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준석 세월호선장 진실호소 편지 외면…'수취인 거부'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17-03-29 17:01 송고
'거리의 사제'로 불리며 세월호 진실규명 활동을 펼쳐온 장헌권 목사가 2014년 10월13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거리의 사제'로 불리며 세월호 진실규명 활동을 펼쳐온 장헌권 목사가 2014년 10월13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양심고백으로 세월호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썼으나 이 선장은 편지 수취를 거절해 반송됐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2014년 10월13일, 광주NCC(광주기독교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던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는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세월호 선원들에게 편지를 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활동하며 희생자 유가족들을 지원하던 장 목사는 선원들이 양심고백을 하면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장 목사는 이준석 선장과 김영호 항해사, 박기호 기관장, 조준기 조타수, 박성용 기관원, 오용석 조타수, 전영준 조기장 등 모두 15명에게 각각 2페이지씩의 편지를 보냈다.

장 목사는 편지에서 '재판 때마다 법정에서 유가족과 함께 하며 피고인 가족도 서로 인사하면서 나누는 목사'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법정에서 선원들 피고인 가족, 유가족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고통스럽고 슬프다"고 밝혔다.

이어 "기울어진 배에서 마지막까지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던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유가족들은 노숙자처럼 광화문, 국회의사당, 청운동에서 찬이슬 맞으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제 재판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최후 진술하실 때 진실이 침몰하지 않도록 정직하게 말씀해달라"고 부탁했다.

또 "단원고 생존학생이 마지막 진술 때 '선원들에 대한 처벌보다 더 원하는 것은 왜 친구들이 그렇게 돼야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싶다'고 했다"며 "양심고백으로 세월호 배가 왜 침몰했는지 솔직하게 의혹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절절하게 호소했다.

편지는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선원들에게 보냈으나 이준석 선장 등 5명은 아예 편지를 받지 않겠다며 수취인 거부로 반송됐다.

세월호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선장이 진실을 밝혀달라는 호소가 담긴 편지마저 거부한 셈이다.

2014년 10월13일, 광주NCC(광주기독교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던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가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세월호 선원들에게 쓴 편지. 장 목사는 선원들이 양심고백을 하면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양심고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2014년 10월13일, 광주NCC(광주기독교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던 장헌권 서정교회 목사가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세월호 선원들에게 쓴 편지. 장 목사는 선원들이 양심고백을 하면 세월호의 진실이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양심고백'을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편지를 받은 선원들 중 조타수인 오씨와 조기장인 전씨는 보름여가 지난 그해 11월1일 답신을 보내왔다.

조기장인 전씨는 답장에서 "당시로 돌아간다면 내가 죽었어야 했다"며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큰 죄를 지었다"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면서도 세월호에 대한 진실보다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걱정을 편지에 담았다.

조타수인 오씨는 편지에서 "광화문, 국회의사당, 청운동에서 찬이슬 맞으면서 진상규명을 위해 울부짖는 유가족, 희생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승객 구조에 미흡한 점 다시 한번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씨는 "제가 생각하고 있고 조사과정에서 밝혀지고 있는 사실과 다른 것이 별로 없다"며 "선수 우현 램프 제거가 문제, 4층 증축문제, 조타수와 항해사의 당시 명령에 관한 문제(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음), 선장의 안일한 대처" 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준석 선장의 안일한 대처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오씨는 "제가 배 더 넘어간다고 고함을 쳐도 보고만 있었다"며 "유조선(둘라에이스) 퇴선하면 구조하겠다, 진도VTS 퇴선 조치 선장이 알아서 조치하라고 통신했지만 퇴선을 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선장의 말에 의하면 저체온증을 생각, 조류에 떠내려갈까봐, 물이 차가워서(라는데) 선장의 막강한 지휘권을 가지고서 퇴선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고 (검찰조사에서)말했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배가 처음 기운 것도 기운 것이지만 물이 어디로 유입됐는지에 대해 상세히 조사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세월호가 좌현으로 기울다 급침몰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C층만 뒷부분이 2층으로 되어있다"며 단면도를 그림으로 그려 설명하고 "이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였던 고 오모씨가 2014년 11월 광주교도소 수감 중 장헌권 목사에게 쓴 '양심고백 편지'. 오씨는 '세월호 C데크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급침몰 원인으로 '천막 개조'를 주장했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였던 고 오모씨가 2014년 11월 광주교도소 수감 중 장헌권 목사에게 쓴 '양심고백 편지'. 오씨는 '세월호 C데크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고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급침몰 원인으로 '천막 개조'를 주장했다.(장헌권 목사 제공)2017.3.29/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선수 우현 램프 제거가 문제'라고 한 부분과 C데크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다'는 부분이다.

'선수 우현 램프 제거'는 한 문장으로만 나와 있어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통상 차량 진출입구를 의미한다. 이번에 인양 과정에서 열려 있어 떼어낸 램프는 선미 좌현이다.

'C데크 부분이 천막'이라는 대목은 철제로 돼 있어야 할 화물칸 하층부 외벽이 천막으로 막아져 있었다는 주장이다.

세월호는 A구역, B구역, C구역, D구역, E구역 등으로 나뉘어 있고, C구역(C데크)은 한 층을 상하 2개 층으로 나눠 차량 주차공간으로 쓰였다.

2층 부분의 외벽이 철제가 아니고 천막으로 개조가 돼있어 평상시에는 물이 잘 닿지 않지만 급격하게 기울 경우 상당량의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이 못깬 유리를 깨고 승객 구조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수난구호법(조난선박 구조)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은 오씨는 복역 중 폐암 진단을 받고 가석방돼 투병하다가 지난해 4월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장 목사는 "데크 벽은 설계도상 철제로 막혀있어야 한다"며 "세월호 선체 인양이 되면 선수 우현 램프 제거 부분과 천막 개조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fatejb@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