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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금 '할리우드 블랙아웃'…외산영화 개봉 금지

'프로파간다 영화'에 스크린 45% 할당 지시하기도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17-08-05 08:38 송고
건군대업 포스터. © News1<br><br>
건군대업 포스터. © News1

'덩케르크'와 '스파이더맨: 홈커밍'과 같은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가 한국 등 전 세계 극장가에서 화제다. 하지만 중국 관객들은 올 여름 이런 할리우드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중국이 매년 시행하는 '할리우드 블랙아웃' 때문이다.

할리우드 블랙아웃은 특정 기간 외산 영화 개봉을 금지하는 비공식적 조치다. 주로 여름 휴가철에 시행된다. 통상 이 기간에는 방학이 끼어 있어 극장 수요가 높다. 블랙아웃은 이미 올해 춘제(중국 설) 일주일 동안 적용됐다. 또한 7월 중순~8월 하순에 걸쳐서도 진행된다.

중국 영화 사이트 또우반(豆瓣)에 따르면 마블의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블랙아웃의 영향을 받아 9월8일에야 개봉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7월7일에 개봉했던 영화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이미 전 세계에서 6억3300만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렸다.

'덩케르크'와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도 본국에서 개봉한 지 한 달은 지나야 중국에서 개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주요 할리우드 영화들의 중국 개봉일은 미국 개봉 시점과 같거나 그와 비슷한 정도다.
 © AFP=뉴스1<br><br>
 © AFP=뉴스1


할리우드 블랙아웃과 관련, 중국 시장연구그룹 벤 케이벤더 총괄은 공식 문서를 입수하지는 못했지만 해당 정책은 2004년부터 시행됐다고 전했다. 당시 개봉한 장예모 감독의 영화 '연인'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케이벤더는 설명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이보다 더 오래전부터 해외영화에 대해 스크린 쿼터 제한을 두고 있다.

블랙아웃은 경쟁력 있는 해외 영화의 중국 시장 진출을 억제하는 방법으로 중국 영화의 실적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리서치업체 엔트그룹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7월24~30일) '전랑2', '건군대업', '수춘도2' 등 중국 영화가 중국 극장가를 지배했다. 현재 중국 극장가에서 상영 중인 할리우드 영화는 '슈퍼배드3'가 유일하다. 슈퍼배드3는 7월7일에 개봉했는데, 블랙아웃 시작 직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블랙아웃 직전 일주일(6월19~25일) 동안 중국 극장가의 상위 10개 영화 중 5개는 해외 영화였다. 케이벤더는 지난 기록을 살펴보면, 블랙아웃이 적용되지 않는 기간에는 해외 영화 한두 작품이 중국 극장 매출 90% 정도를 흡수한다고 밝혔다. 이와 비교해 블랙아웃이 적용된 경우에는 중국 영화 몇 개가 시장 지분을 비교적 균등하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AFP=뉴스1<br><br>
© AFP=뉴스1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올해 블랙아웃에 '또 다른 차원'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지난 1일이 중국인민해방군 창군 90주년이었던 것. 이를 일주일 앞두고 개봉한 중국 영화 대부분은 애국심과 희생을 영화의 주제로 삼는 '립서비스'를 통해 정부의 블랙아웃 지원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고 CNBC는 밝혔다. 비록 관객들은 잘 연출된 액션 장면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만 전랑2는 미국 용병과 싸우는 중국 특수부대원을 영화의 중심에 뒀다고 CNBC는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인민해방군 창군과 관련된 영화 '건군대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영화를 두고 '프로파간다 영화'라고 평가했지만, 중국 국영언론들은 "젊은이들이 중국몽을 이룰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영화"라고 보도했다. 이에 더해 할리우드리포터 보도에 따르면 중국 미디어 당국은 건군대업 개봉일에 스크린 45% 이상을 할애하도록 극장 체인들에 지시했다.

그러나 CNBC는 할리우드 블랙아웃은 중국 관객을 할리우드 영화에서 떼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케이벤더는 중국 고객들이 점점 과시형 소비에서 경험적 소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자들이 영화 감상에 지출하는 금액이 크게 늘어났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영화가 있다면 중국 소비자들은 더 많이 지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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