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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이라더니 1년전 통계 적용…6·19대책 '고무줄 잣대' 논란

국토부 "정량적 지표 외 정성적 측면까지 고려한 것"
기준 명확해야…"정책 추진의 정당성 훼손될 수 있어"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2017-06-25 06:3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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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6·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무줄 잣대'를 적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 광명시를 조정 대상지역으로 추가하면서 제시했던 기준이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인데 실제 적용한 사례는 2015년과 2016년 분양한 단지다. 국토부는 청약경쟁률 등 정량적 지표 외에도 정성적 측면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근거 기준을 임의대로 적용해 정책 정당성은 물론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경기 광명, 부산 기장군·부산진구 등 3곳을 신규 조정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국토부는 광명 등 3곳에 대해 "청약경쟁률 및 주택가격 상승률이 기존 조정 대상지역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으며 국지적 과열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과 3개월 누계 주택가격상승률을 근거로 들었다. 국토부가 밝힌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은 31.8대 1, 3개월 누계 주택가격상승률은 0.84%다. 모두 기존 조정 대상지역의 청약경쟁률(22.2대 1)과 주택가격상승률(0.32%)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광명에서 신규 분양한 아파트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직전 2개월 청약경쟁률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적용된 아파트는 2015년과 2016년 분양된 곳이다. 국토부는 2015년 12월 공급된 '광명역 파크자이2차(평균 26.8대 1)'와 지난해 5월 분양된 '광명역 태영데시앙(36.7대 1)' 사례를 토대로 청약경쟁률을 도출했다. 직전 2개월이라고 설명해놓고 실제로는 1년 전 사례를 적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조정 대상지역을 선정할 때 청약경쟁률, 주택가격상승률, 주택보급률 중 하나만 충족하면 정성적인 평가를 통해 지정할 수 있다"며 "광명의 경우 최근 주택가격상승률이 가파르고 앞으로 정비사업이 예정돼 있어 정성적 판단을 더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또 광명은 분양권 거래가 증가하는 등 시장 과열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의 해명을 들으면 경기 김포시 등도 주택가격상승률 산정 기준을 늘리면 충분히 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어 보인다.  조정 대상지역을 선정할 때 청약경쟁률 기준은 2개월로 명시돼 있으나 주택가격상승률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통계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김포 아파트 매매가격은 12.27% 상승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이며 청약경쟁률 역시 조정 대상지역 기준을 웃돈다. 지난 5월 분양한 '김포한강메트로자이 1·2단지'는 각각 평균 10.4대 1, 5.6대 1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김포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조정 대상지역 수준보다 낮다"고 말했다.

© News1 박지혜 기자
© News1 박지혜 기자

조정 대상지역은 과열된 시장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이다. 투기과열지구에 비해 강도는 낮으나 전매제한기간 강화, 1순위 제한 등 청약 규제는 물론 이번 6·19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10%포인트씩 줄어들게 됐다. 현재 서울 전 지역을 비롯해 40개 지역이 지정된 상태다.

주택 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정부가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지만 해당 지역의 사업자나 수요자 입장에서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광명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곳이다. 광명16R구역을 재개발한 단지로 총 1991가구(일반분양 803가구) 규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광명은 (조정 대상지역 선정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지역"이라면서도 "분양 사례가 없는데 (과거 사례를 끌어와) 억지로 맞춰서 발표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토부가 신규 조정 대상지역을 선정하면서 고무줄 잣대를 적용, 정책 추진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입맛대로 조정 대상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투기과열지구는 물론 조정 대상지역 선정만으로도 충분히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청약경쟁률은 최근 2개월 수치를 가져다 써야하는데 광명시 사례처럼 1년 전 지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당성을 잃은 정책은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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