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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은인자중하던 시진핑의 대반격

장쩌민-후진타오 전 주석 찬밥 신세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08-06 09:00 송고 | 2017-08-07 17:56 최종수정
매년 여름 중국 최고위 권력층의 여름 별장촌인 베이다허(北戴河)에서 비밀회의가 열린다. 특히 올해는 가을 열리는 제19차 당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베이다허 비밀회의에는 은퇴한 고급간부도 참여하는 것이 관례다. 자파세력을 하나라도 더 요직에 심기 위해서다. 아마도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도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SCMP 갈무리
SCMP 갈무리

중국 공산당을 주식회사라고 치자. 3대 주주는 시진핑(태자당), 장쩌민(상해방), 후진타오(공청단)다. 이 주식회사의 최고 의결 기구가 중앙정치국 상임위다. 모두 7명으로 구성되며, 이중에서 국가주석,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이 나온다. 대주주들은 한 명이라도 더 자파 후보를 상임위에 집어넣으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 비밀회의에서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했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진핑의 1인체제가 확립됐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건군 90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전에서 중국이 승리했다”고 발언하는 등 군의 역사와 발전에 대해 장시간 연설했지만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업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현직 국가주석이 살아있는 전직 국가주석의 유산에 경의를 표하는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다. 시진핑이 원로들을 사그리 무시한 셈이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그들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이제야 깨닫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후계자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전임자의 말을 가장 잘 듣는 사람이다. 마오쩌둥은 능력이나 인품으로 보건대 덩샤오핑만한 후계자가 없었지만 자신의 심복 화궈펑을 후계자로 삼았다. 이후 덩샤오핑은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화궈펑을 몰아내고 권좌에 올랐다.

덩샤오핑도 후계자로 무색무취한 장쩌민과 후진타오를 골랐다. 후진타오까지 덩샤오핑이 선택한 후계자다. 상하이 당서기였던 장쩌민은 중앙정치 무대의 경험이 전혀 없어 시골촌놈으로 조롱을 받았다. 취임 초기 그는 약간 어벙해 보이기까지 했다. 후진타오도 전형적인 모범생 이미지로 결코 윗사람의 말을 거스르지 않을 스타일이었다.
시진핑은 후진타오와 장쩌민의 타협아래 나온 산물이다. 시진핑도 듬직해 보여 윗사람의 말을 거스르는 그런 스타일은 전혀 아닌 것 같았다.

시진핑이 후계자로 선정될 때, 그와 경쟁을 벌였던 이가 보시라이(薄熙來)였다. 보시라이는 모든 면에서 시진핑보다 앞섰다. 일단 나이가 5세 연상이었다. 실제 같은 태자당인 이들은 소시 적 중국 권력층의 집단 거주지인 중난하이에 함께 살면서 호형호제하는 사이였다. 시진핑이 보시라이를 형이라고 불렀다. 국민적 지지도와 업적도 보시라이가 시진핑을 압도했다. 보시라이는 충칭시 당서기를 역임할 때, 조폭과의 전쟁을 선언, 조폭을 소탕함으로써 전국적인 인기를 얻을 정도로 전국구 인사였다. 

그러나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보시라이가 아닌 시진핑을 선택했다. 보시라이보다 튀지 않고 듬직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말을 더 잘들을 것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80년대 일본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라는 총리가 있었다. 지금도 보수파의 거물이다. 그는 당시로는 키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서구 정상들과 섰을 때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10cm만 작았다면 10년 빨리 총리가 됐을 것이다.” 동양의 정치문법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일 것이다. 동양에서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왼쪽이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오른쪽이 나카소네 전 일본총리 - 구글 갈무리
왼쪽이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오른쪽이 나카소네 전 일본총리 - 구글 갈무리

시진핑은 동양의 정치문법에 충실했다. 시진핑은 차기 주자로 선택받기 전까지 은인자중하다 차기 주자로 선택된 이후 본색을 드러냈다. 시진핑은 어느 전임 국가주석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의 권력이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맞먹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아마도 이들은 지금 권력무상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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