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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의 오디오파일] '쇼팽의 나라' 폴란드에서 오디오가 몰려온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2017-07-23 09:48 송고
쇼팽, 퀴리 부인, 코페르니쿠스, 레흐 바웬사, 요한 바오로 2세.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폴란드 출신이라는 것이다. 바르샤바가 수도인 동구권 국가로만 여겨지는 폴란드는 따지고보면 음악과 과학, 인문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물들을 배출한 문화과학 대국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만 12명, 이중에서 문학상 수상자가 5명이나 되는 점이 그 결정적 증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폴란드 오디오가 잇따라 공식 수입원을 통해 국내에 상륙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DSD 재생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듣는 ‘램피제이터’(Lampizator), 최근 리뷰를 하면서 만듦새와 음질, 가성비에 깜짝 놀랐던 진공관 앰프 메이커 ‘페즈 오디오’(Fezz Audio), 자체 제련 및 정련 시설까지 갖춘 순은 케이블 제작사 ‘알베도 실버’(Albedo Silver), 그 뛰어난 음질개선 효과에 개인적으로 탄복했던 멀티탭의 은둔고수 ‘기가와트’(GigaWatt) 등이 모두 폴란드 산이었던 것이다. 이들 폴란드산 오디오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페즈 오디오 ‘Titania’ © News1
페즈 오디오 ‘Titania’ © News1

◇페즈 오디오    

페즈 오디오는 올해 고작 ‘4년차’가 된 신생 진공관 앰프 제작사. 토마슈(Tomasz), 마치에이(Maciej) 라코우스키(Lachowski) 두 형제가 2014년 폴란드 키시에지노(Ksiezyno)에 설립했다. 키시에지노는 폴란드 북동부 비알리스토크(Bialystok)의 인근 소도시. 그런데 회사 탄생과정이 흥미롭다. 회사를 설립하고 제품을 내놓은 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첫 인티앰프가 2014년 2월 모스크바 오디오쇼에서 큰 호응을 얻자 이후 회사를 부랴부랴 설립했기 때문. 바로 EL34 진공관을 채널당 2개씩 쓴 인티앰프 ‘Laura’가 그 주인공이었다. 이 앰프는 모스크바 오디오쇼에 가지고 갔던 16대가 모두 즉석에서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는 라코우스키 집안의 내공이 빛난 덕분이었다. 라코우스키 형제의 아버지는 ‘토로이디(Toroidy)’라는 패밀리기업을 통해 20여년 동안 폴란드에서 오디오용 트랜스포머를 제작해왔던 것이다. 이들이 만든 트랜스는 위에서 언급한 램피제이터를 비롯해 미국의 유명 DAC 제작사인 마이텍(Mytek), 폴란드 진공관 앰프 메이커 아마레 뮤지카(Amare Musica), 독일 진공관 앰프 메이커 오디오밸브(Audio Valve) 등에 공급되고 있을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다 싱글엔드 진공관 앰프에서도 포화되지 않고 제 실력을 낼 수 있는 출력트랜스를 개발, 일종의 ‘기술검증 모델’로 ‘Laura’를 만들어 모스크바로 날아갔던 것이다.    

라코우스키 두 형제는 페즈오디오를 설립한 후 2015년에 ‘Laura’의 상용버전인 ‘Silver Luna’를 출시했고, 지난해 뮌헨오디오쇼에서 KT88 진공관을 푸쉬풀로 구동하는 ‘Titania’를 데뷔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내놓은 300B 싱글 구동의 ‘Mira Ceti’까지 현재 페즈 오디오의 라인업은 이 3기종이 전부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내건 가격표. 유로화 기준으로 ‘Silver Luna Prestige’(2세대 버전)가 1700유로(220만원), ‘Titania’가 1950유로(256만원), ‘Mira Ceti’가 2350유로(30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들이 ‘Titania’에 굳이 값싼 KT88을 채택한 결정적 이유도 이러한 ‘착한’ 가격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본 ‘Titania’는 빔관 KT88을 푸쉬풀 구동시켜 45W 출력을 얻는 인티앰프. ‘Titania’는 천왕성의 위성인 티타니아를 뜻한다. ‘Titania’ 실물은 사진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섀시 높이가 비교적 낮은 편이어서 진공관과의 비율이 안정감 있고 보기에도 좋다. 유광 페인트 마감은 상당히 잘 된 편. 전면 패널에는 왼쪽이 볼륨 노브, 오른쪽이 입력단자 셀렉터 노브인 점이 특징이다. 후면에는 언밸런스(RCA) 입력단자가 3조만 갖춰져 있다. 그야말로 인티앰프의 핵심 기능만을 달았다. 심지어 리모컨과 진공관 커버까지 옵션으로 구매해야 할 정도다. 페즈오디오가 유럽에서 ‘블루컬러’를 위한 앰프라는 듣기 좋은 찬사를 받는 이유다.    

음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램피제이터의 ‘Golden Gate’나 마이텍의 ‘Manhattan’ 같은 하이엔드 DAC에 트랜스를 공급해온 가문의 내공을 모아 출력트랜스를 만들고 이를 자신있게 자사 앰프에 투입한 당연한 결과다. 그러면서도 일부러 값싼 KT88을 쓰는 등 착한 가격 정책을 내세우니 서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특한’ 제작사다. 더욱이 ‘Titania’의 경우 만듦새와 음질까지 잡았다. 과연 이들이 앞으로 또 어떤 앰프를 만들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알베도 실버 ‘Monolith’ 인터케이블 © News1
알베도 실버 ‘Monolith’ 인터케이블 © News1

◇알베도 실버   

알베도 실버는 최근 국내 수입사가 생겨 공식 론칭을 한 케이블 제작사. 이탈리아의 스피커 제작업체 알베도(Albedo)와는 전혀 상관없는 오리지널 폴란드 제작사다. 그것도 케이블 선재로 6N(99.9999%) 등급의 순은만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흔치 않는 제작사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알베도 실버는 이미 놀라운 가성비와 흠잡을 데 없는 만듦새로 하이엔드 유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명망 있는 브랜드였다.

알베도 실버의 설립자이자 현 CEO인 그레체고로츠 기에르체브스키(Grzegorz Gierszewski)는 원래 정식 교육과정을 수료한 전문 보석세공사였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음악과 오디오에 대한 열정을 억누를 수 없어 1992년 신상 및 중고 오디오를 취급하는 오디오 숍을 열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순은 케이블의 세계를 탐구했다. 당시 들었던 킴버(Kimber)사의 순은 케이블이 불러일으킨 놀라운 음질 변화에 깜짝 놀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에르체브스키는 이후 수많은 킴버 순은 케이블 카피본을 만들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94년 프로토타입의 은선 케이블을 완성시켰고 2년 후인 1996년 폴란드 북부의 공업도시 비드고슈치(Bydoszcz)에 알베도 실버를 설립했다. 사명 ‘Albedo’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그리스 가수 반젤리스의 1976년 앨범 ‘Albedo 0.39’에서 따왔다. 기에르체브스키는 알베도 실버와 함께 ‘Audio-Connect’라는 오디오 수입사를 경영하며 현재 디아파송(Diapason), 웰즈 오디오(Wells Audio),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Aqua Acoustic Quality) 등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알베도 실버는 사명 그대로 케이블 선재에 순은만 쓴다. 알베도 실버는 “은이야말로 도체로서는 유일무이한 존재(Silver is the one and only conductor)”라며 1996년 설립 때부터 은선재만을 고집해오고 있다. 엔트리 모델인 ‘Beginning’ 인터케이블조차 순은 선재를 쓰고, 대표 모델인 ‘Monolith’ 케이블 윗급부터는 단결정(Monocrystal) 순은 선재를 쓴다.

케이블 선재로서 은에 대한 호불호는 지금도 크게 갈리고 있지만, 은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속 중에서 전기 전도율이 가장 높은 것은 분명한 팩트다. 은, 구리, 금, 알루미늄, 텅스텐, 아연, 황동, 주석, 납 순이다. 알베도 실버는 때문에 은이라는 소재가 매우 중립적이며 어떤 소리라도 가장 정밀하게 재생할 수 있는 재료라고 보고 있다. 필자 경험상으로도 은 케이블은 대체적으로 맑고 투명하며 부드러운 소리를 들려줬다. 디테일에 강한 것도 은선의 장점이다.

그런데 알베도 실버가 놀라운 것은 이 은 선재를 직접 만든다는 사실. 광산에서 채굴된 은괴야 물론 유럽 최대 규모의 광산업체 KGHM(이 업체도 폴란드에 있다!)에서 들여오지만, 이후 제련과 정련, 전기분해 과정, 자기소거 과정, 결정화 과정 모두를 자사 공장에서 직접 해내는 점이 대단하다. 알베도 실버 제품들이 대체적으로 착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다. 또한 이렇게 제대로 된 설비가 있으니 알베도 실버가 인터케이블, 스피커케이블 각각에 수많은 라인업을 갖추고 원하는 지오메트리에 따라 원형과 정사각형, 직사각형 등 다양한 단면의 선재를 자유자재로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필자가 보기에 알베도 실버 전 제품이 100% 인하우스로 제작되는 것은 기에르체브스키의 보석세공사 시절 체득한 완벽주의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한마디로 다른 업체가 만든 순은선재의 품질을 믿을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그는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소형 용광로 시설을 마련, KGHM에서 구매한 은괴를 녹여 불순물을 걸러내는 제련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어 전기분해로 또 한번 은의 순도를 더욱 높이는 정련작업, 그리고 이 제련과 정련 과정에서 은의 산화를 막기 위한 아르곤 가스 열처리 작업, 초음파를 이용한 자기소거(demagnetization) 작업까지 직접 해냈다.

더욱이 완성된 선재는 천연 다이아몬드 헤드로 연마돼 표면이 매끄럽게 되는 과정을 또 거친다. 단자와 선재의 체결에는 납이 아니라 은으로 납땜(soldering)하는 것은 어쩌면 기본 중의 기본. 그야말로 보석세공사 출신다운, 집요하리만치 철저한 완벽주의의 결과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은의 단결정 작업까지 알베도 실버에서 직접 하고 있다는 사실! 현재는 ‘Monolith’ 이상의 인터케이블/스피커케이블 상위 모델과 디지털 케이블에만 채택됐지만 점차 전 라인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램피제이터 ‘Golden Gate’ DAC © News1
램피제이터 ‘Golden Gate’ DAC © News1

◇램피제이터
  
램피제이터 설립자인 루카스 피쿠스(Lukasz Fikus)는 명문 바르샤바 공대를 나와 ‘Lampizator’라는 오디오 자작/개조 블로그를 10여년간 운영했던 오디오 자작 마니아. 그런 그가 지난해 뮌헨오디오쇼에서 WE 복각 101 진공관을 채널당 2개씩 장착한 DSD DAC ‘Golden Gate‘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DSD 음원 재생에서는 세상 어떤 하이엔드 DAC도 상대가 안된다는 게 오디오파일들의 한결같은 증언. 필자 역시 최근 ‘Golden Gate’를 직접 들어보니 DSD는 물론 PCM 컨버팅에서도 진하면서도 카랑카랑하며 금가루를 뿌린 듯한 아날로그 사운드를 들려줘 엄지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극사실주의적인 표현력, 자연스러운 하모닉스, 매혹적인 음색은 마치 LP를 듣는 것 같았다. 어쨌든 최근 DAC 시장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가 램피제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램피제이터의 DAC 라인업은 플래그십 ‘Golden Gate’부터 시작해 차례대로 ‘DSD HEAD DAC’ ‘Der Siebener DAC’ ‘The Big 7 DSD DAC’ ‘The Lite 7 DSD DAC’ ‘The Big 5 DSD DAC’ ‘DSD DAC Level 4’ ‘Amber II DAC’ ‘DSD-Euforia DAC’ ‘The Atlantic DAC’ 등 총 10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옵션으로 R2R 래더 DAC 모듈(델타 시그마 DAC칩 모듈 대체), DSD512 모듈, DSD 전용, 밸런스 설계, 정류 진공관, 볼륨단, 헤드폰출력단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심지어 아날로그 출력단에 증폭용으로 들어가는 진공관도 선택해서 주문할 수 있다.      

참고로, R2R 래더 방식의 DAC은 저항과 이들 저항이 연결된 마이크로 프로세서만을 이용, 2진법의 디지털 신호를 전압 형태의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준다. 예를 들어 8비트 디지털 신호의 경우, 1) 통상 3.3V인 기준전압이, 2) 총 256가지(2의 8승)로 표현되는 서로 다른 입력값에 따라, 3) 16개 저항(2 x 8)의 저항비(R vs 2R)에 의해, 4) 서로 다른 출력전압으로 바뀐다(전압분배). 그리고 이렇게 매 샘플링 레이트 때마다 얻어지는 출력전압값을 촘촘히 이어주면 자연스럽게 아날로그 파형이 얻어지는 원리다.   

R-2R 래더 DAC의 또다른 특징은 태생적으로 오버 샘플링(Over-sampling)을 쓰지 않고, 컨버팅 뒷단에 별도의 ‘I/V 변환회로’(전류-전압 변환회로)가 필요없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델타 시그마 방식은 기본적으로 ‘1비트’ 방식(R-2R은 멀티비트 방식)이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오버 샘플링과 일종의 피드백 회로를 통한 보정 작업(시그마), 노이즈 쉐이핑(noise-shaping), 최종 출력전압을 얻기 위한 ‘I/V 변환회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램피제이터에서는 델타 시그마 방식이든 래더 방식이든 DAC칩보다는 앞단에서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수신 및 프로세서 칩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음질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이 DAC칩 10%, 수신칩 50%, DAC과 수신칩 사이의 인터페이스 20%, 전원 20%라는 게 램피제이터측 주장이다.     

2000만원을 훌쩍 넘는 플래그십 ‘Golden Gate’ DAC의 경우 기본 모델은 델타 시그마 방식의 DAC칩을 썼으며 옵션으로 R2R 래더 DAC 모듈을 선택할 수 있다. 레퍼런스 모델인 ‘The Big 7 DSD DAC’과 기본 설계는 비슷하지만 투입된 부품이 달라 ‘섬세함’과 ‘현장감’에서 앞선다는 것이 해외 리뷰어들의 평가다. 디지털 처리부는 아마네로(Amanero) USB칩과 자일링스(Xilinks) 칩, 그리고 시아라(Ciara)의 펨토급 클럭 ’Super Clock’이 핵심인데, 특히 자일링스칩은 제작자가 직접 집적회로(IC)를 설계할 수 있는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회로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꼼꼼한 전원설계도 눈길을 끈다. 아날로그부와 디지털부로 나누고 디지털부는 다시 수신부와 DAC으로 나눠 각각에 전원트랜스포머를 배치했다. 더욱이 섹션별로 묶는 전원공급 방식이 아니라 모든 부품에 별도의 전원이 들어가도록 권선화해 제작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맞춤형 변압 설계’라는 것. 이를 통해 역기전력이나 혼선으로 인한 노이즈와 왜곡을 극적으로 차단시켰다고 한다. 정류관은 에미션 랩스의 5U4G, 증폭관은 옵션에 따라 WE 복각 101D, 크론 KR-300B, 크론 KR PX-4를 채널당 1개씩 채택했다(밸런스 모델은 채널당 2개씩). ‘Golden Gate’는 PCM 신호는 32비트/384kHz까지, DSD 음원은 DSD256까지 지원한다(이상 USB입력시). 옵션으로 PCM 컨버팅 파트를 뺀 DSD 전용 모델도 있다.
기가와트 멀티탭 ‘PF-2 mk2’ © News1
기가와트 멀티탭 ‘PF-2 mk2’ © News1

◇기가와트 

우리가 흔히 ‘멀티탭’이라 부르는 ‘전류 분배기’(current distribution system)를 영미에서는 ‘파워 스트립’(Power Strip)으로 칭한다. ‘6구 멀티탭’이면 ‘Power strip 6 outlets(sockets)’라 부르는 식이다. 벽체 콘센트로부터 파워 케이블을 통해 전원을 끌어온 다음, 파워스트립에 장착된 2구 이상의 소켓을 통해 각 오디오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것이다. 즉, ‘벽체 콘센트 소켓 → 파워케이블 플러그 → 파워케이블 IEC 커넥터 → 파워스트립(멀티탭) IEC 소켓 → 파워스트립 멀티 소켓’ 흐름이다.  

멀티탭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파워스트립의 IEC 소켓에서는 3종류의 전선(wire)이 나온다. 220V 전압의 교류전기가 들어오는 ‘Hot’(Live), 할 일을 다 끝낸 전기가 다시 벽체콘센트로 돌아나가는 ‘Neutral’, 접지선인 ‘Ground’(Earth)다. 그리고 이 3가지 전선은 파워스트립에 장착된 각 멀티 소켓의 안쪽 3개 단자와 ‘부스바’(Busbar)로 연결된다. 물론 이 부스바가 넓고 두꺼울수록 대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다. 그리고 고급 멀티탭의 경우 부스바 앞단에 메인 전원의 노이즈를 제거해주는 ‘필터회로’와, 순간적인 과전압으로부터 오디오기기를 보호해주는 ‘보호회로’를 갖추고 있다.    

기가와트는 전기 엔지니어 애덤 스츄버트(Adam Szubert)가 2007년 폴란드 중부도시 즈기에시(Zgierz)에 설립했다. 전신은 애덤 스츄버트가 1998년에 설립한 PAL(Power Audio Laboratories). 기가와트는 당초 PAL의 리서치센터로 출범했다. 현재 기가와트에서 생산하는 오디오 제품은 모두 전원 관련 제품들이다. 파워컨디셔너가 5종(PC-4 EVO, PC-3 SE EVO, PC-3 EVO, PC-2 EVO, PC-1 EVO), 파워스트립이 3종(PF-2 mk2, PF-1 mk2, PF-1e), 파워케이블이 5종(LS-2 mk3, LS-1 mk3, LC-3 mk3, LC-2 mk3, LC-1 mk3)이다.    

필자가 집중 리뷰를 해봤던 모델은 파워스트립 ‘PF-2 mk2’으로, 필터 및 보호 회로를 갖춘 6구 멀티탭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면 무엇보다 하단의 PCB 기판 위를 빼곡하게 메운 거대한 필터 및 보호 회로가 가장 눈길을 끈다. 아랫등급인 ‘PF-1 mk2’와 내부 구조상 가장 차이나는 부분이다.    

필터 회로는 메인 전원의 노이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대개 저항과 코일, 캐패시터를 이용한 ‘RLC 로우 패스 필터’ 형태인데, ‘PF-2 mk2’는 캐패시터에 인덕턴스가 낮은 메탈 폴리에스터 캐패시터를 쓰는 등 부품 선별에 큰 신경을 썼다. 그리고 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각 부품들은 PCB 기판에 은으로 납땜했다.    

메인 전원의 순간적인 과전압(overvoltage)이나 서지 노이즈(surge noise)로부터 각 오디오기기를 보호해주는 보호 회로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퓨즈(fuse)를 쓰지 않았다. 어떤 퓨즈를 쓰든 퓨즈라는 부품 자체가 전류흐름에 방해가 돼 결국 음질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F-2 mk2’는 퓨즈 대신 전압에 따라 저항값이 변함으로써 과전압을 막아주는 고품질 배리스터(varistor)를 투입했다.    

부스바에도 꼼꼼하게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기가와트에 따르면 각 소켓에 연결되는 부스바의 재질은 99.99%의 고순도 전해 구리(Cu-EPT. Electrolytic Tough Pitch Copper)로 기가와트가 직접 제작했다. 고순도 전해구리에 일일이 에나멜 도료를 입힌 다음 수차례 담금질을 통해 밀도와 컨덕턴스를 높였다고 한다. 물론 3개의 부스바는 소켓의 ‘Hot’ ‘Neutral’ ‘Ground’ 단자에 각각 연결된다. 부스바의 단면적은 30 QMM(QMM = ㎟).    

앞단의 필터회로와는 테플론으로 절연된 은도금 OFC 선재로 연결됐다. 선재의 단면적은 ‘PF-1 mk2’의 2.5 QMM에 비해 훨씬 더 넓은 4 QMM. 선재와 부스바의 연결은 납땜이 아니라 내구성과 성능 향상을 위해 나사조임 방식을 채택했다.  

소켓도 기가와트에서 자체 생산한 6구 소켓(GigaWatt G-040 Schuko)을 썼다. 소켓 안쪽의 3가지 단자는 모두 황동(brass) 재질이며 겉은 은으로 두껍게 도금했다. 기가와트에 따르면 두터운 은도금 덕분에 오디오기기에서 나온 파워케이블의 플러그를 그만큼 더 확실하게 조여줄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는 케이블 제작에서 흔히 일컬어지는 ‘접촉저항’(Contact Resistance)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그리고 이들 소켓은 모두 극저온처리 및 비자성처리 과정을 거쳤다.


kimkw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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