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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구호·무전기·단속 회피 매뉴얼…혀 내두르게 하는 폐수 무단방류

암구호 수시로 바꾸며 보초·공무원 차량 숙지 '감시조' 매일 가동
하수관 타고 들어가 폐수방류 현장 급습해 적발

(인천=뉴스1) 최태용 기자 | 2017-03-30 00:35 송고 | 2017-03-30 06:59 최종수정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는 폐수 수거차량이나 펌프를 이용해 맹독성 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로 업체 대표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인천시 제공) © News1 DB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는 폐수 수거차량이나 펌프를 이용해 맹독성 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로 업체 대표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인천시 제공) © News1 DB

맹독성 폐수 6만톤을 인천 앞바다로 흘려보낸 형제들의 치밀한 범행 수법이 단속기관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는 최근 맹독성 폐수를 하수구에 무단 방류한(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한 폐수처리업체 대표 A씨(61) 등을 구속했다.
업체 대표 A씨와 사장인 첫째 동생, 감사를 맡은 셋째 동생이 구속되고 직원 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매일밤 특정수질유해물질인 구리, 시안, 1·4-다이옥산 등 기준치를 수백 배 초과하는 폐수를 드럼통(200ℓ) 150개 분량이 넘게 하수구로 흘려 보냈다. 

이들은 직원들에게 폐수를 몰래 버리는 방법, 폐수를 정상 처리한 것처럼 유량계를 조작하는 방법, 단속 공무원 대처 요령 등을 문서로 만들어 교육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매일 밤마다 폐수를 무단 방류해온 이들은 회사 입구 근처에 감시조 2명을 세우고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 각자 무전기를 들고 밤부터 아침까지 차 안에서 보초를 서기도 했다고 한다.

무전기는 도청을 우려해 암구호를 만들어 썼고 주파수도 수시로 바꿨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행동요령이 적힌 문서에는 '차 안에 있을 때 담뱃불이나 휴대전화 불빛이 새나가지 않게 조심하라'는 내용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차량은 번호와 색상을 숙지했고, 인근 회사 사람들의 차량 번호와 색상도 꼼꼼히 기록해놓고 단속에 대비한 사실도 경찰이 확인했다.

이들은 낮에 가져온 각종 폐수를 집수조에 모아놨다가 밤이 되면 다시 탱크로리 차량으로 옮긴 뒤 호스를 이용해 회사 담장 안에 있는 하수구로 흘려 보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산성 폐수와 염기성 폐수를 섞어 중화하는 방식으로 악취를 줄이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한다.

공무원 단속에 대한 메뉴얼도 만들어 단속이 뜨면 직원 1명이 공무원을 응대하며 시간을 버는 사이 나머지는 현장을 정리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현장 정리도 '직원1은 밸브를 폐쇄하고, 직원2는 호스를 정화조에서 농축조로 옮긴다'는 식으로 구체적이었다.

"폐수 슬러지를 농축하는 과정이다" "집수조를 옮기는 과정이다" 등 현장을 미처 수습하지 못한 경우에 대비한 매뉴얼도 있었다.

비상시 몸으로 차단하라는 조치도 있었고 유량계를 속이기 위해 조작이 가능한 설비를 들여놓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는 폐수 수거차량이나 펌프를 이용해 맹독성 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로 업체 대표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인천시 제공) © News1 DB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는 폐수 수거차량이나 펌프를 이용해 맹독성 폐수를 무단 방류한 혐의로 업체 대표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인천시 제공) © News1 DB

지난해 제보를 받은 특사경은 6개월의 수사와 압수수색, 다시 3개월의 자료분석 끝에 이들 일당을 붙잡았다.

특히 인천시 대기보전과 직원들이 하수도관을 역으로 타고 올라가 무단방류 현장을 잡은 게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은 사건 관련 서류 4000쪽 분량을 만들어 최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특사경에 따르면 A씨 등 일당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맹독성 폐수 6만1767톤(드럼통 80만8883개 분량)을 처리하지 않고 하수구로 무단 방류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도 범행을 부인하며 "적발된 당일에만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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