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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 시진핑-왕치산 정치동맹 깨졌다?

(서울=뉴스1) 박형기 중국 전문위원 | 2017-06-23 14:30 송고 | 2017-06-23 21:50 최종수정
중국 권력층이 베이징에 여름이 오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장소가 있다. 푸른 바다물결 넘실대는 베이다허(北戴河)다. 발해 만에 위치한 베이다허는 중국 최고위 권력층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별장촌이다. 
중국 최상위 권력층은 매년 가을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中全會)를 앞두고 베이다허에 모여 거래를 한다. 이번 베이다허 모임은 특히 각별하다. 올가을 열리는 19차 당 대회에서 차기 지도부를 선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베이다허 모임에서 차기 대선 레이스에 나설 ‘말’들을 골라야 한다. 

구소련 권력 엘리트들은 얄타에 있는 ‘다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플로리다 팜비치의 별장에서 모사를 꾸미는 것과 같다.

이번 베이다허 모임에서 중국 지도부는 공산당 중앙 상임위 멤버를 구성한다. 중국 공산당의 최상위 권력기관은 공산당 중앙정치국이다. 25명으로 구성된다. 그중 최상위 7명을 골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상임위가 공산당의 핵심 중 핵심이다.

공산당의 상례는 68세가 넘어가면 상임위 직을 내놓아야 한다. 현 상임위 7명 중 5명이 68세를 넘는다. 현재 정치국 상무위원 서열은 시진핑-리커창-장더장-위정성-류윈산-왕치산-장가오리 순이다. 이들 중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하고 모두 68세를 넘었다. 이들을 대신해 ‘젊은 피’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들이 바로 차기 대권 레이스에 참여할 말들이다.
왕치산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AFP=뉴스1
왕치산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AFP=뉴스1

이번 베이다허 모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시진핑의 오른팔이자 반부패진영의 선봉장인 왕치산 당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거취다. 왕 서기는 48년생으로 올해 69다. ‘7상8하’라는 불문율(67세는 남고, 68세는 떠난다)에 따라 왕치산은 상임위에서 은퇴해야 한다. 그러나 시 주석은 자신의 오른팔인 왕치산의 상임위 잔류를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일부 외신은 시 주석이 현재 총리인 리커창 총리를 해임하고 왕치산을 신임총리에 임명해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그런데 왕치산의 거취가 갑자기 이상해졌다. 왕치산이 미국에 초호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부인이 미국 국적자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 고위간부들의 금고지기를 하다 현재 미국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궈원꾸이(郭文貴.50)는 최근 이같이 주장했다.

궈원꾸이 - 구글  갈무리
궈원꾸이 - 구글  갈무리

특히 그는 시 주석이 왕치산의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를 공안부에 지시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왕치산이 최근 한달 이상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진핑과 왕치산의 동맹이 파기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그런데 당기율검사위원회는 2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왕치산이 지난 20∼22일 구이저우성 기율검사 공작회의에 참석, 현지 간부들에게 "양호한 정치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삼림감시원이 돼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왕치산의 공식 활동은 지난달 13일 베이징에서 분냥 보라치트 라오스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36일 만이다. 왕치산이 건재함을 대내외에 과시한 것이다. 

왕치산이 좌장인 반부패 진영은 최근 덩샤오핑 일가의 금고지기인 우샤오후이 등 여러 금융계 인사들을 구속했다. 금융계 인사들이 당 고위간부들의 재산을 관리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부패진영은 이들에게서 다른 파벌의 약점을 잡아내 이를 빌미로 반대파를 쳐내기 위해 이들을 붙잡고 있다. 일격을 당한 왕치산은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한국도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전세계가 때 이른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이번 여름은 여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베이다허의 여름은 더 뜨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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