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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탈원전·석탄' 선언…모두 실현땐 전력수급 차질

블랙아웃 걱정할 수도…전기요금도 인상 가능성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17-06-19 18:18 송고 | 2017-06-19 18:27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인근 초등학생들과 세리머니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청와대) 2017.6.19/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고리 인근 초등학생들과 세리머니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청와대) 2017.6.19/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선언한 '신규 원전 백지화'는 당장은 전력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날 재천명한 기존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 불허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신규 화력발전소 건립 중단 등 탈(脫)원전·석탄 정책이 모두 현실화하면 전력 수급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발전소의 총 설비용량은 6월 기준으로 11만㎿(메가와트)다.

총 발전설비용량이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설비예비율은 시기별 전력수요의 증감에 따라 60~100% 수준을 보인다. 설비예비율이 0%면 최대전력 수요에 딱 맞춰 설비용량을 갖췄다는 뜻이고 100%이면 전력수요의 2배에 해당하는 설비용량을 갖췄다는 의미다. 

현재 국내 예비전력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가스발전소 가동률이 30%대에 그치는 등 여유로운 국내 발전설비로 인해 신규 원전을 짓지 않더라도 전력 수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발전설비, 원전설비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전기소비가 둔화하는 추세에서 발전소를 많이 짓는 것은 낭비"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더 지을 필요가 없는 수준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계획하는 발전정책이 현실화해 발전설비가 줄어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등 발전설비는 점검이나 고장 등 여러 변수로 모든 설비를 동시에 가동해 총 설비용량만큼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만큼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설비예비율은 필요하다. 

이에 전력당국은 기본적인 설비예비율 15%에다 수요·공급의 불확실성까지 감안해 7%를 추가한 22% 이상의 설비예비율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계절별로 전력 수요가 다르지만 가장 많은 전기를 사용하는 여름철 최대 전력수요는 약 8만5000㎿ 수준이다. 이 경우 설비예비율은 약 29%까지 떨어지게 된다. 전력당국이 목표로 하는 22%를 상회하지만, 현재보다 총 발전설비 용량이 줄어든다면 설비예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19일 0시를 기해 가동이 중단된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의 설비용량은 587㎿로, 현재 가동 중인 25기 원전 설비용량인 2만3116㎿의 2.5% 수준이고,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0.5%에 그친다. 

문 대통령이 폐쇄를 공약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설비용량은 3300㎿로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3% 수준이다.

고리 1호기의 영구정지나 노후 석탄발전소의 폐쇄 정도로는 현재의 전력수급에 큰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원전 설계수명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에 따라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은 월성1호기를 비롯해 모두 11기다. 이들 11기의 설비용량을 모두 합하면 9716㎿로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9% 가량이다.

18일 오전 1시 그린피스와 탈핵시민연대 회원들이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고리1호기 폐로'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쏘고있다. © News1
18일 오전 1시 그린피스와 탈핵시민연대 회원들이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해 '고리1호기 폐로'를 환영하는 메시지를 쏘고있다. © News1
 
원전 설계수명 연장 불허까지 문 대통령이 약속한 모든 에너지정책이 현실화하면 상당한 발전설비용량이 사라지게 된다. 다른 대체 발전설비가 추가되지 않는다면 여름철 전력수요가 급증할 경우 목표하는 설비예비율 밑으로 떨어지거나 블랙아웃(대정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이다. 신규 원전을 취소하고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신규 건설 계획까지 취소한다면 줄어든 발전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2030년 원전 비중을 18%로 줄이고 가스발전을 37%로 늘리는 등 에너지분야 공약 이행 상황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현재보다 전기료가 20~25% 상승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석탄발전 축소에 따른 부족한 전기를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설비 확충은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고 예상 못한 다른 변수가 생기면 전력수급 정책에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에야 전기설비용량이 여유로워 원전·석탄발전을 줄여도 영향이 미미하다는 착각을 불러올 수 있지만 결국에는 에너지안보 위기 등 대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je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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