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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근혜 법치 훼손"- 朴측 "혐의 모두 부인"(종합)

법정에 선 '국정농단 정점'…사복·올림머리 차림
최순실과 서로 눈길 외면…변호인·검찰 총동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최은지 기자 | 2017-05-23 14:54 송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눈을 감고 착잡한 표정으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눈을 감고 착잡한 표정으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섰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나온 건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21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9시12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정식 공판기일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건 3월31일 구속된 후 53일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왼쪽 가슴에 '503번' 수인번호가 달린 남색 사복을 입고 호송차에서 내렸다. 집게핀을 이용한 올림머리 차림이었고 수갑을 찬 양손은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법정에 들어선 후 피고인석에 앉자 40년 지기 최순실씨(61)가 뒤따라 출석했다. 최씨가 피고인석으로 향하는 동안 둘은 다른 곳에 시선을 뒀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눈빛 교환없이 그대로 피고인석에 앉았고, 이후 둘은 정면만 응시했다.

검찰 측과 변호인도 총동원됐다. 검찰에서는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7기)와 한웅재(47·28기) 형사8부장을 비롯해 8명이 법정에 나왔다. 변호인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6명, 최씨 측은 4명, 신 회장 측은 4명 등 총 14명이 출석했다.
공판이 시작되고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진행됐다. 현재 직업을 묻는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은 "무직입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일각에선 그가 '전직 대통령'이라고 답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혐의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갔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모금과 기업에 대한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 등 18가지 혐의가 언급됐다. 검찰이 준비한 공소사실을 읽은 시간만 44분이 걸렸다.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사법연수원 27기)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공직자가 아닌 최씨에게 국가의 각종 기밀과 정보를 사사로이 전달해 국정에 개입하도록 했다"며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이념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55·24기)는 "모든 사건에는 범행동기가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럴 동기가 없다"며 "(그는)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인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도 '피고인도 전부 부인하는 것이 맞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네, 변호인의 입장과 같다"고 직접 답했다. 재판부가 '추가로 더 말할 사안이 있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추후에 말씀 드리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최씨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68·4기)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법리적으로도 대가 관계나 부정 청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 측 변호인 백창훈 변호사(60·13기)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르고 법리적으로도 의문이 있다"며 앞으로 다툴 뜻을 밝혔다.

최씨는 혐의에 대한 의견 대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을 강조했다. 그는 "40여년 동안 지켜본 박대통령을 법정에 나오시게 한 제가 죄가 너무 많은 죄인"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절대로 보지 않는다"며 울먹였다.

이후 재판부는 29일부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씨의 뇌물 혐의 재판과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최씨의 재판과 병합하면 재판부의 심리에 예단·편견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해 재판부는 이날 결론을 내린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병합 결정을 밝히며 "최씨의 사건을 병합한다고 해서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관련 사건 심리로 인한 예단을 없애고 박 피고인의 주장과 입증까지 백지상태서 충분히 심리 후 결론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은 시작한지 3시간1분 만인 오후 1시1분에 종료됐다. 재판을 마친 유 변호사는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재판정을 빠져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기록 검토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어필한 취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사실이니까요"라고 짧게 답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15분 호송차량에 탑승해 법원을 빠져나가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재판부는 25일 오전 10시 2회 공판을 열고 서류 증거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날 재판에는 최씨와 신 회장은 출석하지 않고 박 전 대통령만 나올 예정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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