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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회사 출퇴근…인재 몰리고 매출도 '껑충'

[동물보호, 일본은 지금] <2> 고양이 친화 IT기업 '페레이'

(도쿄=뉴스1) 이병욱 기자, 이기림 기자 | 2017-06-24 17:01 송고 | 2017-06-24 20:46 최종수정
편집자주 세계 최초로 유기견 출신의 '퍼스트 독'이 한국에서 탄생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편에선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사람들에 의해 거리로 내몰린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 간 국내에서 유기된 동물은 약 41만마리. 연 평균 8만마리 이상이다. 반면 민간위탁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전국의 유기동물보호소가 수용할 수 있는 유기동물 수는 총 2만2000마리다. 이 때문에 보호기간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온 동물들은 지난해 기준 46.6%가 원주인을 찾아가거나 새 주인에게 입양됐지만, 22.7%는 자연사했고, 20%는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뉴스1>은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대표 황동열), '다솜'(대표 김준원), '나비야사랑해'(대표 유주연)와 함께 유기동물 '살처분 0'를 목표로 많은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의 동물보호 현주소를 살펴봤다.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신주쿠 페레이 코퍼레이션(Ferray Corporation)에서 직원들이 데려온 고양이가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신주쿠 페레이 코퍼레이션(Ferray Corporation)에서 직원들이 데려온 고양이가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고양이 때문에 인재가 몰리고, 매출도 늘어나는 등 동물 덕을 톡톡히 보는 기업이 있다.

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에 있는 시스템 개발업체 페레이(대표 후쿠다 히데노부). 페레이는 전체 직원이 16명인 작은 규모이지만 업계에 소문이 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IT 전문기업이다.
23일 찾아간 사무실의 첫 인상은 여느 IT기업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조용하게 업무에 집중한 직원들 사이로 고양이 3마리가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사무실을 제 집처럼 활보하고 돌아다니는 이 고양이들은 '우메', '브이', '린'이다.

우메와 브이는 동물보호소에서 살처분 되기 직전 구조된 고양이들이고, 린은 길고양이 엄마가 낳은 4마리 형제 중 하나다.
고양이들은 보호자들이 출근할 때 마다 함께 사무실에 나온다. 평소 사무실에는 이들 3마리 외에도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다가 구조된 '밴', 길고양이였던 '블랑'과 '스바루',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코부마키'와 '무기', 차량 보닛에서 발견된 '페코' 등 6마리가 더 나와 9마리가 함께 지낸다.

6명의 직원이 9마리를 데리고 함께 출퇴근 하는 것. 가장 많은 고양이들과 출퇴근 하는 이가 후쿠다 히데노부 대표다.

후쿠다 히데노부(Hidenobu Fukuda)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신주쿠 페레이 코퍼레이션(Ferray Corporation)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후쿠다 히데노부(Hidenobu Fukuda)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신주쿠 페레이 코퍼레이션(Ferray Corporation)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혼자 출근하는 3명의 다른 직원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나이가 너무 많아 각자의 집에서 지낸다고 했다. 회사는 이들 모두에게 '고양이 인센티브'를 매달 5000엔씩 지급한다.

회사가 설립된 건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당시엔 고양이 1마리가 사무실에서 함께 지냈다. 그러다가 지난 2007년부터 본격적인 고양이 친화 정책을 시행했다.

구인 공고를 낼 때 고양이가 사무실에서 함께 지낸다는 사실을 알렸다,

채용 면접 때는 지원자들에게 '유기동물 살처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방법' 등 동물보호와 관련한 내용을 반드시 묻는다. 그래서 좋은 의견을 가진 지원자들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사원들을 뽑고 있다.

이 정책을 통해 회사는 3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우선 우수한 사원들이 입사했다. 또 회사 분위기가 따뜻해지고 좋아졌다. 마지막으로 고양이가 함께 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홍보가 돼 매출이 느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양이들로 인해 직원들은 매일 업무시간이 즐겁다고 입 모아 말한다.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신주쿠 페레이 코퍼레이션(Ferray Corporation)에서 직원들이 데려온 고양이가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23일 오후(현지시각) 일본 도쿄 신주쿠 페레이 코퍼레이션(Ferray Corporation)에서 직원들이 데려온 고양이가 사무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7.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후쿠다 히데노부 대표는 회사가 고양이 친화 정책을 도입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고 말했다. 그와 직원들 모두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동물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커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17년째 고양이와의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페레이. 고양이 때문에 재미 있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회사로 걸려 온 전화기를 고양이들이 끊어버리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움직임이 빨라진 고양이들이 사무용기기의 전원 스위치를 꺼버리기도 한다. 또 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는지 고양이들이 책상 위에 앉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감시하기도 한다. 

후쿠다 히데노부 대표는 "고양이들로 인해 우린 매일 즐겁고, 힘든 일 있어도 고양이들 덕분에 힐링이 된다"면서 "앞으로 고양이를 더 늘리고 싶고, 동물보호에 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더 채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보호 인식을 전할 수 있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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