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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으로 성장한 부영…이중근 회장 오너 리스크에 '덜미'

대기업 중 공정위 첫 칼날, 부동산 투자에 제동 걸리나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2017-06-19 06:30 송고 | 2017-06-19 10:33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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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중 처음으로 공정위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 회사가 최근 공을 들였던 부동산 투자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부동산 투자로 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중근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까지 겹치자 부영 측은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 정부 지원·임대로 몸집 키운 부영…3년 동안 부동산에 3조원 투자

부영그룹은 다른 기업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임대 사업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장했다. 임대료를 장기적으로 받아 현금확보에 유리했고 분양전환을 통해 시세차익까지 거두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이중근 회장은 1972년 우진건설을 세운 후 건설업에 진출했지만 1979년 부도로 폐업했다. 1983년 삼진엔지니어링(現부영)을 설립해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부영(옛 삼진엔지니어링)은 올해 대기업 순위 16위에 해당하는 그룹으로 성장했다. 자산총액만 21조7000억원에 달한다.

자금이 쌓이자 부영은 2015년 이후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업다각화가 표면적인 이유였지만 업계는 건물 및 땅 투자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이후 부영은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CC,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등 알짜 부동산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지난해 9월에는 을지로 삼성화재 사옥을 차례로 계약했고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도 연이어 인수했다. 이달엔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건물(옛 외환은행 본점)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부영은 인수의향서를 낸 6개 업체 중 가장 높은 9000억원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3년 동안 부영이 매입한 부동산 자산은 10곳(서울 KEB하나은행 을지로 사옥 포함), 2조9000여억원에 이른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그룹 재무구조 악화, 오너 리스크까지 겹친 부영

이처럼 이중근 회장이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매집할 수 있었던 것은 임대사업에 대한 정부지원으로 벌어들인 막강한 현금동원력 덕이다.

부영은 김대중 정부 시절 공공임대 건설지원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급성장했다. 부영은 임대료뿐 아니라 분양전환을 통해 또다시 시세차익을 거둔다.

지난 몇년 동안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서 분양전환에 따른 현금유입량은 더 많아졌다. 지난해 기준 부영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747억7734만원으로 2015년(2523억7831만원)과 대비해 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임대사업으로 몸집을 불린 덕에 공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해왔지만 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탈세혐의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 신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검찰 고발을 계기로 조사 범위가 부동산 매입과정에서 동원한 자금의 출처 여부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수사 범위가 확대되지 않더라도 오너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되면 신규 사업에 대한 추진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문제는 공격적인 부동산 매집이 그룹의 재무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영은 매집한 건물을 임대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 임대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시설관리 전문업체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연면적 8만7646㎡ 부영태평빌딩(구 삼성생명 본사)은 지난 1분기 기준 5만6198㎡가 공실로 남았다. 전체 건물의 64% 이상이 공실이라는 의미로 부영을지로빌딩(구 삼성화재 본사)도 전체 연면적 5만5312㎡ 중 2만5553㎡가 공실이다.

기대만큼의 수익률은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대규모 부동산 매집은 부영의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3년 동안 부영의 자본은 그대로인 반면 부채는 크게 늘어났다.

부영의 자본은 △2014년 2조3000억원 △2015년 2조4331억원 △2016년 2조4543원으로 변화가 없다. 자산규모는 △2014년 10조6202억원 △2015년 13조1073억원 △2016년 14조6269억원으로 4조원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부채는 △2014년 8조3217억원 △2015년 10조6742억원 △2016년 12조1726억원으로 3년 사이 4조원가량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기준 188.4%로 200%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부동산 인수로 그룹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면 신규 사업추진은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며 "이 회장의 경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기부활동을 펼쳐왔지만 평판 하락도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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