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팩트체크] 정부 "5년내 전기료 인상 없다"…그 후에는

탈원전 후폭풍에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 화두
"인상론 대부분 과거 수급계획 근거…정확성 떨어져"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17-07-23 06:10 송고 | 2017-07-24 16:32 최종수정
경기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을 거쳐가는 송전탑의 모습. © News1
경기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을 거쳐가는 송전탑의 모습. © News1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脫)원전 후폭풍으로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전기료 인상 계획이 없다는 정부 방침에도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론이 확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늘리는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을 놓고도 전기료 변화 예측치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란 분석부터 가구당 연간 31만4000원 인상(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6월21일 발표자료)·현행 대비 40% 인상(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 7월21일 토론회 발표) 주장까지 천양지차다.

전력 정책을 책임지는 백운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앞으로 5년 사이 전기요금 인상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탈원전 최대 이슈인 전기료 인상설을 일축했다.

거시적 동향을 보면 원자력발전은 발전단가가 계속 상승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꾸준히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미국·영국 등 다른 국가의 공식 전망치는 일단 이런 백 장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2월 내놓은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단가(LCOE)'에 따르면 2022년 원전은 1㎿h당 99.1달러(약 11만1000원), 석탄화력발전은 140달러(15만7000원)인 반면 풍력발전은 52.2달러(약 5만8000원), LNG 56.5달러(약 6만3000원), 태양광 66.8달러(약 7만5000원)였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Electricity Generation Costs) 역시 2025년 가동 예정인 영국 발전소들의 평균 1㎿h당 균등화발전단가는 원전은 95파운드, 석탄 138파운드인 반면에 풍력발전은 61파운드, 태양광은 63파운드, LNG는 82파운드로 나타났다.

 
 
 
앞으로 5년 뒤면 신재생과 LNG의 발전단가가 원전이나 석탄보다 오히려 낮아진다는 얘기다. 백운규 장관의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인사청문회 당시 여당 의원들도 백 장관의 발언에 지원사격을 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현행 원전 발전단가에는 핵폐기물 처리나 폐로 비용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우리도 선진국처럼 발전소 설계부터 폐로, 폐기물처리까지 비용을 총망라한 '균등화발전단가'를 적용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원전과 석탄에 세금을 더 물리고 LNG에는 세금을 낮추는 에너지 세제 개편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과도한 전기료 상승 사태는 가능성이 낮다고도 보고 있다.

또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을 봐도 당장 전기요금 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11만㎿(메가와트)인데 향후 5년 내 폐쇄하는 원전은 단 한 기도 없다. 5년 내 멈출 석탄화력은 10기에 이르지만 총 설비용량은 3345㎿에 그친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로 가동을 시작하는 원전은 4기(5600㎿), 석탄화력은 9기(8342㎿), LNG는 5기(3421㎿)다. 오히려 5년 사이 총 발전 설비용량은 현재보다 12.7%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이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커지기 때문에 용량은 더 여유로워진다. 존폐 공론화 과정에 돌입한 신고리 원전 5·6호기(2800㎿) 건설이 백지화되더라도 전력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전망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전력 수급계획이 이상 없으면 월성1호기(10년 연장된 원전)도 중단될 수 있고 2030년까지 몇 개 더 폐쇄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설비용량 증가 상황을 언급했다.

정부의 전기요금 정책도 눈여겨볼 만하다. 19일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료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 산업계에 혜택을 주던 할인요금(경부하요금)을 축소하는 수준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산업용을 비롯한 전기료 인상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기업에 심야나 주말에 전기료를 반값으로 감면해주던 경부하요금 할인율을 조정하는 수준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문재인정부 임기 이후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지난달 20일 보고서를 내놓고 원전·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LNG 비중을 늘리면 연간 발전비용이 지금보다 20% 이상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박근혜정부 때 산업부장관을 역임한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런 예측 등을 근거로 2029년 기준 전기요금이 40%까지 오른다고 추정했고, 같은당 정유섭 의원도 가구당 전기료가 31만4000원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현행 발전단가를 기준으로 했을 뿐 단가 변화나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세제 개편 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전기료 인상 주장의 대부분은 2016년 기준 발전단가를 2029년까지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라며 "매해 감소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나 추가로 붙는 원전·석탄 상승비용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고 꼬집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 News1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 News1
 
게다가 에너지 공급·수요 상황을 자세히 담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도 아직 나오지 않아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 전기요금 예측은 그에 맞는 수급계획을 토대로 짜야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나 정유섭 의원 등의 예측은 지난 7차 전력수급계획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올해 말 내놓을 신규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예측을 해야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종합해보면 백운규 장관의 발언은 인상 계획이 없는 정부의 전기료 정책, 여유로운 전력수급 상황 등을 놓고 봤을 때 상당히 일리 있는 발언이지만 이 또한 100% 정확하진 않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 변화 추이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정부가 추진할 에너지 세제 개편이 제대로 실현될지, 발전원별 단가 변화가 예측대로 맞아떨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학계 한 인사는 "전기료 인상 여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니 정확한 예측은 힘들 것"이라며 "공기업들이 영업기밀을 이유로 공개를 꺼리던 발전단가를 전면 공개한 후 납득할 만한 전기요금 산정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epoo@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