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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수습나선 김부겸의 '정치感'…"수사권 독립 물거품될라"

휴가 복귀 김 장관, 휴일 지휘관 소집 이례적
조기 봉합 나섰지만 국민 여론이 변수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2017-08-13 18:41 송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왼쪽 세번째)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지휘부회의에서 경찰지휘부 내 SNS 게시글 삭제지시 의혹과 관련해 이철성 경찰청장(왼쪽 두번째),강인철 경찰중앙학교장(오른쪽) 등과 함께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2017.8.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경찰 수뇌부 간의 갈등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개입으로 일단 봉합되는 모습이다. 김 장관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는 13일 'SNS 글 삭제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고 국민의 신뢰 회복과 경찰 개혁 완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장관은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이철성 경찰청장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을 비롯해 본청 차장 및 국장, 서울경찰청장, 인천경찰청장, 경기남부 경찰청장이 직접 참석했고 이외의 지방청장, 부속기관장 등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김 장관은 지난 9일부터 2박3일간 미뤘던 휴가를 떠났었다. 예정대로라면 월요일인 14일 출근했어야 했지만 일요일인 이날 전국의 경찰 지휘부를 소집해 화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이슈를 앞두고 불거진 이번 사태를 엄중히 보고 조속한 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도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김 장관을 맞이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강 학교장은 회의 시작 10분전 쯤 회의실에 도착해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김 장관은 의례적인 인사조차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강한 어조로 최근 상황에 대해 질타했다. 국민을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해 복무해야 할 경찰이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장관의 지적이 이어지는 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다른 경찰 지휘관들도 굳은 표정으로 김 장관의 발언을 경청했다.

김 장관은 "오늘 이후 이번 일의 당사자들은 일체의 자기주장이나 상대에 대한 비방, 반론 등을 중지해 달라. 개개인이 생각하는 억울함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제 책임 하에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고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 잡도록 하겠다"며 "불미스러운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을 행사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도 국민께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은 "경찰 조직의 책임자로서 깊이 반성한다. 저를 포함한 지휘부 모두가 심기일전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 본연의 책무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강 학교장은 "국민 여러분이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계시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정말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한 김 장관은 이 청장, 강 학교장을 비롯해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박진우 경찰청 차장, 이주민 인천청장 등과 함께 일어나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김 장관이 이날 발 빠른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경찰 수사권 독립과 무관치 않다. 검찰개혁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도 맨 앞쪽을 장식하는 핵심 공약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은 검찰에 일방적으로 쏠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꼭 실현해야 할 검찰개혁의 한 줄기다. 그동안 누렸던 권력을 나눠야 하는 검찰은 '인권'을 빌미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인권을 앞세우지만 그 속내는 경찰을 못믿겠다는 것이다. 여론은 이같은 검찰의 논리에 부화뇌동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수뇌부 갈등 사태가 터졌다. 다른 측면에선 치안감급 중앙경찰학교장이 경찰 수장인 경찰총장에게 각을 세운 하극상으로 비쳤다. 이런 경찰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이 국민들 사이에서, 심지어 경찰 조직 내부에서 나왔다. 

김 장관이 이날 "경찰이 거듭나는 것을 전제로 경찰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달라. 불미스러운 내홍의 목욕물을 버리려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인권 경찰로의 재탄생이라는 아기까지 버릴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대국민 호소를 한 것도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다.

그는 "경찰을 과감하게 개혁하겠다. 시대적 과제가 경찰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은 새 정부의 핵심적 국정 과제다. 국민의 헌법적 권리를 활짝 꽃 피워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소재를 따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경찰 조직이 경질성 인사 등 후속 조치로 외풍에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또다른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경찰 지휘부에 대한 재신임으로 봐도 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들에게 달렸다. 최소한 경찰이 흔들리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왔다"고 답했다. 일부에서 제기된 경질설에 대해서는 "제가 답할 것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수뇌부 간의 이전투구로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은 경찰이 '인권 경찰', '민주 경찰'로 다시 태어나 수사권 조정이라는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yj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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