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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 만드는 건 문제해결 기피하는 조직문화죠"

박현우 페이스북 '헬조선 늬우스' 페이지 운영자 인터뷰
"문제의식 가진 약자들 연대해 헬조선 갑질에 대응해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7-06-25 06:00 송고
박현우 '헬조선 늬우스' 페이지 운영자(박현우씨 제공)© News1
박현우 '헬조선 늬우스' 페이지 운영자(박현우씨 제공)© News1

"그냥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기사들 올리다가 처음에는 재밌는 내용을 공유할 생각에 페이지를 만든거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줄지 몰랐어요."
뉴스1이 만난 페이스북 페이지 '헬조선 늬우스'의 운영자 박현우씨(29)는 글쓰기와 영화, 정치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혼자보기 아까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정치 관련 기사와 사진들을 공유하기 위해 별생각 없이 만든 페이지를 현재는 5만4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구독(팔로우)하고 있다.

이런게 관심이 높아지면서 페이지를 통해 제보가 들어온 내용을 소개했다가 언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리본을 가방에 달고 부대로 휴가 복귀한 군인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내용이었다. 

형편없었던 예비군들의 점심 반찬 사진을 제보받아 올린 게시글을 올렸을 때는 해당 부대 관계자로부터 게시글을 내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물론 이런 게시들에 대한 누리꾼들의 분노는 뜨거웠다. 

현우씨는 시민들이 자신의 페이지를 구독하고 공감을 느끼는 것은 그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헬조선'이라는 단어의 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옥'만큼이나 살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하고 유머코드를 섞어,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 것에 사람들이 많이 공감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6월 헬조선 늬우스가 누리꾼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공개한 '세월호 리본 사건' 내용© News1
지난해 6월 헬조선 늬우스가 누리꾼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공개한 '세월호 리본 사건' 내용© News1

헬조선에 대한 수많은 소식을 전하면서 현우씨는 대한민국을 헬조선으로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잘못된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지적하지 않고 덮으려는 조직문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과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개인을 소외시키고 그냥 덮어버리는 것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계속해서 문제들은 곪게 된다는 것이다. 

현우씨는 "우리에게는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떤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있다"라며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개인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 자기 파괴적으로 변해간다"고 지적했다. 

그렇기 때문에 '헬조선'의 개인들 또한 '문제'가 진짜 문제시 되는 것을 꺼리게 됐다. 잘못을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프로불편러'(상습적으로 불편을 제기하는 사람) 낙인을 찍는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별개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우씨는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약자들이 뭉치면 뭉칠수록 헬조선을 만드는 각종 '갑질'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우씨는 집권자들의 부정에 분노한 시민들이 연대해서 이뤄진 촛불 집회와 정권교체 이후 페이지를 통해 들어오는 제보 내용도 조금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한 지인은 "이제 '헬(hell)조선'이 아니라 '헤븐(heaven)조선'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현우씨는 "사람들이 최근들어 실제로 미래를 좀 더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며 "만약 한국을 묘사하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더이상 설득력을 잃게 되면 저도 페이지 운영을 더이상 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현우씨는 사회문제, 정치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놓은 글을 모아 책을 출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책은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사회를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현우 씨는 "청년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리고 이를 통해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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