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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조사위 가족들 면담 '빈손' 왜…'최소한의 요구'vs'권한 밖'

가족들 "수습에 관한 모든 권한 국민이 부여한 것"
선체조사위 "수습방법 제시할 법적 권한 없어"

(진도=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3-29 21:33 송고 | 2017-04-02 09:33 최종수정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가족회의소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 어머니가 선체조사위원들과 면담을 하던 중 오열을 하면서 업혀 나오고 있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찾은 선조위원들과 합의문을 작성하던 중 선조위가 가족들의 5가지 요구에 대해 부분 수용 방침을 밝히자 "선체조사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면담이 중단됐다. 2017.3.2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28일 오후 진행됐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미수습자 가족들의 면담이 5시간여만에 별다른 성과없이 종결된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선조위 위원 8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쯤 진도 팽목항을 찾아 미수습자 가족 10명을 만났다. 양측은 팽목항에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미수습자 수습과 관련 5가지 사안을 선조위에 요구했다. 해당 내용의 골자는 △미수습자 수습방식에 대해 가족과 반드시 사전에 합의할 것 △미수습자 수습방법을 오는 4월5일까지 제시할 것 △선조위는 미수습자 가족이 지정하는 1인(이금희씨)과 선조위가 지정하는 조사위원 1인을 미수습자 수습에 관한 창구로 할 것 △세월호를 목포신항에 거치하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수습에 돌입할 것 △진상조사가 중요하지만 미수습자 수습을 최우선으로 할 것 등이다.

가족들과 선조위에 따르면 양측은 5개 사안 가운데 '미수습자 수습방식에 대해 가족과 반드시 사전에 합의할 것'과 '미수습자 수습방법을 오는 4월5일까지 제시할 것'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조위는 이 부분이 "법적인 권한에 벗어난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조위가 해당 내용에 대해 머뭇거린 이유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서 위원회의 업무 영역을 정한 제5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5조에 따르면 위원회는 '미수습자 수습, 세월호 선체 내 유류품 및 유실물 수습과정에 대한 점검' 업무를 수행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조항에 따라 선조위는 해양수산부가 수습 작업을 진행한다면 잘못된 점을 정정하고 점검하는 역할 정도를 하기 때문에 미수습자와 수습방식에 대해 주체적으로 사전에 합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창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장(62·법무법인 세경 대표)은 "선조위가 수습 방식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제가 이해한 법리는 해수부가 집행을 하면 저희가 정정한다는 것이 조사위의 권한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가 합의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2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가족회의소 앞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들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발표하던 중 '미수습자 가족'을 '유가족'으로 표현하자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48)가 반발하고 있다.  2017.3.2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하지만 가족들은 선조위가 법조항을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수습자를 찾아달라는 국민의 염원에 따라 구성된 선조위인만큼 주체적으로 미수습자 수습방식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족들을 돕는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해수부가 해온 행태에 대해서 국민이 분노했고 국회에서 선조위를 발족한 것"이라며 "그 뜻은 지도, 감독까지 수습에 관한 모든 권한을 국민이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가족들이 선조위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고 그만큼 절박하다"며 "선조위는 해수부에 지시할 권한이 있다. 미수습자한테 물어보고 하면서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최소한의 요구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수습자 수습방법을 오는 4월5일까지 제시하는 부분도 선조위는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역시 선조위에서는 특별법 5조에 따라 "방법을 제시할 정도의 법적 권한이 있지 않다"고 한발 빼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저희는 아직 황교안 권한대행으로부터 임명장도 못 받았다. 기술적으로 합의가 불가능하다"며 "수색 방법에 대해 합의를 하게 되면 나중에 굉장히 애매하다.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럴 거면 선조위를 대체 왜 만든거냐"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상황이다.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자꾸 법을 얘기하는데 막상 특별법 만들 때도 우리 얘기는 듣지도 않았다"며 "이럴거면 선조위가 있을 필요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5시간여 동안의 면담은 양측의 이러한 줄다리기로 계속 이어지다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선조위는 해당 두 가지 사안 외에 나머지 사안에 대해서는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끝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면담 과정에서 가족들은 통곡하며 울었고 일부 가족은 실신해 실려나가기도 했다.

면담 이후 김 위원장은 "가족들을 4월5일 이내로 또 찾아올 것"이라며 "최대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협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족들은 "이제 선조위를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이금희씨는 "차라리 열마디 손가락으로 직접 배를 헤쳐서라도 사랑하는 가족을 찾겠다"며 선조위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거둔 모습이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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