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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식 퇴출' 부산의 초등 시험 개혁…현장에선 '글쎄'

부산, 내년부터 초등 시험 전부 서술·논술형으로
"창의인재 양성에 필수"…"사교육 의존" 우려 커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2017-04-29 07:00 송고 | 2017-04-29 21:13 최종수정
초등학생들이 객관식 문항으로 이뤄진 진단평가를 치르고 있다.(뉴스1 DB) © News1 김대웅 기자
초등학생들이 객관식 문항으로 이뤄진 진단평가를 치르고 있다.(뉴스1 DB) © News1 김대웅 기자

부산시교육청이 내년부터 부산지역 모든 초등학교(308개교)에서 보는 시험에 객관식 문항을 없앤다.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초의 실험이다. 대신 서술·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환영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8학년 새 학기부터 부산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문항 출제를 금지하고 서술·논술형 문항만 내도록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부산지역 초등학교의 시험 문항은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이뤄져 있다.

김 교육감은 "주입식, 암기식, 정답 고르기식 평가와 교육으로는 변화무쌍한 복합융합사회인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며 "학생들이 생각하는 힘과 문제해결능력의 힘을 키우는 것은 물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미래 핵심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술·논술형 평가 전면 도입을 위한 로드맵도 밝혔다. 오는 6월 공청회를 열어 교사, 학부모 등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7~8월 평가 전문가 연수를 실시한다. 2학기가 시작하는 9월에는 서술·논술형 평가 시범학교 10곳을 운영한다. 이후 내년까지'초등 학업성취관리시행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우려의 목소리가 큰 편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서술·논술형 평가만 할 경우 기본적인 개념지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 부담을 느낀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의존하게 되거나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외워서 서술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씨(36)는 "기존 초등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서술·논술형 평가에 적응할 바에 어차피 대비해야 할 중학교 객관식 평가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며 "음성적인 선행학습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권정희씨(52)는 "정성평가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상 학교와 학생·학부모가 평가 문제로 부딪히는 사례가 빈번할 것 같다"고 했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급격한 변화는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며 "서서히 객관식을 줄여나가면서 학교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물론 환영의 의견도 있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우리나라 객관식 시험은 함정 선택지를 여러 개 파놓고 학생들의 실수를 유발하려는 의도를 가진 평가일 뿐"이라며 "비록 늦었지만 '정답 감별 능력'만 키우는 이러한 평가방식을 없애고 창의인재 양성을 위한 평가방식을 도입한 부산시교육청의 실험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논술을 가르치는 강사 A씨는 "짧은 시간을 주고 키워드만 골라 읽게 만드는 객관식 평가의 영향 때문에 요즘 학생들은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며 "창의인재의 주요 조건인 문해력(글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의도를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많이 읽고 쓰게 만드는 평가방식의 변화는 아주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j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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