했다. 당시 대법원은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이때 법원은 '지급주기 1개월'로 해석되던 정기성 요건을 깼다.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어도 일정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고, 업적, 근무시간 등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고정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보험조합 소송때 정기상여금은 근무일수라는 지급조건이 있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시내버스 회사인 금아리무진 소송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대법원은 이 회사 정기상여금에 대해 지급조건에 제한이 없어 고정성까지 만족한다고 봤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첫 판결이었다. 이 판결 이후 전국적으로 유사한 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통상임금을 법으로 명문화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지부진했다. 교통정리는 법원이 했다.

◇신의칙 적용 기준인 노사간 합의 여부는?

소송의 증가와 과거 소급분 지급으로 인한 기업 부담이 커지자 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것을 끌고 왔다. 대법원은 2013년 8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제기한 임금·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지급주기가 1개월이 아니라도 조건없는 지급이라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기업입장을 고려해 통상임금 청구가 근로자의 '예상외의 수익추구 행위'가 되지 않도록 제한장치를 도입한다. 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란 민법상의 규정이다.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전제로 노사가 임금수준을 정한 경우, 노동자 측이 합의 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추가수당 지급 요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면 과거분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돈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메시지가 담긴 판단이다.

당시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과 관련 정기상여금에 관한 청구여야 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합의가 존재해야 하며, 추가 임금 청구시 기업 경영상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중 노사합의나 경영상 어려움 등은 각 기업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법원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다만 노사합의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정부의 지침 등을 토대로 주로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한 채로 노사간 합의가 이뤄진 곳이 많다"며 "소송중인 대부분 기업들의 경우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임금협상 과정에서 상여금을 제외한다는 합의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jine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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