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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1등보다 소중한 가족"…장하나, 국내로 돌아온 사연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7-05-23 14:46 송고
프로골퍼 장하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KLPGA 투어 복귀 기자회견에서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프로골퍼 장하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KLPGA 투어 복귀 기자회견에서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골프 1등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나 쾌활한 장하나(25·BC카드)도 부모님의 이름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졌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갑작스레 국내 유턴을 선언한 것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하나는 23일 서울 종로구 청진동 진진바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무대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전날 소속사를 통해 국내 복귀 의사를 밝혔던 그는 이 자리에서 직접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필로 작성한 회견문을 읽어내려가며 진심을 전달했다. 아버지, 어머니를 언급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세계랭킹 1위가 유일한 목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항상 함께하시는 노령의 아버지, 한국에 홀로 계시는 외로운 어머니를 생각할 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제는 부모님,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며 보다 더 즐거운 골프 인생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부터 LPGA투어에서 뛴 장하나는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훌륭하게 적응했다. 첫 시즌에는 준우승만 4번 기록했고, 2번째 시즌에는 한국선수들 중 가장 많은 3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 2월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우승 소식을 전했다.
그런 장하나의 국내 복귀는 많은 의문을 낳게 했다. 그는 호주 여자 오픈 우승으로 2019년까지 시드를 확보한 상태다. 많은 이들이 매년 미국 진출을 위해 노력해도 시드 획득이 쉽지 않은데, 장하나는 스스로 이를 포기했다.

장하나는 "많은 분들이 큰 부상이나 부진도 아닌데 갑자기 복귀하는 데 의문을 가지실 것 같다"면서도 "스스로 수백번, 수천번 질문을 던졌고,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닌 내 인생에서 무엇이 더 우선순위인지를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장하나의 결론이었다. 장하나는 아버지 장창호씨(65), 어머니 김연숙씨(66)가 마흔이 넘어 본 '늦둥이 외동딸'이다. 그만큼 부모님이 장하나에 대한 애착이 크고, 장하나 역시 부모님을 끔찍이 생각한다.

프로골퍼 장하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KLPGA 투어 복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프로골퍼 장하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KLPGA 투어 복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17.5.2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장하나는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2~3년이 지나면 최소한 서른이 될 것 같았다. 그때는 나도 완벽한 어른이 돼서 내 생활을 해야하는데, 미국에 있다보면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쉽게 말해 '결혼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특히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버지 장창호씨는 "집사람이 요즘 많이 힘들다. 우울증 약도 먹고 있다. 나와 하나가 365일 중에서 330일은 나가 있으니 그 시간은 집사람 혼자 있다"면서 "하나가 집에 와서 엄마가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결심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흘리던 김씨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으니 이제 부모도 챙겨줘야지 않나. 운동도 좋지만 부모도 인생이 있는 것 아닌가. 몇십년동안 골프 가르치느라고 둘이서 어디 여행도 못갔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장하나는 "이제 잘해야지"라면서 어머니를 토닥였다.

장하나는 "엄마도 나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미국에 있다보면 한국 토종 음식이 많이 생각나는데, 맛집을 많이 다니고 싶다. 지방도 멀지 않으니까 내가 직접 운전해도 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골프보다 소중한 것을 깨달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골프선수로서의 욕심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당장 올해로 종료되는 KLPGA투어 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정상급 기량을 보여야하는 장하나다.

장하나는 "여전히 목표는 뚜렷하다. 어렸을 때의 장하나가 오로지 골프만 바라봤다면 이제는 주변의 소중한 것도 잃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면서 "KLPGA 메이저대회가 5개가 된 만큼 욕심을 안 낼 수 없다. KLPGA에서 8승을 했지만 메이저 우승은 2승밖에 없기 때문에 꼭 그랜드슬램을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언제나 재기발랄한 그만의 세리머니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늘 해왔던 것이라 기대를 많이 해주실 것이다. 세리머니는 그때 상황과 기분에 따라 보여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starbur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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