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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덕에 세월호 올라왔어" 목포항 가족·방문객 눈물바다

방문객들 미수습자 가족 면담…"아직 추모란 말 일러"
주말 추모객 2만여명 몰려…시민단체 추모행사 개최

(목포=뉴스1) 최동현 기자 | 2017-04-08 19:53 송고
8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에서 미수습자 가족인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경남 진주에서 온 진주교대 학생을 위로해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 전 같은 코스로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진주교대 학생이
8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에서 미수습자 가족인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경남 진주에서 온 진주교대 학생을 위로해주고 있다. 세월호 참사 1년 전 같은 코스로 배를 타고 수학여행을 다녀왔다는 진주교대 학생이 "세월호 참사 이후 더 많이 알리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울먹이자 은화 어머니는 "아들아, 괜찮아. 너희들 덕분에 세월호가 올라왔다"며 보듬었다. 2017.4.8/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아들아 괜찮아, 너희들 덕분에 세월호가 올라왔잖니"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는 "세월호 참사를 더 많이 알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울먹이는 대학생 최형석씨(22)를 끌어안고 흐느꼈다.

진도 팽목항에 잠들었던 세월호가 참사 1072일 만에 인양돼 목포 신항만으로 옮겨지고 두 번째 맞는 주말인 8일 오후 4시, 이곳에 마련된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는 울음바다가 됐다.

진주교육대학교에 다니며 교사를 꿈꾼다는 최씨는 "세월호 참사 1년 전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코스로 배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참사 이후 남 일 같지 않아 세월호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알리려 했지만,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아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를 비롯한 진주교대 대학생 18명은 낮 12시30분쯤 진도 팽목항을 방문한 뒤 오후 3시30분쯤 목포 신항만에 도착했다. 이들은 무작정 신항만에 마련된 '미수습자 가족 만남의 장소' 컨테이너로 찾아 "가족분들을 만나 뵙고 싶다"고 요청했다. 마침 곁에 있던 이씨가 흔쾌히 이들을 맞았다.

이씨는 둘러 모인 학생들 앞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3년 전 4월16일 회상하며 "우리 언니가 전원 구조했다는 말을 듣고 '어차피 무사히 돌아올 은화인데 길이 어긋나게 뭐하러 내려가느냐'고 말했지만 젖은 옷이라고 갈아입히려고 내려갔다"며 "그날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진도 팽목항에서 4월16일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됐다"고 흐느꼈다.

이어 "아직 미수습자 가족에겐 '추모'는 이른 단어"라며 "9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미수습자 9인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읊었다. 그는 "7살 혁규는 자기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동생에게 입혔는데 그저 오빠니까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혔다"며 "최소한 이 아이보다는 나은 어른들이 되어 나은 세상을 만들자"고 부탁했다.

숨죽이고 그의 말을 듣던 학생들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있었다. 개중엔 눈물을 흘리거나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이씨는 이야기를 마친 뒤 그를 찾은 18명의 대학생을 한 명씩 껴안으며 "잊지 안아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자리를 함께한 진주교대 대학생 강유주씨(23·여)는 "추모라는 말이 미수습자 가족에겐 해당하지 않는 단어인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섣불리 그런 말을 꺼내 죄송하고 잊지 않아야겠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 앞에서 열린 '미수습자 조기 수습 기원' 추모행사에서 정태관 작가가 폭 1.2m, 길이 40m 크기의 대형 흰색 천에 '나비그리기' 등 붓글씨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정씨는 노란 나비리본과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적고 '우리 모두 기다립니다. 보고싶습니다'라고 썼다. 2017.4.8/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8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 앞에서 열린 '미수습자 조기 수습 기원' 추모행사에서 정태관 작가가 폭 1.2m, 길이 40m 크기의 대형 흰색 천에 '나비그리기' 등 붓글씨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정씨는 노란 나비리본과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적고 '우리 모두 기다립니다. 보고싶습니다'라고 썼다. 2017.4.8/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한편 이날 신항만에는 이른 아침부터 한양대와 연세대, 성균관대 등 8개 대학교 학생 130여명을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나 가족·연인 등 2만명(오후 6시 기준 경찰 추산)의 추모객이 세월호를 찾아 노란 추모물결을 이어갔다.  

이들은 신항만 입구에 늘어선 철조망을 따라 걸으며 봄바람에 물결처럼 나부끼는 노란 리본에 적힌 추모와 염원의 메시지를 읽어보거나 철조망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봤다.

또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 △세월호참사를기억하는기독교모임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시민단체가 추모집회와 기도회, 사진전를 열었고 40여m에 달하는 흰 현수막에 미수습자 9인의 발견을 염원하는 글귀를 적는 붓글씨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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