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합병은 이재용 경영승계와 무관" 삼성물산 사장 특검과 설전

"이재용 지배력 강화목적이었으면 더 좋은 방법 있었다"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6-25 09:00 송고 | 2017-06-25 16:30 최종수정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7.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5.7.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관련 있는지를 두고 특검과 삼성 측의 설전이 치열했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피고인의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특검 질문에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검 "경영승계 목적" vs 삼성 "사업적 필요였을 뿐"

김 사장은 "합병과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며 경영상 필요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고 수차례 증언했다. 그는 "합병으로 이재용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합병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효과가 논의된 적 조차 없다"고 강경한 목소리로 특검에 맞섰다.

특검과 김 사장이 합병과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두고 서로 물러서지 않으며 긴 설전을 벌이자 재판부가 제지에 나서기도 했다. 특검이 집요하게 위 부분을 수차례 질문했지만, 김 사장은 "무관하다"는 답변을 이어갔다. 
또 특검이 '굳이 합병을 하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김 사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삼성 계열사들은 각자 독립경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양사의 이해상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하나의 회사 안과 밖에서의 시너지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시너지 확대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을 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는 관계없다는 취지의 증언을 계속해 그 이상 혐의 입증이 진전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공소사실의 핵심 논리구조는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절박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 구조가 서야만 위험을 무릅쓰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특검의 공소사실이 입증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삼성물산 합병과 경영권 승계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검이 '승계 목적'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건의 대전제와 그 전제에 등장하는 '승계'의 의미조차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삼성 측 항변이다.

"이재용 승계목적이라면 더나은 방법 있었다"

삼성 측은 승계가 '경영권 승계'의 의미라면,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던 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가 1996년 이 부회장에게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보다 3배 많이 배정될때 이미 누가 삼성의 경영권을 이어가게 될 것인지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이미 그때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정해졌고 그때부터 모든 언론과 여론이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란 주장이다. 삼성은 20여년 전부터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것으로 여겨왔다.

만일 특검이 말하는 '승계'가 이건희 회장 지분의 완전한 이전을 의미한다면 이것은 '상속'을 뜻하며 이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 입장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은 병상에 있다. 설사 상속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미 경영권 승계가 정해진 상황에서 이 부회장 개인의 지분 변동은 각사의 경영행위에 따른 사후적 결과물일 뿐이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선택이 아니었다는 것이 삼성의 일관된 주장이다. 

재계나 금융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개인 지배력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이 아닌 다른 방법들로도 충분히 가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용 본인의 지배력 강화가 목적이었다면, 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아니라 물산 최대주주인 SDI를 인적분할해 SDI투자회사와 제일모직을 합병하거나, 물산을 인적분할해 물산 투자회사와 제일모직 자회사인 바이오로직스와 물산을 합병하는 등 더 나은 대안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위 대안들을 선택하지 않고 물산 모직 합병을 택한 것은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정부 방침과 사업간 시너지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삼성 측은 "삼성 관계사들이 M&A를 하거나 증자,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기업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변동은 당연히 일어나는 사후적 결과인데 특검 주장대로라면 이런 변화때마다 지분 변화가 일어나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영원히 끝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eei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