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英 '치매세' 논란…"돈있는 노인, 요양비 스스로"

요양비 지급 기준에 '집값' 포함…주택보유시 불리
보수당 "재정적자·고령화시대에 따른 정책"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2017-05-22 16:16 송고 | 2017-05-23 10:37 최종수정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 AFP=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오는 6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치매세' 논란에 휘청이고 있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노년층에게 불리한 공약이라 지지율에 직격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집권당인 보수당은 이날 요양비 지원 기준 변경을 골자로 한 '노인 돌봄'(social care) 개혁 공약을 내놓았다.

영국에선 소득이 연간 2만3250파운드(약 3400만원) 이하인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요양비의 일부를 지원한다. 요양 형태에 따라 소득 산정 기준이 달라지는데, '재가 요양'의 경우 소득과 예금만 소득 산정 기준에 포함하고 '시설 요양'은 보유 주택의 가치까지 고려한다. 보유 주택이 비싸더라도 소득이 없다면 재가 요양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보수당은 재가 요양의 경우에도 소득 산정 시 집값을 포함하기로 했다. 소득 산정 기준을 시설 요양을 기준으로 일원화하면서 수급 기준은 높아지는 것이다. 대신 보수당은 주택 가격을 고려해 소득 기준을 기존 2만3250파운드에서 10만파운드(약 1억4500만원)로 완화했다. 즉 재가 요양이든 시설 요양이든 소득이 10만파운드 이하일 경우 요양 서비스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자료사진) © AFP=뉴스1

보수당의 이번 공약은 사실상 소득 산정 기준을 높이는 대신 소득 기준은 완화한 구조다. 소득이 없으면 사후에 집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우선 시설 요양보다 재가 요양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기 때문. 시설 요양의 경우 4~5년만 머물러도 20만~30만파운드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재가 요양은 3만~4만달러로 훨씬 저렴하다.

또 상당수 주택 가격이 10만파운드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공약을 반길 이들은 거의 없다. BBC에 따르면 일부 시골 지역을 제외하고는 영국 대부분 지역의 평균 집값은 10만파운드 이상이고, 런던을 비롯한 도시 지역엔 100만파운드가 넘는 집들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가치는 높지만 당장 소득이 없는 노인들의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보유 자산을 미리 자식들의 명의로 넘기거나 차명 자산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야당인 노동당에선 따라서 논란이 되는 이번 보수당의 공약에 '치매세'라는 딱지를 붙이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40%의 상속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데 대해 보수당이 '사망세'라고 부른 데 따른 것이다.

거센 역풍에 보수당은 "사후에 요양비를 지불해도 되기 때문에 생전엔 집을 팔지 않아도 된다"라며 "(부동산을 포함해) 개인이 평생 모은 자산을 자신의 요양비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10만파운드라는 기준을 둬 이 정도는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막대한 재정적자, 고령화 시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도 설명했다. 보수당 소속 도미닉 라압 전 법무장관은 "재정 상환능력(financially solvent)에 초점을 둔 정책"이라며 "취약계층을 건드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후엔 75세 이상 인구가 200만명 더 증가한다"며 "누군가는 지불해야 할 엄청난 재정적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보수당의 주요 지지층은 어느 정도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노년층. 하지만 이들에게 직격타가 되는 공약은 지지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당 관계자를 인용, "존 고드프리 총리실 정책국장이 반대했지만 메이 총리의 측근인 닉 티모시의 주장으로 막판에 추가됐다"고 털어놨다.


yjy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